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과 산업재해는 ‘일하는 것’에 부수하는 리스크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일하는 것 자체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업은 일을 찾고 있으나 일이 없는 상태이며, 그런 이유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근로자는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그로써 생활을 꾸려가기 때문에 실업자가 되면 더 이상 목표가 서지 않는다. 즉, 실업은 소득의 대폭적 저하를 가져와 본인 및 가족의 생활을 위협한다. 또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타인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나 일하는 것을 통해 사회의 다른 부분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실업자가 되면 일하는 것이 주는 그러한 효용을 박탈당한다. (66쪽, 실업과 산업재해)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중에서 실업과 산업재해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삶의 각종 사건들이 초래하는 스트레스의 순위를 조사한 연구에서, 총 43개의 삶의 사건 중 부상·질
병이 6위, 해고가 8위를 차지했다(Holmes·Rahe, 1967). 물론 실업자가 되는 이유에 해고만 있는 것은 아니며 병에 걸리는 원인도 산업재해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순위들은 실업과 산재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이라는 공적보험에 의해 피재자의 구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66쪽, 실업과 산업재해)
이처럼 인간이 직면하는 실업과 산재리스크는 인간의 속성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청년층과 고령층, 중소·영세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 및 학력이 낮은 사람들 등이 노동의 양대 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즉, 임금이 낮은 그룹의 사람들이 저임금에 더해, 실업과 산재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양대 리스크를 제어해나가는 것은 격차의 축소라는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정책적 의의가 있다. (74쪽, 실업과 산업재해)
안전에 대한 투자는 최고경영자의 의식이 대단히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현장의 직원이 어떤 설비에 관한 리스크를 강하게 감지했다고 해도 그것이 관리자에게 원만하게 전달되지 않을 경우에는 유효한 대책이 강구될 수 없고, 전달되었다고 해도 안전을 중시하는 기업 풍토가 아니라면 문제의식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현실은 기업 상층부가 현장 정보에 어두운 경우가 많고 리스크 정보를 정확히 반영하는 데 실패하는 상황도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전자본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이익과 연결된다는 것을 인식해 전 직원에게 적절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지는 기업 풍토를 양성하는 것은 경영진의 중요한 책임사항이다. (93쪽, 실업과 산업재해)
최근의 빈곤 연구들에서는 그와 같은 우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만은 아닌 빈곤의 측면을 조명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빈곤이 고정화해, 어린 시절의 양육환경이 성인이 된 후의 낮은 생활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그것이 세대 간에 전승되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다. 즉, 어떤 사람이 빈곤 상황에 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가면서 우연히 위험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존재하고 있는 주어진 조건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96쪽, 빈곤리스크)
빈곤이란 저소득·저자산 등 경제적 지표로 측정할 수 있는 낮은 생활수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적 자본이나 가족관계, 대인관계가 얕아지고, 건강이 나빠지며 기력이 약해지는 등 인간이 리스크를 마주했을 때 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많은 자원의 결여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위험성의 소용돌이를 사회적 배제라고 부른다. (97쪽, 빈곤리스크)
일반 시민의 대다수는 빈곤이란 말을 현재의 일본 사회에 적용시키는 데 위화감이 있고, 빈곤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은 개발도상국이나 피재국 혹은 패전 직후 의식주조차 충족되지 못했던 일본의 상황 같은 것들이었다. 실제 경제학자 중 현재 일본에 빈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빈곤을 해당 사회의 틀 안에서 파악하고 있고, 인간이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규범으로 하는 기준에서 일정한 범위 안의 생활수준이 필요하다는 개념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99쪽, 빈곤리스크)
미성년층의 빈곤을 삭감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정책과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미성년층의 빈곤을 삭감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여성 근로소득과 처우의 개선이다. 이를 통해 세대 내 제2소득자 또는 모자세대 내 어머니의 근로소득이 상승하게 되므로 자녀를 키우는 데 안정된 생활이 가능할 수 있다. 또 미성년층의 빈곤 삭감을 위한 이차적인 방법은 아동수당, 조세제도 등에 미성년층의 빈곤을 삭감하려는 관점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미성년층 빈곤율이 높은 모자세대나 다자녀세대 등에게 균일하고 보편적인 급부를 적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맞추는 핀포인트 정책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128~129쪽, 빈곤리스크)
기업 측이 원래 단기적 고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취업해 있는 동안 기능 축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기능이 축적되지 않은 채 나이를 들면 점점 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가정을 이루어 독립된 생계를 꾸려가고 싶어도 비정규직은 스스로 독립할 수 없을 정도의 저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희망을 이루기란 쉽지않다. (168쪽,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리스크)
여전히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동법의 움직임이 더딘 것은 일본의 장기고용이 일본 경제의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견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장기 고용자들의 기업에 대한 헌신을 높이고, 또 고용 안정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고용형태라는 경기의 조정판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84쪽,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리스크)
단기간 고용자나 중도채용자가 능력을 발휘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취업 방식을 만들어나가려는 노사 양측의 진지한 노력, 기업연금이나 공적연금을 시간비례적으로 급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 노력 등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비정규직에게 육아휴직 수당 등의 여러 사회보장 확대, ‘균등처우’로 나아가기 위한 한층 강화된 법 차원에서의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가 비정규 고용에 내몰리고, 한번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비정규 고용을 강요받는다면, 젊은 층은 독립하기 어려울 것이고 다음 세대도 육성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가족들이 중년·고령층 남성에게 의존하는 경제는 조만간 모순이 확대되어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185쪽,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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