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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의 태양 시칠리아의 달

밀라노의 태양 시칠리아의 달

[ 양장 ] 내가 사랑한 이탈리아-0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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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1쪽 | 541g | 130*188*30mm
ISBN13 9788959757534
ISBN10 8959757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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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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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의 어느 오후, 금방 내가 걸어온 밀라노의 거리를 내려다보니 아직 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춥고 음습해 보였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하늘에는 구름이 끼었는데도 마치 산꼭대기에라도 올라온 것처럼 눈이 부셨다. 계단 아래쪽 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테라스의 길이는 20미터는 되는 듯싶었다. 화분 하나 없이 휑하기는 했지만, 실내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밀라노는 저층에 살면 아침부터 불을 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어둠침침한 집이 많다. 태양과 인연이 없는 이 도시에서 이렇게 하늘과 가까운 테라스를 가진 집은 보물과도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p.17

오스왈드는 테레자에게 무엇이라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보석 같은 것은 살줄도 몰랐고 차가 없으니 이웃 마을의 영화관으로 불러낼 수도 없었다. 오스왈드는 밀가루를 이용해서 자신의 사랑을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빵집으로 가는 도중에 밭이나 숲, 들판의 채소를 슬쩍하기도 하고 나무 열매도 모으고 야생화도 꺾었다. 2킬로그램의 밀가루는 양파가 들어간 한입 크기의 작은 빵이 되기도 하고, 토마토를 얹은 피자, 혹은 잘게 썬 나무 열매가 들어간 빵으로 구워져 한송이 야생화와 함께 매일 개찰구로 배달되었다.
“매일 ‘여기요.’라는 말밖에 못했어요. 얼굴이 새빨개져서 금방 구운 빵이 든 봉투를 내밀고는 그냥 내빼느라 바빴죠.”
빵 봉투 위에는 매일 다른 조그만 야생화가 붙어 있었다. 그녀는 빵 봉투에 붙은 그 꽃을 무거운 것으로 눌러 소중하게 보관했다. 한 장이 열 장이 되고, 누른 꽃이 붙은 종이가 100장을 넘겼을 무렵, 둘은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은 빈곤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기 위한 공동전선이기도 했다. 그것은 애틋한 사랑, 그 이상의 숭고한 무엇이었다. p.89

그 온실은 새빨간 장미로 가득했다. 키가 큰 니콜라이의 목 근처까지 올라오는 튼실한 장미였다. 한두 줄이 아니었다. 활짝 편 성인의 손 크기만 한 꽃이 모든 줄기에서 만개해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별로 대단치 않아 보이는 온실인데 안에 들어와 보니 머리 위에는 한눈에도 고가로 보이는 조명과 공조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발밑에는 스프링쿨러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자세히 보니 묘목 하나하나마다 급수관이 설치되어 있다. 온도계와 습도계, 조도계까지 여기저기 기둥에 붙어 있다.
니콜라이는 쑥스럽게 웃더니
“올가 공주님, 이 온실의 모든 장미를 공주님께 바칩니다.”
그렇게 말하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p.166

큰 접시에서 생 햄과 살라미 소시지, 라드를 개인 접시에 나누어 담았다. 방금 가져 온 뜨거운 튀김 빵을 접시에 올려놓고 칼로 재빨리 가운데를 자르니 하얀 김과 함께 맛있는 냄새가 올라왔다. 거기에 생 햄 한 조각을 올려놓으니 햄에서 기름이 자르르 녹아 나와서 빵으로 방울졌다. 바로 접어서 입으로 가져가는데,
“어때요? 죽여주죠?”
어느 틈에 옆으로 다가 온 운전사가 볼이 미어지게 먹으며 한 손으로 레드와인을 따랐다. 와인글라스가 아닌 두툼하게 생긴 하얀 도자기 사발에 철철 넘치게 따랐다. 그냥 평범한 사발이고 아무런 특징도 없는 식기처럼 보였다. 그런 데다 와인을 마시느냐고 놀라자 운전사는 빙긋 웃으며 사발을 뒤집어서 보여주었다.
사발 아래쪽에는 전통 있는 도자기 회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넓고 넓은 이탈리아 중에서도 이 일대만의 독특한 방식이죠.”
사발은 두툼하고 무거워 보였다. 입술을 사발에 대고 코끝으로 다가오는 와인의 향기와 함께 빨아들이듯 마셨다. 가냘픈 와인글라스로 마시는 것과는 맛도 향기도 목 넘김의 느낌도 달랐다. p.258~259

갑자기 머리 위의 조명이 꺼지더니 달빛을 받은 바닥이 하얗게 빛났다.
조용히 왈츠가 흘러 나왔다.
스테파니아와 그의 엄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둘은 우아한 스텝으로 미끄러지며 홀의 중앙으로 나갔다. 엄마의 긴 드레스 자락은 스텝을 밟을 때마다 엉겼다가 풀어졌고, 언덕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면 무릎 위까지 말려 올라가곤 했다. 그때마다 두 사람의 예쁜 종아리가 드러났다.
원래는 신부와 그의 아버지가 춤을 추는 순서였다. 아버지 역할을 대신했던 바르 주인이 스테파니아와 춤을 춰도 됐을 것이다.
그런데 신부의 등에 손을 대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딸의 청순 무구한 모습을 자랑스럽게 내보인 것은 신부의 엄마였다.
손님들은 달빛 아래 두 송이의 꽃이 춤추는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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