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침묵이 흘렀다. 헛기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필립은 숨이 막혀 왔다.그러나 감히 입을 뗄 수 없었다.노인은 말없이 울고 있었다. 스테파니의 얼굴에는 희미하게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조금씩 붉어지며 젊은 시절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빨갛게 달아 올랐다.지성의 빛과 더불어 생명과 행복이 화염처럼 점점 크게 타올랐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모든 현상이 하나로 합해 지면서, 스테파니의 눈빛에서 살아 있는 영혼의 불길이타올랐다. 그녀는 살아 있었다!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려운 듯 온 몸을 떨었다.
--- p.149
"힘을 내! 곧장 앞으로! 빨리 뛰라구! 힘을 내! 저녁 식사 시간에 늦고 싶지 않은면 빨리 뛰라구! 자, 달봉! 그래, 바로 그거야! 자네도 사슴처럼 그 정도의 그루터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야!"
아담의 섬이란 이름의 숲 끝자락에 느긋하게 앉아서 한 사냥꾼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는 아바나 산 시가를 피워 물고, 밀림처럼 뒤엉킨 덤불과 씨름하고 있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냥개 한마리도 그의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그가 소리치던 사람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덤불을 힘들게 헤치며 다가오는 사냥꾼이 땅딸막한 뚱뚱보였다는 것에서, 이따금씩 되풀이되는 그런 격려에 짙은 조롱이 담겨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사실 올챙이처럼 불룩 튀어나온 배는 '비만'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증거였다.
그는 추수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드넓은 밀밭 고랑을 힘들게 건너고 있었다. 밀을 베어 내고 남은 그루터기도 그에게 여간 방해되는 게 아니었다. 그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려는 듯, 햇살까지 그의 얼굴에 강렬하게 내리비치며 땀방울을 솟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때때로 상체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이 미친 듯이 달려가는 마차가 흔들대는 것과 꼭 닮았다.
지독히도 뜨거운 날씨였다. 새파란 하늘에 수평선 끝에만 뜨거운 검은 구름이 덮여 있었지만, 양털 같은 뭉게구름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옅은 잿빛 장막을 드리우고 있었다. 바람은 대기의 위쪽에서만 불었기 때문에, 아래쪽의 뜨거운 지열을 조금도 식혀 주지 못했다. 그래서 높은 나무들로 빽빽이 둘러싸인 계곡은 그 사냥꾼에게 용광로처럼 느껴졌다. 바싹 마른 숲은 깊은 침묵에 잠겨 몹시도 목말라하는 모습이었다.
---pp.76~77
"힘을 내! 곧장 앞으로! 빨리 뛰라구! 힘을 내! 저녁 식사 시간에 늦고 싶지 않은면 빨리 뛰라구! 자, 달봉! 그래, 바로 그거야! 자네도 사슴처럼 그 정도의 그루터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야!"
아담의 섬이란 이름의 숲 끝자락에 느긋하게 앉아서 한 사냥꾼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는 아바나 산 시가를 피워 물고, 밀림처럼 뒤엉킨 덤불과 씨름하고 있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냥개 한마리도 그의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그가 소리치던 사람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덤불을 힘들게 헤치며 다가오는 사냥꾼이 땅딸막한 뚱뚱보였다는 것에서, 이따금씩 되풀이되는 그런 격려에 짙은 조롱이 담겨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사실 올챙이처럼 불룩 튀어나온 배는 '비만'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증거였다.
그는 추수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드넓은 밀밭 고랑을 힘들게 건너고 있었다. 밀을 베어 내고 남은 그루터기도 그에게 여간 방해되는 게 아니었다. 그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려는 듯, 햇살까지 그의 얼굴에 강렬하게 내리비치며 땀방울을 솟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때때로 상체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이 미친 듯이 달려가는 마차가 흔들대는 것과 꼭 닮았다.
지독히도 뜨거운 날씨였다. 새파란 하늘에 수평선 끝에만 뜨거운 검은 구름이 덮여 있었지만, 양털 같은 뭉게구름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옅은 잿빛 장막을 드리우고 있었다. 바람은 대기의 위쪽에서만 불었기 때문에, 아래쪽의 뜨거운 지열을 조금도 식혀 주지 못했다. 그래서 높은 나무들로 빽빽이 둘러싸인 계곡은 그 사냥꾼에게 용광로처럼 느껴졌다. 바싹 마른 숲은 깊은 침묵에 잠겨 몹시도 목말라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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