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322092
ISBN10	8972322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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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동화 작가 송현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동아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그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 『쥐돌이의 세상 구경』(정부간행물윤리위원회선장 우수도서), 『판돌이 특공대』, 『쥐돌이의 비밀 잔치』, 『판돌이 대작전』, 『내 친구 쥐돌이 마을의 대소동』 등 많은 동화책을 펴냈다.

민족 문학 작가 회의 아동 문학 분과 위원장, 한국 어린이 문학 협의회 회장을 지냈고, 케이블 TV 채널 23번 '영재 교실' 프로그램의 MC도 하였다. 현재 한국 문화 예술 신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림 : 전성보

화가 전성보는 함경남도 홍원에서 태어났다. 국전 서양화 부문에 입선하였고, 출판 미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렸다. 『외로운 오뚜기』, 『천등산 이야기』, 『금빛 자유』 등의 그림을 그려 한국 어린이 도서상, 어린이 문화 대상(미술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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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뒤에 한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의사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소년이 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파리 두 마리가 제 뱃속으로 들어와 몸 안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머릿속에 있었고, 지금은 그 놈이 손으로 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쥐돌이도 웃음이 나왔지만 소년의 진지한 태도 때문에 웃음을 참았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소년이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 동안 여러 의사에게 가 보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그것은 병이 아닙니다,'하고 말했어요.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지만 파리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그들은 '네 몸안에는 파리가 없어,'하고 말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죠. '제가 선생님을 어떻게 믿죠? 파리들이 제 몸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있어요. 제 체험을 믿어야 할까요, 선생님의 설명을 믿어야 할까요?' 그러니 그들이 아무 소리도 못하고 난감해 하더라구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유명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선생님을 찾아온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다 들었습니다. 이제 소년은 이 의사 저 의사에게 신물이 났습니다. 파리가 없다는 말에도 지쳤습니다. 그래서 마뜩찮다는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았습니다. 의사는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아주 다정하게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pp.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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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 책은 의인화된 쥐돌이가 주인공인 이 동화에서 쥐돌이는 사건을 해결하는 행동자가 아니라 사건의 추이를 바라보는 관찰자로 나온다. 쥐돌이는 어느 마을에서 소문난 의사를 만난다. 그 의사는 다른 의사보다 치료비가 비싸다. 겉으로 보기엔 비싼 치료비를 받는 의사가 나쁜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비싼 만큼 더 열심히 치료하고, 환자 역시 비싼 치료비를 내는 만큼 살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를 꼭 나쁜 의사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수탉도 만난다. 주인은 그 수탉이 울지 않기에 제일 게으르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 수탉은 남의 이야기를 더 잘 듣기 위해 울지 않기에 게으르다고만 말할 수 없다. 땅 부자는 늘 땅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어느 노인은 완벽한 아내감을 찾느라 인생을 허비하고, 경찰관은 주행거리 500마일이 넘으면 오일을 교환해야 한다면서 강도를 쫓다가 주유소로 들어가 버린다. <br/><br/>이처럼 쥐돌이가 만난 세상, 특히 어른들의 세상은 어리석고, 속물적이고, 이기적이며, 심지어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특이한 것은 이솝의 이야기들처럼 우화에 가깝지만 어린이들에겐 이 동화의 배경이 전혀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친근하고 평범하다는 것이다.오랜 기간 동안 동화를 써 온 동화 작가 송현은 어린이들에게 동화적인 상상력의 세계도 중요하지만 현실 그 자체에 숨어 있는 이치와 어리석음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목에서 배낭 여행이 말해 주듯, 쥐돌이가 우물 안 개구리가 안 되려고 많은 것을 보고 들어야 한다고 노래하듯 이 책은 어린이들이 언젠가는 부닥치게 될 문제들을 미리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단순히 교과서적인 사고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가 있다. 일상을 그린 창작 동화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공허한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br/><br/>이 동화 책은 현재 우리의 동화가 너무 경직되어 있지는 않은지, 소재주의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는 의의도 부여할 만하다. 유연하고 창조적인 발상과 생각들을 주는 것에 교훈으로서의 목적을 삼고 있는 이 동화 책은 그래서 감히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 동화'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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