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왜 좀처럼 변하지 않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부문에 있어서 교육의 외적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최대한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학교 시설, 교육과정, 교사 수준, 학생 수준 등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저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와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0년대 지금의 학교를 비교해보면 달라진 부분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학교를 살펴보면 현대적 건물 구조와 디자인, 냉난방시설, 급식, 화장실, 도서실, IP TV, 인터넷 등 1970년대와는 달리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은 어떠한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개정 2009 교육과정은 학교 중심, 학생 위주의 교육과정을 지향하고 있다. 즉 학교의 자율적인 운영을 권장하고 교사들이 수업 재량권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중학교의 자유학기제(2016년 시행예정) 등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사와 학생들에게 융통성과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내부의 모습, 교사와 학생들의 수업과 학교생활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적인 변화 모습과는 달리 아직 예전 모습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교실에서의 수업 전달방식이 동영상수업(ICT, PPT)이거나 칠판 판서중심 수업이거나 간에 교사 중심의 수업, 보충수업, 야간 자율학습, 교사의 업무분장과 공문처리, 그리고 교무실을 들여다보면 교감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는 좌석배열, 지시와 전달 위주의 교무회의 분위기 등은 1970년대의 상황과 별로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오늘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그리고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태도나 만족도는 1970년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먼저 교사들은 스스로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으며, 학생들도 이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교사를 존경하고 따르지는 않는다. 학부모들은 학교 또는 교사와 갈등이 발생하면 자녀의 학습권을 주장하면서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 학교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을 구성하는 교육의 3요소를 얘기하면 교사, 학생, 교육과정이지만 우리가 학교 변화를 얘기할 때는 무슨 요인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까? 학교 변화와 관련된 요소로는 교육과정(Curriculum), 기술(technology), 학교시설(facilities), 지역사회(community), 인적 요소(human factors) 등을 들 수 있다. 40년이란 세월 동안 교사와 학생과 교육과정이 모두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학교의 내부적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일까?
왜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기를 싫어하고 학교 밖으로 뛰쳐나오려 하는 것일까? 물론 중고등학교 시기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춘기를 겪는 연령대이므로 규율과 통제를 싫어하고 학교와 가정으로부터의 일탈을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영혼들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일종의 사명감으로 받아들이는 교사들조차도 때로는 학교를 싫어한다.
학교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이유를 저자는 11년간에 걸쳐 한 중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하였는데, 그 사례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교사와 학생 간 큰 인식 차이가 있을 경우, 교사와 학생 간의 인식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학교는 변화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학교장이 학교 변화를 위한 문화적 리더십(cultural leadership)을 발휘할 때 학교 변화가 가속화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외적변화와 함께 내적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
학교의 외적 변화는 양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정부와 교육부의 의지가 작용한다면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통해 충분히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정부와 교육부는 교육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중요성을 인식하여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교의 내적 변화는 질적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아서 현미경으로 학교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좀처럼 파악하기가 힘들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교실붕괴나 학교폭력, 왕따 같은 교육적 현상으로 나타나므로 이미 그러한 문제나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인 방편과 처방에만 급급하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 후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학교 변화는 외적 변화와 내적 변화가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일어난다. 현재 우리의 학교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이유는 외적(양적) 변화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조직(organization)과 시스템(system)과 같은 내적(질적) 변화가 부족하므로 학교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 「‘학교의 필요성’」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