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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옥수수밭의 동화

검은 옥수수밭의 동화

[ 양장 ]
송유미 | 애지 | 2014년 1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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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0쪽 | 236g | 128*188*7mm
ISBN13 9788992219525
ISBN10 899221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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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쟁소리였어. 바람이 옥수수밭을 파도처럼 흔들 때마다 아이들의 앙상한 팔과 다리가 탄피처럼 날아다녔어. 미친 엄니가 옥수수 밭에 불을 질렀어. 무서운 불길에 하늘이 까맣게 탔어. 우르르 쾅쾅 번개지뢰를 밟은 고양이 한 마리가 매일 밤 꿈속을 날아다녔어. 오래 오래 빈 집들이 불탔어. 숨이 찬 기차가 산을 이끌고 멀리 멀리 달아났어. 숯검정을 얼굴에 칠한 아이들은 날마다 멀어져가는 기차 꽁무니에 매달려 서울로 서울로 떠났어. 나는 눈물이 났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가볍게 몸을 부딪치며 날아갔어. 나는 어둠 속에 숨은 술래. 숨이 차게 찾다가 지친 아이들은 다시 날 부르지 않았어. 조용한 강물이 아쟁소리 따라 멀어져 갔어. 나는 발자국소리 따라갔어. 후드득 후드득 옥수수 열매들이 떨어졌어. 그건 소리의 눈물이었어.
? ?1948년 4월 13일생 ― 검은 옥수수밭의 동화? 전문

― 흰 파도와 검은 바위와의 절단된 교감
사막에서의 이슬 찾기
목구멍을 치솟고 자라는 낙타가시풀

길 위에서 잠들지 못했다. 잠들면 길을 잃었다. 길은 잠이 없었다. 잠엔 꿈이 없었다. 잠들면 눈이 내려 마을을 지우고 발자국도 없이 길 끝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자유 찾아 그는 예까지 왔다.

망망대해 같은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서 그는 그 잔잔한 물결 위에서 쉬지도 못했다. 한시도 현을 놓아버리지 못했다. 낙인보다 아픈 수인 번호를 가져야 했다. 마른 목을 적시는 소주 한 방울의 달콤함에 취해 점점 그는 문둥이도 아닌데 눈썹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어떤 날은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아니 얼굴이 없었다. 어느 날 보니 깨끗하게 방을 비우고 사라지고 없었다. 결코 모나지도 않는데 왠지 정이 가지 않았던 남자…. 온다간다 말도 없이 여태껏 소식조차 없는 같이 살던 그 사람…….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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