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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티의 소원

별티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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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58g | 153*224*12mm
ISBN13 9788993467239
ISBN10 8993467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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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우파니(Upani)
스무 살 무렵부터 음악을 하며 살다가 스물일곱 살 때 가톨릭 선교사가 되었다. 이십대에 작곡한 노래들이 가톨릭 청소년 성가집에 실렸으며, 한겨레신문사가 공모한 제1회 ‘겨레의 노래’ 작곡 부문에 뽑힌 바 있다. 그 후 시나리오, 출판기획, 사진 등의 영역에서 20여 년간 활동했다. 공원에 산책 나온 개들에 관한 사진과 글을 엮은 『개는 사랑의 등불』(2013)을 발표했다.
그림 : 고고도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과 국문학을 공부했으며, 온갖 책들이 가득한 집에서 고집 세고 힘도 센 거대 고양이와 살고 있다. 한때 공룡의 아름다움에 빠져 『공룡전사 빈』의 삽화를 그렸으며, 그림책 『로카와 델피노 숲의 친구들』을 펴낸 바 있다. 최근에는 수줍은 물고기 개복치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열여덟 번째 라마가 등장하는 동화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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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도서관 지하 식당 음식물 찌꺼기 수거함을 열면 언제나 진수성찬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누구도 내가 차지한 먹이통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식당 문을 닫는 밤부터 다음 날 아침 쓰레기 수거차가 오기 전까지 온전히 나만의 음식 보관소였다.
도서관 창고에서 살다 보면 아무리 독서를 싫어하는 개나 사람이라도 책을 읽지 않고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책을 무척 좋아했다. 책을 읽다가 자고, 자다가 깨면 또 책을 읽고, 배불러도 책을 읽고 하는 생활은 뚜벙 아가씨와 산책을 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었다.---pp.18-19

샬루똥은 털을 물들인 개만 한자리로 모으더니 말했다.
“인간은 너희의 털 색깔마저도 바꾸려 하는구나. 꾸미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 털갈이를 해 몸을 가꿀 수 있다.”
털을 물들인 개들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휴, 다행이었다. 뚜벙 아가씨는 한 번도 내 털을 염색한 적이 없었다.
“우리를 씻기고 꾸며 놓는 것은 우리의 필요 때문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의 눈요기를 위해서이다!”
옷을 입고 있던 개들은 옷을 벗었다. 이 문제에서도 나는 자유로웠다. 뚜벙 아가씨는 한겨울에도 옷을 입히지 않았으니까. 샬루똥이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머리핀을 하고 있던 개들은 그마저 뽑아 버렸다. 신발을 신고 있던 개들은 신발도 벗어 던졌다. ---pp.99-100

“저는 순종이 되고 싶습니다!”
“왜지? 너는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없느냐?”
“제 주인님이던 뚜벙 아가씨는 제가 순종이 아니라고 실망했어요.”
“너는 이제껏 여러 별나라를 둘러보았을 것이다. 전갈 나라엔 전갈들만 우글거리지 않더냐.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지. 자기들끼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겠지만, 나는 영 알아보기 힘들더구나. 너는 어떻더냐?”
“저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어요. 전갈 왕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고요.”
“너는 순종이 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순종들도 남모르게 외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단다. 네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건 그 자체로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기 때문이야. 네 모든 생김새, 얼굴의 털 한 올조차도 이 우주와 세상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거란다. 다만 너와 똑같은 모습이 이전에는 없었기에 아름다움의 기준이 새로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지.”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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