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의에서 학습 장애 아동들을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다양한 동물들에 비유했다. 예를 들어 독수리는 높이 날아올라서 세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다람쥐는 빠르게 달리며 나무를 탈 수 있고, 백조는 호수에서 우아하게 헤엄칠 수 있듯이 학생들의 능력도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이 강의가 끝날 때쯤 우리는 따끔한 충고도 들었다. 결코 오리에게 나무를 타게 하거나 독수리에게 수영을 시키거나 다람쥐에게 날도록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이들이 각각 지닌 특별한 재능을 찾아서 개발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란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상하기 위해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재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라고 배웠다. 내가 받은 교육도 이런 접근법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오리 주제에 다람쥐처럼 나무를 타지 않도록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피해갔다. 대신 잘 할 수 있는 것들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거둔 결과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_38쪽
뇌는 마치 하나의 근육과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뇌를 올바른 방법으로 훈련시키기만 한다면, 뇌의 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뇌는 자신의 자극에 반응하면서, 항상 변합니다. 무엇보다 정보처리를 하는 신경회로를 개선하는 올바른 훈련을 받으면, 문제가 되는 약한 인지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뇌는 변합니다.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말입니다._47쪽
어머니는 플래시 카드의 앞에는 질문을, 뒤에는 답을 인쇄했다. 나는 개인 교습 시간 동안에 집에서 가장 밝은 곳에 앉고 싶다고 했다.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앉으면 문제를 더 잘 맞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왠지 좀더 똑똑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결국 그 비밀을 알아내고 말았다. 밝은 곳에선 카드 뒷면의 정답이 앞면까지 어렴풋이 비쳤다. 나는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어릿하게 비치는 뒷면의 답을 읽고 있었다. 어머니는 즉시 답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셨다. 나는 모든 학습 장애 아동들이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장애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과 맞닥뜨리는 것을 피하는 똑똑한 방식을 찾는 것이다._55쪽
뇌를 자극하면 학습 능력의 발달로 이어질 물리적이고 화학적 변화가 뒤따랐다. 만약 뇌 피질의 한 영역에 다른 영역보다 더 많은 자극을 가하면, 목표로 한 바로 그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_73쪽
나는 특정한 부위의 뇌 기능을 회복할 인지 훈련을 만들었다. 손상된 영역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뇌 영상법이 개발되기 전이었던 까닭에 루리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그의 이론에 따라 뇌의 다양한 영역이 가진 저마다의 ‘인지 기능’ 을 이해했고, 학생들이 각자 약한 영역을 사용하도록 자극할 훈련을 개발했다. 이 책 전체에서 언급되는 뇌의 영역별 인지 기능은 신경세포들이 망처럼 연결된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인지 기능과 학습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아주 다양하다. 그 원인이 뇌 전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각 영역들이 만나는 지점이나 네트워크 자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_77쪽
한번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시작하면, 그 기능은 계속된다. 나는 뇌 기능이 일단 제 자리를 찾으면, 일상생활 그 자체가 끊임없이 자극을 제공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나는 애로우스미스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지 30년이 지난 사람들을 추적해보았다. 일단 회복된 뇌 기능이 다시 손실된 경우는 없었다. 변화한 뇌는 변화한 모양을 그대로 유지했다._79쪽
나는 어떤 아이도 학습 장애로 인해 고통 받지 않고, 차별과 따돌림도 당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평생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든 학교에서 아이들의 두뇌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개발시켜주는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려면 신경가소성 원리를 바탕으로 한 인지 훈련은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지 훈련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면 학습 장애를 조기에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 장애가 없는 학생도 자극을 통해 인지 기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 내가 꿈꾸는 이런 세상이 오기 전까지 우선 이루고 싶은 목표는 모든 아이들이 조기에 뇌 기능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인지 장애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앓고 있는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인지 훈련도 받을 수 있다. 인지 장애가 조기에 개선되면, 아이들의 인성 속에 장애로 인한 부정적 행동 패턴이 뿌리 깊게 자리 잡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학습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미래를 감히 꿈조차 꾸지 못한다. 이 사실처럼 마음 아픈 일도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학습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 인지 훈련을 통해 뇌 기능을 강화시키고, 신경회로망을 재구성하면 된다. 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두뇌는 학습 장애로 인한 엄청남 고통을 피해갈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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