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가 내 수호기사가 된 지도 벌써 사 년이나 흘렀다. 어느덧 내 나이도 일곱. 아, 늙는구나. 몸뚱어리는 파릇파릇한 일곱 살이지만 정신은 벌써 서른이었다. 내가 서른이라니. 충격이다. 그레시토는 이미 생일까지 지나서 아홉 살이었고, 응애응애 애기였던 쌍둥이들은 이제 말을 하고 뛰어노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걸 보며 나는 인생무상을 느꼈다지, 하하. 일곱 살. 그래, 일곱 살씩이나 되었지만 딱히 일곱 살이 되었다고 해서 무언가가 크게 바뀐 건 아니었다. 여전히 내 인생은 암흑기, 상실의 시대였다. 뭐, 그래도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이제 욕을 잘할 수 있게 되었다든가, 아그리젠트 식의 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든가, 욕하면서 비아냥거리는 방법을 배웠다든가 하는 것뿐? ……어째 열거해 놓고 보니 눈물이 나네. “희망이 안 보여.” 가여운 내 인생. 하지만 괜찮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어! 그래,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존재할 거라고! ……는 개뿔. 더 희망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망했어요. 가만히 앉아서 초콜릿을 먹다가 문득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드니 옆에 서 있던 아시시가 의아한 눈길로 나를 돌아본다. 어디 아픈 거냐는 듯한 시선에 빙긋 웃으며 일단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긴 했는데, 그래도 아시시는 걱정스러운 눈길이었다. 나는 괜찮아, 아시시. 이 정도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목숨의 위협을 덜 받긴 하지만 난 원래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인 사람이라고! “아니야, 생각해 보자. 더 좋아진 게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야. 그래, 없을 리가 없어!” 없을 리가 없다고! 없으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 좋아진 거라고 해 봤자 아무리 떠올려 봐도 한 가지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 지난 육 년간의 수련을 바탕으로 애교의 달인이 되었다는 그 한 가지? ……나 그냥 다시 죽을까? 아, 아니지. 또 있구나. “베티, 초콜릿 좀 더 가져와.” “예,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