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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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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7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81쪽 | 381g | 128*188*30mm
ISBN13 9788952743541
ISBN10 895274354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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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코는 자신이 매고 있던 오비로 무릎 언저리를 동여매고 있었다. 그 오비의 한쪽 끝은 아름다운 비단뱀처럼 매화가지에 휘감겨 묶여 있다. 즉, 하나코는 매화가지에 괴기스런 비단뱀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있다. 크게 부릅뜨고 있다. 초롱불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그 눈동자가 거꾸로 지긋이 일동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모두가 놀라고 있는 걸 비웃기라도 하듯.

그 때 갑자기 바다에서 불어온 어두운 바람이 센코사를 둘러싸고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숲에 울렸다. 어딘가에서 비단을 찢는 것 같은 요란스런 새소리가 어둠의 공포를 힘차게 찢었다. 그 순간 거꾸로 매달려 있던 하나코의 몸이 흔들흔들 흔들려, 죄다 풀어진 검은 머리카락 끝이 먹구렁이처럼 꿈틀거리며 땅을 기었다. 스님은 당황해서 품에서 염주를 꺼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그리고 묵직한 한숨과 함께 입안에서 뭔가 우물우물 중얼거렸는데, 이 한 마디가 나중에까지 코스케의 마음속에 강하게 남았던 것이다.

코스케의 귀에는 분명 이것이 다음과 같이 들렸다.

氣ちがいじゃが仕方がない。
키치가이쟈가시카타가나이.

미치광이지만 도리가 없군.’

--- p.
반원을 그리고 선 사람들의 중심에 커다란 범종이 엎어진 채 있었다. 센코사의 범종이 돌아온 것임에 분명했다. 절에 운반하는 도중, 여기까지 지고 온 것이다. 센코사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토 본가 앞을 통과하는 쪽이 가깝지만, 비탈의 경사는 이쪽이 완만하다. 코스케는 이 범종 아래에서 너무나 무서운 것이 비어져 나와 있는 걸 보았다. 후리소데다.

“유키에 씨의…… 유키에 씨의 후리소데에요.”

시미즈 씨가 땀을 흘리며 속삭였다.

“그럼…… 그럼…… 유키에 씨는 이 범종 아래에……?”

아무도 그 말에 대답하는 자는 없다. 묵직하고 으스스한 침묵 속에 누구나 무엇에 압도된 얼굴을 하고 있다. 태양은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바다는 평온하게 개어있다. 미풍은 산들산들 일동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케는 전신에 끈적끈적한 땀이 흘러나오는 걸 느끼고 무심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자 그 순간, 료넨 스님이 죽은 이를 위한 경문을 외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스님이 버릇처럼 읊조리곤 하는 하이쿠다.

“잔인하도다 투구 아래서 우는 귀뚜라미여.”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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