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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한 해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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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316g | 148*210*20mm
ISBN13 9788932916835
ISBN10 893291683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윌리 오스발트
1952년생. 대학에서 인류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스위스의 여러 매체에서 사진작가와 기자로 일했다. 스위스 사회에 죽음의 자유로운 결정이라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촉발시킨 이 책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Ausgang는 죽음의 형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유죽음을 선택한 아버지로 인해 인간에게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들일 권리가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과 맞닥뜨린 아들. 그 아들은 어떤 금기도 인정하지 않는 솔직한 자세로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한 해를 담담하게 기록하며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그러나 이 책은 또한 삶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일이 우선이었던 아버지를 존경과 분노가 뒤얽힌 감정으로 대하는 아들. 그러나 이제 아버지는 은퇴한 지 오랜, 늙고 병들어 지친 아흔 살의 노인일 뿐이다. 인생을 충분히 맛본 노인은 포만감을 느낀 삶과 어떻게 작별할지 궁리한다.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이 책은 삶과 죽음, 가족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최근작으로는 40세에서 80세 사이의 부부가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예, 원합니다!Ja, ich will!』가 있다.
역자 : 김희상
성균관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였다. 1990년 독일로 유학을 가서 막시밀리안 대학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일 관념론을 공부했고, 2003년 귀국한 뒤로 깊이 있는 인문학 공부와 유럽 문화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40여 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2008년에는 어린이 철학책 생각의 힘을 키우는 주니어 철학을 집필했다. 최근 옮긴 책으로는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사랑은 왜 불안한가, 블러프를 벗겨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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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유죽음 이후 끊임없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내 문화권에서 흔히 그러하듯 죽어 감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금기시할 필요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한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여기는 사람일지라도 인간의 품위 있는 죽음이라는 주제의 논의에는 동참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8∼9쪽

노쇠했지만 자세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아버지와 기다리기만 할 뿐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형의 모습은 서로 기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나는 두 사람이 가슴을 열어 포옹하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아마도 정말 마지막이라는 안타까움으로. 그러나 두 사람은 눈길조차 맞추지 못했다. 남자끼리 나누는 형식적인 악수, 그저 몇 마디 덕담, 오히려 그래서 진심이 우러나 보이는 멋쩍은 광경을 연출할 따름이다. -67쪽

아버지는 대책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품위 없는 죽음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넘어져 목숨을 잃고 발견되지 않는 죽음만큼은 피해야 했다. 더욱 끔찍한 것은 뇌졸중 발작으로 쓰러지는 일이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내맡겨지는 죽음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런 지경까지 가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아버지는 의지를 굳혔다. -81~82쪽

드디어 아버지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정이 언제 실행에 옮겨질지 시간표도 결정되었다. 며칠 뒤 스스로 목숨을 거두겠다고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아버지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동행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작 현실로 닥친 물음은 나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원래 동행 역할은 토비아스 슈톨테가 맡기로 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자유죽음이라는 구상을 했을 당시, 토비아스 슈톨테는 법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산 상속권을 가진 아들이 자유죽음에 동행하게 되면, 개인적 이해관계라는 동기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자살 방조랄까. 나는 우선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 봐야 했다. -86-87쪽

죽어 가는 사람은 살아남을 가족을 지켜 주려 진실을 말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지경임을 알면서도 곧 괜찮아질 거야 하는 말로 죽어 가는 사람에게 견디라고 부추긴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거짓말을 하고 마는 것이다. -107쪽

모든 게 준비되었습니다. 두렵지는 않습니다. 저를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버지. 아버지가 제게 주고 싶으셨던 것은 이미 주셨습니다. 앞으로 계속 저에게 남아 있을 겁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134쪽

한스, 그거 굉장히 써요.
아, 괜찮아요. 인생에서 쓴맛은 충분히 보았소.
아버지는 죽음의 약을 단숨에 들이켜고 목구멍으로 삼켰다. 트록슬러는 나에게 아버지가 입을 가실 수 있도록 물을 한잔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물을 마신 다음 아버지는 소파에 몸을 편안하게 기대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말하며, 이제 물러날 수 있어 기쁘다고, 이미 많은 친구들이 세상을 떠났노라고 했다. 아버지는 큰소리로 하품을 했다. 마치 이제 맞이할 잠이 너무 기쁘기라도 한 양. 아버지는 온몸이 긴장을 푼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랬지, 내 가장 친했던 친구 세 명은 모두 자살로 인생과 작별했어! 하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꺼풀은 무거워 보였다. 아버지는 더는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으며 머리가 아래로 약간 숙여졌다. 그래도 이야기는 계속했다. 첫 번째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졌지, 두 번째는 총으로 머리를 쏘았고, 세 번째는 바젤의 어느 다리 위에서…….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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