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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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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25*204mm
ISBN13 9788927805915
ISBN10 892780591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장호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시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대산창작기금과 박인환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나는 맛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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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귀에 닿지 않는 내 마음이
입술은 내 마음이 물든 노을이에요
아침노을은 비를 부른다죠
나는 무거운 하늘 아래 우뚝 섰어요
내 목각의 다리가 흙에 묻혀 있네요
내려다보니 나는 나무인 거예요
누가 내게 이토록 기다란 다리를 주었을까요
의문을 품을수록 길어지는 하체
침묵만이 발기하는 내게 지친 당신이
나의 의족에 불을 붙여요
다리를 휘감은 구름의 나이테가
가시관처럼 머리 위를 맴돌아요
나를 사르는 당신의 마음에 비가 내리는군요
소리 없이 원한 것이 죄예요
노을 속으로 고통의 새들이 날아오겠죠
차가운 아침을 떠나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드는
비 맞은 새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내 몸속에 아름다운 자연이 깃들어요
새들은 나의 직립이 얼마나 조용한 비명인지
알고 있어요, 오직 고통의 새들뿐이에요
새들이 내 입속에 둥지를 틀어요
말뚝을 타고 오르는 저 불빛은
어둠뿐인 내 얼굴을 밝히겠지요
하늘엔 의성운( pr ?의 붉은 혈관이 터져요
새들은 독이 든 열매로 익고
나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불의 옷을 입어요
입술은 내 마음이 불타는 화염이에요
비에 젖든 피에 젖든
곧 꺼져버릴 화염이에요
― 「태양은 뜨자마자 물든 노을이었다」

어젯밤엔 입술을 물어뜯긴 구름이
내 어깨 위로 흘러왔다.
모니터엔 완성되지 않는 문장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었다.
종족 보존을 위한 시간이었다.
뇌세포가 공룡에 대한 지식으로 꿈틀거렸다.
나는 구름에 공룡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는 공룡을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백악기의 혓바닥이 나를 핥은 것이다.
상처 입은 입을 중심으로 비늘이 덮였다.
공룡의 눈 속엔 백발의 노파가
산통을 겪고 있었고
내 눈 속엔 조류로 진화하지 못한
막다른 정서가 출렁이고 있었다.
초식을 하는 육식 공룡이 되고 싶은지
육식을 하는 초식 공룡이 되고 싶은지
공룡에게 물었다.
먹을 것이 없는 시대였고 씹을 수도 없는 입이었다.
공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침묵의 공룡을 문장 속에 집어넣었다.

문장 속의 하루가 갔다.
나는 공룡을 재료로 식당을 차렸다.
입구엔 공룡 사골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붙였다.
개업과 동시에 소문이 돌았고
사람들이 줄지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같이 귀마개를 하고 있었다.
소리가 차가운 시대였다.
식당 안엔 뿔테 안경을 쓴 잡상인이
사전 속의 낱말을 파느라 분주했다.
문자가 가벼운 시대였다.
문장 밖의 나는 키보드를 눌러 잡상인을 쫓았다.
식당에 순수한 주문과 접수의 시간이 왔다.
공룡의 뼈를 우려낸 탕이 식탁에 전달되었고
탕 속엔 지워지는 주둥이가 건더기로 떠 있었다.
문장 밖에서 볼 때,
그것은 훼손된 사람의 심장 같았다.
숟가락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문장 밖에서 그것은 키보드가 제자리를 걷는 소리 같았다.
사람들은 귀마개를 벗고 고막을 꺼내 카운터에 지불했다.
고막 속엔 아무런 소리도 들어 있지 않았다.
문장 밖은 여전히 어제였고
모니터엔 공룡의 울음이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 「공룡 사골 전문점」

내 시 속엔 시인이 없지만
자살한 시인이 행간을 걷는다고 나는 써보는 것이다.
인간은 상상을 하는 동물이어서
그가 죽기 전의 시인인지 죽은 후의 시인인지
매몰찬 독자는 내게 물을 것이다.
인간은 말을 꾸미는 동물이기도 해서
걷는 시인의 죽음도 죽은 시인의 걸음도 상상할 수 있다.
마음의 문법엔 시제 일치가 없고
내겐 독자가 없으므로 대답할 의무 없다.

어제는 마른하늘에 비가 온다.
내일은 젖은 하늘에 노을이 물든다.
오늘 낯선 사람은 어제 만난 사람,
오늘 반가운 사람은 내일 만날 사람.

파티션에 가로막힌 머리카락이 자란다.
붉게 물든 까만 머리카락이 자란다.

회상의 시인이자 부활의 시인이
그래, 내 시의 행간을 걷는 것이다.
그가 걷는 거리엔
두뇌를 스치는 단어의 속도로 시간이 흐르고
경제적 무장을 해제한 시인들이
말로 세운 안개의 건물 속으로 들어가
시대의 아픔과 개인적 정서의 소용과
미적 진보의 향방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집에선 자식 없는 아내가
텅 빈 배 속에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유령 같은 남편을 기다릴 것이다.
안녕, 아버지를 배정받지 못한 정자들아.
안녕, 악천후 속의 난자들아.
너희들이 다시 보는 나의 과거라면
나는 어떤 시대가 받아주는 저주의 자식일까.

개가 된 논의가 오들오들 떨며
깨진 달걀 같은 폐가의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다.
째깍째깍 장작 타는 소리 불 꺼지는 장작에 달라붙고
반짝이지 않는 생각의 별이 아궁이 속으로 쏟아진다.
흩어지는 안개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인의 손
살자, 오늘 만난 어제의 아내야.
살자, 내일 죽을 남편의 아내야.

개 한 마리 구워 먹고 쓸모없는 논의였다 하면
매몰찬 독자는 내게 물을 것이다.
개 같은 건 논의가 아니라
붉게 자라는 검은 머리털의 시인이 아니냐고.

비유의 경계는 편견뿐이고
마음의 마침표는 물음표뿐이어서

파티션에 가로막힌 개가 짖는다.
까만 털이 붉게 물든 개가 짖는다.
―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 개」

이어폰이 끊어졌다.
나를 세계로 이끌었던 예인줄

머리카락이 긴 남자들과
음성의 미녀들에게 안겨
눈 속의 지구본을 돌리던 20세기의 전철

나는 세상의 모든 국경선이 통과하는
거대한 터널에 살았다.

무너진 터널
벽화 속의 사람들이
21세기를 향해 걸어 나왔다.

이퀄라이저가
춤추는 분수처럼 깜빡거렸다.
― 「이미지」

지하철에서 스친
20세기의 여자를 기억한다.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남은 여자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까
그녀의 얼굴을 지워주어야 할까
줄 수도 없으면서
‘주다’라는 보조동사를 붙여놓고 보니
짓거나 지우거나 의미 없긴 매한가지
그녀의 얼굴을 지워버리면
지어낸 이름을 지워버릴 수 있을까
본동사를 통일해도
버리기 힘들긴 매한가지.
나는 여드름 터지는 봄의 얼굴로
그녀는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지하철의 좌우 좌석에 앉아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목적이 다른 우리의 노선으로 지하철은 달렸다.
노선이 같은 우리의 목적으로 지하철은 달렸다.
노선이 같았기에 목적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지만
목적이 달랐기에 노선의 같음도 중요하지 않지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신세기의 내가 20세기의 여자를 기억한다.
라디오에서 들은 음악 같은 여자.
제목을 모르는 음악 같은 여자.
주파수를 맞추느라 중간부터 들은 음악.
광고에 묻혀 끝까지 듣지 못한 음악.
음악을 찾는 밤은 아름다웠지.
하나를 찾기 위해 둘과 셋도 알게 되고
화성과 박자를 지켰기에
밤의 음악들은 정의로웠지.
음악이 여자라면
나는 그녀의 반듯한 이마를 기억한다.
그녀의 높은 콧날과
가을의 열매 같은 입술을 기억한다.
이름을 몰라 자문 구할 수 없는
그녀의 목을 잘라버려도 될까
자문할 수 없어 얼굴이 괴로운
그녀의 목을 잘라주어도 될까
동사를 거들지 못하는 보조동사
붙여도 되고 띄어도 되는 보조동사
목적을 잃은 노선 밖에서
채널을 잃은 주파수가 된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건 아닐는지.
시간은 검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파수가 바뀐다, DJ가 바뀐다.
협찬이 붙은 여자는 면도를 한 뒤
라이방의 호수에 비단 백조를 띄우고,
대머리 신사는 낡은 거울에
좌우로 갈라진 가르마를 비춘다.
험한 세상의 다리마저 무너지던 날
학생들은 연습장에 써가며
주요 과목의 핵심 내용을
강 건너는 방법인 양 암기하기도 하였다.
― 「스위치백」

못 박힌 직책과 체불된 급여
나사선을 잘못 탄 것처럼 비뚤어진 나사
의무가 새는 집에서
권리가 새는 회사로
아침저녁 변과 공복을 나른다.

지능이 마비된 성실한 척추동물
민첩했던 운동신경은 어디로 갔나.
눈 속의 시곗바늘이 감각의 횡격막을 꿰뚫는다.

어제 나는 붉은 태양의 눈을 뜬 사자의 얼굴이었지
오늘 내 얼굴은 태양에 불타는 붉은 낙타의 등

사막을 건너는 자의 발톱 속엔 신기루가 맺혀 있다.
누워서 일하는 강물처럼 발톱 속에서 쉬는 육체
헛배 부른 육체엔 더 큰 신기루가 필요하지만
발톱은 상상의 신발 속에서나 기를 수 있는 법

갈기의 불꽃이 신기루에 떨어진다.
슬픈 사람의 강이 인내의 댐을 넘듯
척추의 화분에서 만발한 불꽃들이 신기루를 넘고
사막의 모든 길을 태운다.

나는 발톱 속에 쓰러진 정신의 노숙자
상상이 사상이었던 날들이 끝난 것이다.
― 「슬픔 사람의 강이 인내의 댐을 넘듯」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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