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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말 걸기

책으로 말 걸기

: 교사, 책으로 청소년과 상담하는 방법을 익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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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38g | 152*215*15mm
ISBN13 9788969150080
ISBN10 8969150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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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고정원
도시에서 태어나 한 반에 60명도 넘고, 한 학년에 15개 반이 넘는 학교에 다녔다. 책이 좋고, 아이들이 좋아 평생 책과 아이들을 만날 꿈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 함께할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만나지 못했을 뿐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대학시절 농활이 아닌 빈활(빈민활동)을 갔다가 만난 공부방 초등학생들이 고마워서 그 아이들에게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동네 철거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거칠어졌고, 청소년기를 맞이한 아이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매일 나오는 책을 다 보면서 사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인터넷서점에서 일했고, 학교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 교육복지특별지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좋아하는 아이들과 책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 만남을 좀 더 잘 이어가고자 독서지도학 공부를 했다. 또 책이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을 평생 만나고 싶어서 문헌정보학 공부도 했다. 지금은 공교육에서 살짝 비켜 있는 위탁형대안학교의 고등과정 길잡이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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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인생’을 운운하며 아이들에게 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알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어른이 있기나 할까? 그러면서 ‘서울대 나와도 취직하기 힘들다’는 식의 우울한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은 무언지 정확하게 모르는 거대한 게임판 안에 들어와 있고 그 게임판의 룰은 어른들이 계속 바꾸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룰에 적응하지 못해 무시당하거나 공격당해도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
--- p.79

그 뒤에 일어난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빠가 생리 마지막 날을 물었고, 그럼 다행이라고 했던 것 같으며, 아무 일 없었던 듯 평소처럼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날 평소와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오빠가 저녁 먹은 후 물을 마시며 이모에게 “보리차야?”라고 물은 것뿐이었다. 그런데 희영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그날 저녁 오빠가 이모에게 물어본 바로 그 말이었다. 평소에는 집에서 말 한마디도 하지 않던 오빠가 그날은 소리를 내어 말을 한 것이다. 자기에게 생리일이 언제였는지를 물어본 것과 같은 목소리로 “보리차야?”라고 말했다.
--- p.174

그러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이 거미의 먹이 ‘밀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거미에게 살아 있는 먹이를 주기 위해 ‘밀웜’이라는 애벌레를 주는데, 그중 ‘슈퍼밀웜’은 거미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 주기 바로 직전에 죽여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마치 공포영화 이야기를 듣듯이 혜진이에게 거미 이야기를 들었다. 혜진이는 거미 덕분에 다른 아이들과 금세 친해져서 만들기를 하면서 소소하게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는 첫째 날 수업을 끝내고 혜진이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서 거미와 관련된 책을 찾았다.
--- p.180

서영이는 되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했다. 교육복지실에서 아이들과 음식을 만들어 먹은 적이 있는데 음식을 만드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알고 싶은 음식도 많아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동생이 밉게만 느껴졌는데 언젠가 엄마가 없을 때 라면을 끓여 줬는데 잘 먹는 모습을 본 후부터는 동생이 예쁘기도 했다. 그리고 교실에 있는 아침독서 책 중에 『음식 잡학 사전』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친구들이 선생님과 책 이야기를 나눌 때 자신은 책을 못 읽어서 선생님이랑 책 이야기는 나누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이랑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생겼다고 했다.
--- p.187

소희도 손재수가 많은 아이입니다. 미진이와는 반대로 씩씩해 보이는 아이입니다. 오히려 좀 차가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다 그렇게 보여지고 싶어서 그러는 것입니다. 5년 전,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정말 씩씩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게 엄마가 집을 나간 날 자기도 따라가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긴 세월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 이야기를 제게 하던 날, 소희의 외로움을 보았습니다. 여자가 되어 가고 있는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엄마가 절실한지 소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잘 있다고 해서 그냥 넘기지 마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꼭 더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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