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히틀러의 치아
시간이 흐르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유물이 추가되었다. 이를테면 히틀러가 아직 살았을 때 그의 머리를 찍은 뢴트겐 필름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내가 곧 들려주겠지만, 부분적으로 매우 높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모험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히틀러 문제를 다뤄보려는 사람은, 그게 히틀러의 유해일 뿐이라 할지라도, 매우 강력한 신경과 더불어 강박관념을 이겨낼 강한 저항력을 가져야만 한다. … 유리조각이 히틀러의 구강에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베지멘스키는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조차 얼버무리기만 했다. 그는 독물 앰풀 버전이 더 정확한 거라고 고집하면서, 총상으로 생겨난 머리의 구멍은 정치적인 이유로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나에게 주장했다. 그러나 히틀러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머리에 총을 쏴 죽었다는 것은 ‘지도자 벙커’의 모든 증인 진술과 일치할뿐더러 ‘지도자 동지 보호 특별기동대’ 대장 요한 라텐후버의 묘사와도 맞아떨어진다. 라텐후버는 물론 묘하게도 히틀러가 자신을 직접 쏜 게 아니라 부관 내지는 하인 오토 귄쉐에게 총을 쏘라고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관통상이 생긴 방향이 옆보다는 아래에서 위쪽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이 쏘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따름이다._22~30쪽
2장 충동에 사로잡힌 사람의 머릿속
콜롬비아 출신의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 쿠비요스는 1992년에서 1997년 사이에 300여 명의 소년을 살해했다. 주로 여덟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소년들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고문했으며 머리를 잘랐고 시체를 가능한 한 치욕적인 방식으로 능멸했다. 이를테면 성기를 잘라 입에 꽂아뒀다. 가라비토는 많은 경우 여러 명의 소년을 동시에 납치했으며,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 명씩 차례로 죽였다. 친구와 함께 이런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의 범행은 형편없는 공포영화처럼 기괴해 보인다. 그가 콜롬비아에서 ‘라 베스티아La Bestia’, 곧 ‘짐승’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진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심리학자와 정신과전문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어떻게 한 인간이 아동 살해범이 되는가 하는 물음을 다뤄왔다. 그동안 명확해진 점은 어떤 인간도 선천적으로 그저 ‘사악’하게 태어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력을 일삼는 범인들의 인생 궤적을 비교해보면 항상 유사한 점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비정상적인 부모, 어려서부터 무방비로 맞아야만 했던 끔찍한 기억, 성추행 따위는 악한의 어린 시절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어려서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잔혹한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불행했던 어린 시절은 우울증, 뿌리 깊은 두려움, 강박관념, 부족한 사회성과 같은 심리적 장애를 낳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_95~97쪽
3장 셜록 홈스를 되살려내다
2000년 11월 당시 스물두 살이던 다니엘라 K.는 약혼자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세 번째 남편을 살해했다. 범행을 계획한 두 사람은 오후에 어머니를 찾아뵙겠다고 알렸다. 어머니는 딸과 예비사위를 반갑게 맞았다. 어머니 집에서 다니엘라는 보드카에 진정제를 섞은 음료를 만들었다. 양아버지는 그 음료를 마시고 잠에 빠졌다. 잠시 뒤 다니엘라의 약혼자가 칼로 양아버지를 찔렀다. 이때 다니엘라는 양아버지의 몸을 붙들어 범행을 도왔다. 그런 다음 놀라 달려온 어머니에게 두 남녀는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다니엘라는 어머니의 숨이 끊어지기 전에 손수 목을 찔렀다. 이들은 강도가 들었던 것처럼 꾸미고 집에서 나왔다. 그러나 현장에는 핏물로 찍힌 다니엘라의 지문이 남았다. 다니엘라는 탐욕으로 살인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어머니의 새 남편은 상당한 재력을 자랑했으며, 어머니가 유일한 상속권을 가졌다. 두 사람이 사망할 경우 다니엘라는 모든 것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
다니엘라의 여성 변호사 두 명은 재판이 시작되기 석 달 전에 그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앞서 받은 편지는 매우 친절하고 공손했던 반면, 이 편지는 대단히 공격적이었다. 편지는 ‘사브리나’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서명되어 있었다. ‘사브리나’ 인격은 살인을 저지른 게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다니엘라는 어머니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_207쪽
4장 소아성애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95쪽 이하)는 여덟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어린아이만을 추행하고 죽였다. 이 연령대는 앞서도 말했듯 소아성애 충동을 가진 사람이 흥분을 느끼는 전형적인 대상이다. 사춘기에 이른 아이는 음모가 나기 시작하며 청소년의 외모를 갖춘다. 소아성애 추행범에게 이런 아이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분명 가라비토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 혹은 지극히 적은 경우 실제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에게 성적 흥분을 느꼈다. 학교에 다닐 때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느꼈으며, 그가 할퀴었을 때 짜릿했다는 이야기와도 맞아떨어지는 정황이다. 이후 그는 인생을 살아가며 처음 성적 흥분을 느꼈을 당시와 같은 연령대 아이들만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성인 여성과 함께 살기는 했지만, 가라비토는 그녀나 다른 여성에게 단 한 차례도 성적 흥분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마르크에게 그와 가까웠던 어떤 여인과도 섹스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흥분을 느낀 상대는 오직 어린 소년들뿐이었다. 그럼에도 함께 살 배우자를 구했다는 사실은 일견 보이는 것처럼 엉뚱하지는 않다. 아이, 자신의 성적 취향에 맞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여성을 배우자로 삼는 일은 소아성애 범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비교적 쉽사리 아이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아버지 구실을 하는 것처럼 꾸밀 수 있다. 외아들을 홀로 키우는 여자를 배우자로 삼은 가라비토의 속내는 정확히 그것이다._231~232쪽
5장 키워서 아내로 삼다
모든 사악한 사디스트와 마찬가지로 프리츨은 평생 사랑과 친밀함을 통제와 권력과 폭력으로 혼동했다. 감옥에서조차 프리츨은 어떤 기자를 상대로 24년 동안 지하실에 감금해뒀던 딸과 그녀를 강간해 낳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정도였다. 그의 상상속에서 이는 모순이 아니다. 그에게 사랑이란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을 철저히 억압하고 완전히 소유하는 것과 같은 뜻이었기 때문이다. … 프리츨은 어린 시절의 체험으로 어떤 면에서 자신이 포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갇힌 포로였다. 그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창조해냈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처럼 그는 인공의 세계에 살면서 언제라도 현실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겉으로 이상한 점을 전혀 내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신의 친딸, 완전한 자신의 소유물로 통제하기 원한 친딸을 가둬둔 지하실은 일종의 상상 기지와 같았다. 이 기지에서 그는 포로의 생사를 좌우할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으며, 달리 선택할 여지를 주지 않아 자신을 결코 떠날 수 없는 또 하나의 가족을 완전히 지배했다. ‘정상적인 세계’와 ‘개인의 판타지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능력, 프리츨이 어려서 키운 이 능력이 그의 범행을 24년 동안이나 발각되지 않게 해주었다._241~242쪽
6장 강간범과 섹스 살인범의 내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에센대학교의 법의학 심리학자 노르베르트 라이그라프는 범행, 예를 들어 강간 혹은 강간 도중이나 후에 벌어진 살인만 가지고 범인의 동기를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범인의 다른 모든 정보, 이를테면 성격, 정신 상태, 범행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 다음에만 사디스트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섹스 살인범은 물론이고 강간범이 그 범행을 저지르는 동기는 무척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범인들을 그 범행 동기와 성격에 따라 분류할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다. 인간이 강간범이나 섹스 살인범이 되는 데는 숱한 이유가 있다. 강간범도 섹스 살인범도 전혀 다른 범행 동기를 가지는 네 그룹으로 분류된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학자 나이트와 프렌트키는 강간범의 분류 기준을 개발해냈다. 이들은 강간의 기본적인 동기로 네 가지를 꼽았다. 기회, 분노, 여성 혐오, 성적 쾌락이 그것이다. 섹스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살인범 역시 네 그룹으로 나뉜다. 미국의 범죄심리학자 리처드 월터와 범죄학자 로버트 케펠은 섹스 살인범이 범행을 저지르는 원인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거나 확인받으려 하고 분노를 표출하려 하거나 희생자가 당하는 아픔과 고통을 보며 특별한 성적 흥분을 맛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_307쪽
7장 서까래에서 벌어진 살인
천장 널빤지 위에서 뛰어다니는 고양이를 살피려고 지붕 아래 서까래로 올라간 아버지가 딸의 시체를 발견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파랗더군요.” 아버지는 눈에 띄는 그 어떤 동요도 없이 말했다. “올가미에서 벗겨낼 생각도 하지 않고 곧장 전화가 있는 직장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경찰이 왔죠.”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때까지 지극히 평
범하기만 했던 날에 시작된 일은 현실이 되어버린 악몽과 다르지 않았고, 누구든 미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기괴했다.
해결되지 않는 살인이라는 끔찍한 악몽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가족이 어떤 지경에 처하는지 지금부터 생생하게 읽어볼 수 있으리라. 부모의 이야기에서 수사의 모든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도 이내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단서가 너무 많았고, 혐의가 가는 사람도 숱하게 있었다. 그러나 앉아서 곰곰이 따져보기만 해도 도움이 되는 익숙한 범죄소설과 달리, 여기서 사안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단서, 피나 실오라기나 머리카락이나 지문이 제때에 확보되었더라면 당장 범인을 밝혀낼 수는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당장 몇몇 사람은 혐의에서 확실하게 배제할 수 있었으리라. 단서로 범벅이 된 현장이라면 단서를 남기지 않는 사람부터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_328~329쪽
8장 이웃 사이에 벌어진 살인
겉보기로는 분명했던 사건이 돌연 전혀 달라지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1973년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던 사람 138명이 다시 풀려났다. 한 해에 거의 4명꼴이다. 이게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 무고한 죄수의 수는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형을 선고받은 경우, 대개 유죄를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게 마련이다. 사람이 죽는 살인 사건이 벌어진 탓에 경찰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수사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죄임에도 유죄 판결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또 실제 진범이 바깥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반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철창에 갇히거나 심지어 처형당한다면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 DNA 단서를 근거로 M은 2002년 7월 2일에 체포되었다. 39일에 걸쳐 재판을 받고 1년 넘게 미결수 생활을 한 끝에 그의 구속영장은 2003년 10월 21일에 철회되었다. 어느 모로 보나 법원은 질질 끌기만 하는 재판에 완전히 흥미를 잃은 게 분명했다. 그런 다음 재판장이 결정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면 DNA가 결정하게 합시다.” 유전자 전문가가 두 번째로 소환되었으며, 공식적으로 재판장은 M에게 위중한 혐의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마 짐작건대 유전자 전문가는 DNA 단서가 살인의 직접적인 증거이냐는 물음을 받지는 않았으리라._380~385쪽
9장 시간증
시간증(네크로필리아Necrophilia)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시체를 보고 느끼는 성욕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신과 대화를 나눴다거나 하는 따위의 신비주의 역시 그에 못지않은 기묘한 상상 세계다.
시간증에는 지극히 다양한 종류의 증상이 있다. 영미권에서는 특히 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범인이 성욕을 느껴 성행위를 하거나 시체를 토막 내며 쾌락을 느끼는 시간증을 주로 볼 수 있다. 그와는 전혀 다르게 평소 파리 한 마리 죽일 줄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살인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을 사람이 시체, 이를테면 장례식장의 냉동고에 보관된 시체를 보고 성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희생자를 보면서 성적 만족을 맛볼 뿐 섹스에는 관심이 없는 인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런 인간은 많은 경우 시체를 섹스 대상으로 능욕한다. … 그는 지금껏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마르타 펜츠케 시신의 골반 부위 뱃가죽을 갈랐다. 그런 다음 최근에 죽은 그녀의 내장을 꺼냈다. 비록 죽어서 이미 차가워진 몸이었지만 그는 인간의 내장을 만지며 타인의 몸을 들여다보는 게 좋았다. 그때까지는 비슷한 행동을 오로지 아직 살아 있는 따뜻한 동물에게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똑같은 잔혹한 행위를 인간에게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_421~425쪽
10장 초감각적 수사
조금 덜 음산한 이야기를 해보자.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소식을 전해올 수 있을까? ‘초과학의 과학적 연구 협회GWUP’ 회원으로 나는 해당 실험을 2010년에 수행한 바 있다. 이 약간 독특한 테스트를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독자 여러분으로 하여금 우리의 생각과 작업 세계를 느껴볼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처음 보기에는 말이 되지 않는 것만 같은 일을 테스트했다. 정말 초자연적인 영매라는 게 있는지 실험해달라며 어떤 여인은 죽은 남편의 유골함을 가져와 실험실 테이블 위에 그 내용물을 쏟았다. 또 어떤 로커는 경쟁자를 해치울 주문의 효력을 시험해달라고 했다. 모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묘한 일이었지만,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는 범죄를 수사하면서 ‘영매’, 그러니까 초능력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받느냐는 질문을 늘 받는다. 초능력을 써서 수사하는 것을 그린 소설이나 영화가 있는 모양이다. 법의학 실험실이 원칙적으로 확실한 물적 증거에만 의존할 뿐,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힘이나 감각에 관심을 가지지 않음에도 그런 질문이 들어오는 이유가 달리 있을까. 물질이 아닌 초능력이나 감각 따위는 검증할 수 없다. 뭐가 있어야 검증할 게 아닌가. 어떤 노련한 수사관은 내가 그런 물음을 이야기해주자 고개만 저었다. ‘아마도’ 그런 시도가 있었던 ‘그 어떤 사건’ 하나를 기억하기는 했지만, 그건 물론 자신이 담당하지 않았던 사건이었다고 했다. 구체적인 이름이나 사건 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이야기를 동화의 왕국에나 나올 법한 것으로 여기고 말았다._463~464쪽
11장 살인, 유희 그리고 유희 살인
한적한 시골 보덴펠데에서 두 아이가 살해당했다. 놀랍게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죽이는 걸 즐기려고 저지른 살인이다. ‘놀랍게도’? 그렇다, 아이들이 실종되었을 때 누구나 당장 범행의 동기가 섹스일 거라고 짐작했지 그냥 살인을 즐긴 것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즐기는 것은 대체 무슨 심리일까? 살인을 저지르는 데는 무수한 동기와 방법이 있다. 탐욕, 악의, 잔인함, 다른 범행을 은폐하려는 음험함 등등. 벌써 머리가 어지러운가? 나도 그렇다. 그러나 이제 겨우 시작이다. 이중살인, 암살, 연쇄살인, 독재살인, 인종청소, 대량학살, 정치적 살인 그리고 자살테러도 있다. 세상 도처에서 암살과 살육과 처형이 빈발하는 마당에 보덴펠데의 범인이 그냥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려는 욕망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왜 안도의 한숨(“적어도 성범죄는 아니구나!”)을 쉬는 동시에 정말 끔찍하다고 여기는가?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