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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 탓이야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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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22g | 137*203*21mm
ISBN13 9791185430416
ISBN10 118543041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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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기획 : 인문학협동조합
인문학으로 이 사회와 동료 인간들에게 기여하고, 조합 안의 인간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경제’와 ‘마음’을 누리게끔 하는 협동체입니다. 2013년 8월 31일 창립총회를 마쳤고 같은 해 10월에 정식 법인이 되었습니다. 삶과 연구 양면에서 조합원의 협동과 나눔의 장을 마련하고, 신자유주의 대학체제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만석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되었다. 예술정치공간 ‘공간힘’의 디렉터이며, 연구모임 ‘지하생활자’의 공 동 운영자다. 미술 계간지 《포스트》와 시 전문 계간지 《신생》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 동인지처럼 발간되는 《지하생활자들》도 있으며, 공간힘에서 <마음대로 발간하는 찌라시>도 제작, 유포하고 있다. 2014년 3월 <옥상의 정치>라는 주제/소재로 광주-대구-대전-부산-서울에 있는 예술 공간에서 작품과 신체가 전시/활성화되도록 공동 기획했고, 같은 제목의 책을 기획, 발간하기도 했다. 이렇게 잡다하게 움직여서 궁핍한지, 궁핍해서 잡다로 움직이는지 모르지만, 새로 만나는 사람들 덕에 배부른 중이다.



신현아 무언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금의 20대는 토익책에 코를 박은 채, 짱돌을 들고 저항을 하지도 않으니 비정규직이나 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한창 들려올 즈음이었다. ‘짱돌’과 ‘토익책’으로만 양분되는 세계에서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언어를 찾고 싶었다. 그 결과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해온 ‘청년’이나 ‘저항’은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증표들을 ‘문학’ 안에서 캐내는 것은 조금 어색하다. 원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하는 흔한 오타쿠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생각 아래, 연구모임 aff-com(아프꼼)의 프로 보조원이자 래인커머(來人commer/rain commer)로, 또 연구자 생활정보지인 〈바람의 연구자〉의 편집위원 ‘불꽃남자 정대만’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임세화 1984년 대전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순간을 좋아하고, 모두의 소소한 이야기 안에는 언제나 삶이 있다고 믿는다. 소설과 시를 읽고 쓰고 필사하며 20대를 보냈다. 연애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지만 사실은 아직도 연애가 알쏭달쏭 어렵기만 한 나날 속에 있다. 2007년 창비신인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정지민 1989년생.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강타한 2008년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 88만 원 세대의 부상과 함께 그 일원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다. 공부는 않고 쉼 없이 연애한 끝에 2011년에는 〈대학내일〉에 20대를 위한 연애칼럼 ‘연애의 맛’을 연재하기도 했다. 못 다한 공부를 다하고자 2013년 대학원에 입학했으나(동대학교 현대문학 석사과정), 바우만을 읽고 루만을 읽고 기든스를 읽더니 이번엔 문학공부는 않고 연애공부만 했다. 다행히 인문학협동조합을 만나 그렇게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연애 in 문학’ 강의를 기획하고 몇 차례 강의를 했다. 우리 세대의 연애에 대해 여기저기 글을 쓰고 있고, 지금은 1970년대 대중연애소설로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허민 1982년생. 한국 근대문학-문화론을 전공했으며, 주로 식민지기 사회주의 지식문화(사)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최근에는 아카데미 바깥에서도 지속가능한 인문학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로 2013년부터 마음이 맞은 동료들과 함께 인문학 연구모임 ‘온수의 발견’을 만들어 강좌나 독서토론, 세미나 등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꾸려오고 있다. 아울러 인문학협동조합 연구환경정책위원회에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와 대학체제 분석, 학문 재생산 제도 등의 ‘연구노동’ 문제를 학술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문학 연구의 물적 조건을 살핌으로써, 자율적인 인문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자본에 포섭되지 않은 대안적 상상력을 창출하고, 앎과 삶이 일치되는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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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시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_정지민
스무 살 대학생도 스스로를 모태솔로라 칭하며 연애에 필요 이상의 조바심을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애를 일종의 통과의례라 할 때 ‘이 시점까지도 경험이 없다면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나이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연애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증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 p.19

경제적 압박이 크지 않은 이들에게도 연애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모의 부양 아래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계급 재생산의 목표가 주어진다. 그러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어가고 경쟁의 압박이 커져가는 신자유주의 한국에서는, 부모 세대‘보다’ 는 고사하고 그들‘만큼’ 부를 축적하는 일도 쉽지 않다.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도 이들은 미래가 불안하다. 고시 준비를 하고 학점 관리를 하고 스펙을 쌓느라 심적 여유가 없다. 연애는 관계의 일이라 고시와 학점과 스펙과 달리 보상이 불확실하다. 그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유발하며, 최악의 경우 연애하다 ‘수틀리는’ 날에는 일상 전체가 무너질 위험도 껴안아야 한다. 이들에게 연애란 자아 관리에 있어 엄청 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인 것이다. 88만 원 세대의 사랑은 이래저래 슬프다.
--- p.31

오늘날의 연애는 패턴화된 소비와 거의 동일어다. 상대의 환심을 얻고 고백하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모든 과정은 시장에 포섭되어 있다. 그 정도가 과거에 비해 한층 심하며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다. ‘업자’들은 연애가 돈이 된다는 걸 안다.
--- p.33

현대인들에게 최고의 지침은 ‘언제나 쿨할 것’이다. 짧아지는 제품 교체 주기와 함께 ‘오래 만났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 역시 점차 짧아지고 있으며 일회성 만남들도 증가하고 있다. 영원히 함께하자는 말에는 여전히 낭만적인 울림이 찌꺼기처럼 남아 있지만, 그것보다 먼저 감지되는 것은 그 말에 실린 견디기 버거운 무게감이다. 연애비법서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무작정 헌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혹은 기술적으로 헌 신을 전시하라는 것이다.
--- p.38

근래에 이르러 어장관리는 상호 합의하에 이용하는 하나의 기술이 되었다. 진지한 관계는 부담스럽지만 이성으로부터 자신의 매력과 호감은 확인받고 싶을 때, 같이 무언가를 할 사람이 필요할 때, 서로가 서로의 어장에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적당한 깊이와 밀도로 유지되는 만남이 어장관리라는 말의 새로운 의미를 이루게 됐다.
--- p.42

사실 감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 불안정성에 기대어 사랑을 한다는 문제는 예전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혀왔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사랑은 좀더 고통스러워지는데, 관계를 안정적으로 메어줄 외부의 지지대들이 사라지고 순수하게 개인의 인격적 자원들로 이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p.46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_임세화
‘삼포세대’라는 용어는 오늘날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는 것, 즉 청년세대의 곤궁하고 팍팍한 삶의 풍경을 꼬집어내는 동시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인간 삶의 필수적인 어떤 과정으로 기입하는 이데올로기를 내포하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솔로 였다는 의미로 희화화되어 사용되는 ‘모태솔로’라는 말에도 역시 연애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내재되어 있다. ‘연애할 권리’?그 반작용으로서 의 ‘연애하지 않을 권리’까지도?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의 조건으로 제시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어떤 것, 연 애는 이제 일종의 천부인권처럼 되어버렸고, 우리는 그 향유를 종용받고 있는 것이다.
--- p.70

어떤 의미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근대적 연애와 결혼의 환상이 각 개인들에게 내면화한, 더없이 이상적이면서도 기괴한 결론이다.
--- p.76

이제 섹스는 독보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사랑을 거론하지 않고도 섹스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불확정적인 사랑의 관계는 섹스로 얼렁뚱땅 결론을 내려버릴 수도 있다. 섹스는 사랑에서 분리된 채로 떠돌며 역으로 사랑을 정의내릴 수도 있게 되어버린 것이다.
--- p.77

섹드립은 사회적 관습과 유머 등의 완충 장치를 통한 일종의 성적 유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갓 성희롱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완전한 구애도, 그렇다고 완전한 성희롱도 아닌 어떤 것, 사회적 관습과 문화에 정착되어 있지 않은 넓은 경계의 어딘가에서 아슬아슬하게 부유하는 그것을 싸잡아 이르는 말이 오늘날의 섹드립이다.
--- p.80

상대방의 마음이 섹스의 그린라이트가 아니라 진지하고 좋은 그린 라이트인지를 묻는 두 여자의 마음은 그런데 어디에 있는가. 단순한 호감으로 시작된 관계가 ‘사랑’의 확신 없이?혹은 한쪽의 사랑만으로? 섹스로 귀결될 때, 질문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나’의 마음이 아닌 ‘당신’의 마음이다. 그들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호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진심에 대해서는 결코 묻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에게 그것은 묻지 않아도 무방한 것, 소용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 p.86

관료들은 성상납을 받고, 늙은이들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며, 기혼자들은 외도를 한다. 그 와중에 어린이들은 성행위를 모사한 춤을 따라하며, ‘섹시하다’는 칭찬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성으로 서로의 존재를 사고팔 수 있게 되었다. 성은 여전히 관리되고 통제되는 금기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그 욕망은 끊임없이 향유되고 소비되도록 부추겨진다. 그리고 연애의 영역에서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 p.109

그러나 동시에 섹스는 여전히 사랑의 아름답고 지고한 어떤 순간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연인들이 “몸이 사랑의 선언을 받아들였다는 그 증거 위로 평화가 내려앉을 때, 잠에서 깨어난 아침에 마치 두 육신의 수호천사처럼 사랑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처럼 “같이 자자”고, “너는 너무 맛있다”고 섹드립이 난사亂辭되는 그 순간에도 사랑은 이미 거기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이 시대 사랑의 격률은 이토록 난감하다.
--- p.109

변태하는 현실과 갈라지는 현실_신현아
촌스러운 외모, 자신이 흥미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대화 방식,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취향…. 이러한 이미지의 오타쿠는 현실의 연애에서 언제나 불구자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실의 연애에서 불구인 그들은 인공적 신체인 피규어figure에는 돈과 마음과 여유를 아낌없이 퍼붓는다. 이 피규어와의 사랑은 연애,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사랑의 재생산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다. 이렇게 변태하는 사랑은 변태의 모습으로 출현한다. 그 변태의 사랑에서 우리는 그동안 연애라는 말에서 한정되었던 최대치의 바깥을 내다본다.
--- p.121

지금까지 사랑은 인간의 문제였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사랑을 하고 그 결실로 아이를 낳아 사회를 재생산하는 것이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바디우는 사랑을 “두 사람의 코뮤니즘”이라고 하며 끝없이 “앵콜”을 외치며 재발명하자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과 재생산의 주위를 맴도는 사랑의 ‘재발명’은 2D, 3D, 2.5D 등 차원을 넘나들며 사 랑에 빠지는 오타쿠의 세계에선 시시한 현실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그들은 계속해서 다른 차원의 신체들을 발견해낸다.
--- p.122

오타쿠들은 고작 안경 따위를 선택해 자신이 변태임을 선언했기 때문에, 변태하는 사랑을 발명해낼 수 있다. 그 변태하는 사랑은 ‘세계의 보존’이라는 현실의 재생산 논리를 벗어나면서 이상적 사랑의 불구적 형태가 아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누가 이 변태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 하겠는가.
--- p.130

오타쿠들에게는 3차원적 세계의 ‘당연함’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현실 속에서 맞서 싸우기에는, 그 현실 자체가 납득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타쿠들은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다른 리얼을 만들기를 선택한다. 어른들은 그것이 현실도피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오타쿠들에게 4차원적 리얼의 발명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세계를 납득하고 살아가기 위한 방법인 동시에, 이 세계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을 해명하기 위한 방법이다
--- p.137

오타쿠들은 더이상 지금 이 현실의 재생산을 위한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모에화한 신체를 향한 변태의 사랑이며, 그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현실을 열기 위한 분투다. 그러나 그들이 만드는 세계가 현실과 유리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타쿠들은 오히려 더욱 치열하게 이 현실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증명해내고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 그 끝에서 열리는 다른 리얼의 모습을 우리는 아직 완전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오타쿠들은 이 세계와 사랑을 하고 동료를 찾고 그 끝을 보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 p.154

대지와 바다: 역사적 사랑의 양상들_김만석
여성과 바다는 이데올로기가 삼투되는 강력한 영역이며 헤게모니의 투쟁이 벌어지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존재가 종종 동일한 이미지나 상징 형식으로 여겨지는 것도 우연일 수 없다. 여성과 바다를 기원의 대상으로 원시화하거나 반문명화된 영토로 이미지화하는 문화전략이 수행하는 정치성은 이런 점에서 숙고되어야 할 터이다. 물론 바다는 바다 자신을 헤게모니화할 수 없지만, 여성은 여성 자체를 헤게모니의 장으로 지속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해안선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젠더 바리케이드를 통해 대지의 삶을 유지시키고 존속시키니 말이다.
--- p.163

국민국가의 영토를 벗어나 이국으로 자유롭게 건너갈 수 있는 자유여행이 허가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전두환이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1983년 무렵에야 겨우 자유여행의 권한이 주어졌고, 그것도 50대 이상부터 서서히 규제가 완화되어 이루어졌다. 바다 너머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언제나 해안선에서 차단되었다. 해방 이후 일제로부터 영토가 분리되고 국민국가의 경계가 확정되고 나서, 바다를 건너 어디론가 나아가는 것은 뱃사람을 제외하고는 금지되었다. 경제적 이유(상업, 취업, 유학)와 무관한 영토 이탈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동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마도로스에 대한 열광이 있었던 것일 터(혹은 그래서 택시기사가 좋은 직업군으로 부상하기도 했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런 뱃사람의 행위 양식은 대지의 노모스가 부과하는 규율이나 방식과 매우 다를 수밖에 없었다.
--- p.175

사랑의 테크닉에 관한 이 기사들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구도를 드러낸다. 즉 여자를 ‘낚는다’거나 ‘헌팅한다’는 어법이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은 우선 ‘자율적 의지’를 지닌 주체로 등장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테크닉이란 곧 여성을 사랑의 주체로 구성하는 하나의 방법인데, 이는 일정한 노력을 통해서 숙달되어야만 사랑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의 주체성을 우선 인식하고, 그런 자율적인 여성으로부터 자신을 ‘인정’받기 위한 노동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노동으로 비치지 않도록 ‘우연’이라는 요소를 전면에 배치해야만 하고, 그 모종의 순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여성 역시 자율적 의지를 갖는 존재이므로, 그 노동의 결과가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일반적으로 이런 서사 형식에서는 여성의 ‘수동성’만이 강조될 것 같지만, 오히려 여성의 ‘인정’을 통해서만 남성의 가치가 긍정될 수 있다.
--- p.192

원래 까대기란 화물을 적재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고 임시 가건물을 짓기 위한 틀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실상 이 단어가 ‘까대기 치다’로 활용되면서 아주 독특한 의미 자질을 갖게 된다. 우선 단순히 짐이 쌓인다는 뜻이 아니라 남녀의 몸이 겹쳐진다는 의미가 되고, 아울러 해변이라는 공유지에 비가시적인 틀을 지어 헌팅의 대상이 되는 여성을 임시적으로 나의 소유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된다. 전자든 후자든, 까대기를 친다는 것은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여성을 상품과 소유의 대상으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이 어휘의 용법은 지극히 남성적이지만, 이 방식들이 해변을 대지로 영토화하는 전략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205

붉은 연애: 소수자의 사랑할 권리_허민
연애관계에 입각한 자유결혼은 국가의 문명이나 부강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러다 1920년대에 이르면 연애의 문제가 개인(여성) 해방의 기표로 의미화되고, 보다 폭넓은 ‘대중적 현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다. 이제 연애는 ‘청춘의 감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으며, ‘첨단의 사상’을 표상하는 기제로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어쩌면 연애가 민족 개조를 위한 문화적 실천이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연애는 금지와 통제의 대상이 될 운명의 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213

당시 러시아에서도 콜론타이의 붉은 연애를 ‘물 한 잔’에 비유했다. 이는 ‘성관계란 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단순하고 쉬운 것’이라는 그녀의 사고방식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여성의 성생활에 대한 콜론타이의 급진성은 성적 방종으로 비춰져 당시 남성활동가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녀의 주장은 ‘성적 노예’와 다름없던 당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회복시키기 위한 엄정한 해방의 기획이었다._216쪽
고려대의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이 걸어둔 현수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이화여대의 성소수자 인권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가 걸어놓은 현수막도 하룻밤새 없어졌다고 한다. 이들 현수막에는 “게이, 레즈비언, 바이, 트랜스젠더의 졸업 및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수막 절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대학가의 주요 미디어를 통제함으로써 성소수자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겠다는 정치적 제스처라 할 수 있다.
--- p.227

붉은 연애의 주인공들은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 장애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가 잠재적으로 주인공일 수 있다. 붉은 연애는 그 ‘가능성’의 표현이다. 물론 이때의 가능성이란, 단지 소외된 자로서의 자기인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성의 가치관에 포섭되지 않는 자기-주체화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붉은 연애의 주인공들은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운동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살아간다면 마땅히 누려야 할 성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삶 자체가 이미 투쟁이 되어버린 것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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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포스트-휴먼’들이 겪는 ‘사랑의 불완전성’이 묘사·정리돼 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젊은 친구들이, 아니 늙은이라도 더 자유롭고 성찰적인 ‘사랑-플레이어’가 되기를 바라본다.
-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자살론》 저자)

그 끝에 남는 것이 참혹한 후회뿐일지라도,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젊은 인문학자들의 넘치는 열정과 날카로운 감수성이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류 불변의 화두를 더욱 싱그러운 오늘의 문제로 소환한다.
- 정여울 (문학평론가, 《내가 사랑한 유럽》 저자)

미래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오늘날, 그래도 이 책의 젊은 필자들은 미래를 향해 몸을 밀고 간다. 그리고 연애에서 다른 것을 다 놓아버리더라도 사랑의 능력만은 놓지 말자고 제안한다.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 《연애의 시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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