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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시아의 꽃 2

프렌시아의 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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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686g | 148*210*25mm
ISBN13 9791132200949
ISBN10 113220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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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그로 하여금 거대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할 만큼 지독한 살의가 담긴 진동에 나는 몸을 움찔하면서 생각했다. 그는 저 울음을 참고 있었던 거구나.
저건 달리기 경주에서의 총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의 진정한 실체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나와 닿아있던 입술을 떨어뜨려냈다. 두려울 만큼 커다란 금속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는 자신의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한 채 사지를 움직여 자신을 방해하는 족쇄들을 풀어내려고 안간힘 쓰고 있었다.
나는 저 족쇄가 그로 말미암아 생길 피해들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몸짓이 안타까웠다. 족쇄를 풀어주는 건 미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족쇄로 인해 파랗다 못해 검게 변해가는 그의 손목과 발목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인해 상처가 벌어져 비늘과 깃털 사이로 선혈이 후두두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걸 보고만 있어…….”
내면의 내가 바랐던 것인지. 천장으로 들려 있던 그의 팔이 떨어져 내린 것은 금방이었다. 그의 사지를 옥죄고 있던 사슬과 쇳덩어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자유가 되자마자 그는 기지개 켜듯 자신의 거대한 날개를 양쪽으로 펴고 내게 달려들었다. 살의가 흉흉한 안광을 빛내며 내게 날아오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내게 닿으려 하는 그의 송곳니가 단번에 반 뼘의 크기로 커졌다. 물어뜯기는 것일까. 순간 반려자 중 물어뜯겨 죽은 이가 있다고 말했던 제레미가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죽을 수 없다. 혹시라도 그가 이성을 차렸을 때 자괴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할 순 없었다.
나를 지켜주었던 그를 이번에는 내가 지켜주어야 했다.
그가 내 목 언저리에 커다란 송곳니를 처박으려고 하기 직전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얀.”
거짓말처럼 그의 행동이 멈췄다. 이 멈춤은 지극히 본능적인 것이었다. 그것보다 더욱 원초적인 성질을 가진 실체화가 그를 다시 잡아먹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몇 초안에 나는 그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그는 숙였던 고개를 삐걱거리며 들었다. 동공이 보이지 않을 만큼 검게 물든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은발이 내 볼을 스쳤다.
나는 지금이 바로 내가 하려던 그 말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당신을 보면서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참 하고 싶었던 말인데 말을 꺼내는 순간 내 감정이 왜곡되어 버릴까 봐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의 얼굴을 감싸 올리며 눈물로 그렁그렁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선명해진 시야 속 당신의 얼굴은 참 낯설다. 내게는 익숙지 못한 문신과 검붉은 비늘이 지금 당신의 얼굴을 뒤덮고 있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당신이 내가 모르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로 바뀌어버린다 해도 나는 똑같이 생각할 거다. 나는, 당신을.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그때였다. 나를 보는 그의 눈동자에 놀랍게도 예의 그 보랏빛이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의 송곳니가 작아지는 듯싶더니 그의 눈가의 문신도 소용돌이치며 사라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내 목덜미를 탐할 듯 단번에 고개를 숙여왔다. 내가 그를 멈추는 것에 실패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허탈감이 든 순간 그가 방향을 틀어 자신의 입술을 내 목이 아닌 내 입술에 맞춰왔을 때 느껴진 것은 찌르르한 어떤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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