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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삐졌지?

아빠, 삐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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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50*200*20mm
ISBN13 9791195275946
ISBN10 119527594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용구
1981년 [현대문학]에 등단한 시인인 한용구 목사는 공주교육대학교 졸업 후 14년간 교직 생활을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대전 은평장로교회를 개척하여 여러 교인들과 가족 공동체성을 유지하며 목회를 하고 있다.
은지와 지혜, 두 딸의 아빠이며 숙자의 친구 같은 남편이다. 가을이 올 때마다 깊은 감성에 빠지는 그는 은평장로교회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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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개척을 한다고 네가”
교회를 개척해야겠다고 처음 말을 꺼냈을 때, 어느 친구의 반응이었습니다.
“너처럼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심한 사람이”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전도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저의 기질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문서 전도를 생각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알량한 글재주로 주보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향기 나는 편지]입니다. 매주 2천부씩, 1년이면 10만 부를, 17년 동안 만들어 돌렸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순수함을 그대로 담자.’
아, 힘겹고 힘겨웠습니다. 제 인생의 바닥까지 닥닥 긁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보잘것없는 쪽지를 보시고 한 분 두 분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부족하지만 같은 길을 걷거나, 혹시 힘든 상황 가운데 있거나, 세상을 왜 살아가야하는지 갈등하시는 분들게 향기가 되고 편지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_프롤로그에서

또 그리움을 뒤지면 여지없이 어머니가 확 떠오릅니다. 아, 어머니가 아닙니다. 아직도 저에게는 엄마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심한 꾸중을 들었습니다. 저녁도 먹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아버지에게 반항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밥을 굶는 일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 밥을 먹지 않으니 아버지 속이 얼마나 상하셨을까요 저는 그걸 노린 겁니다.
새벽녘에 배가 고파서 잠이 깨었습니다. 배가 고파도 너무 고파서 이리저리 뒤척거렸습니다. 그래도 알량한 자존심이 가로막았습니다. 그때 부엌에서 떨그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어머님 손이 제 이불 속으로 쑥 들어왔습니다. 어머님 손에는 깨소금에 뭉쳐진 작은 주먹밥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 손이 제 입을 더듬었습니다. 저는 마지못해 입을 벌렸고 그 주먹밥은 입속을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눈물과 주먹밥이 범벅이 되어 넘어갔습니다. 아! 어머님은 어떻게 아셨을까요 제가 배가 고파서 뒤척이는 걸 훤히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콩알만 한 자존심도 알아 주셔서 이불 속으로 은근히 디민 겁니다.

_‘그리움을 뒤지면 그리움이 만져진다’에서(16쪽)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아주 금슬이 좋은 분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인사불성입니다. 눈도 뜨지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할아버지는 애가 탑니다. 뭔가 해줄 일이 없습니다. 그저 한숨만 쉴 뿐입니다. 그런데 면회 시간에 할머니 손을 잡아 보다가 머리에 반짝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신호를 느낄까’
그리고 병원에서는 절망이라고 하는 할머니 손등에 “톡톡톡” 신호를 보냈습니다. 아! 이게 웬일입니까 할머니 검지가 두 번 까딱까딱 하는 겁니다.
“으와! 살아 있네!”
두 분이 건강하실 때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걸 보고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하려 해도 부부가 평생 하지 않던 말을 한다는 게 어색했습니다. 그래서 신호로 주고받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등에 대고 “사랑해”란 의미로 “톡톡톡” 두들기면 할머니는 그 대답으로 할아버지 손에 대고 “나도”라는 의미로 “톡톡”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그러니까 종종 “톡톡톡(사랑해)”, “톡톡(나도)” 하면서 나름대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눈도 뜨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할머니 손에 “톡톡톡” 했더니 할머니 손가락이 까딱까딱 두 번 흔들린 것입니다.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할머니 손등을 두들겼습니다. 그때마다 할머니 손가락은 여전히 두 번 까딱거렸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병원에서 절망적이라던 할머니가 눈을 뜨기 시작하신 겁니다. 서서히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직, 톡톡톡, 톡톡, 사랑법으로 말입니다.
사랑은 힘이고, 사랑은 능력입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신비한 힘을 품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사랑을 먹어야 힘이 나는 게 인생입니다.
_‘톡톡톡 톡톡!’에서 (239쪽)

지금도 종종 놀랍니다. 언제 이런 글을 썼지 제가 쓴 글 같지 않습니다. 낯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시를 쓰던 사람입니다. 긴 글을 쓰는 일이 너무나 번거롭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매주 한 편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너무 힘겨웠습니다. 그래서 [향기 나는 편지]는 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응원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제 아픔과 눈물과 한숨이 담겨 있습니다. 상처가 훈장이 된다!
그렇습니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확실합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상처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게 훈장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향기는 나도 모르게 나에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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