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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각인 1
선지 | 동아 | 2014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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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36g | 147*210*20mm
ISBN13 9791155112861
ISBN10 1155112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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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요.”
이다는 당당히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은 작고 가늘었지만 중지와 엄지 등의 손가락, 그리고 손바닥에 굳은살이 단단히 박여 있었다. 작은 어깨를 타고 내려오는 허름한 갈색 셔츠와 발목이 드러나는 검은 바지 차림은 누가 보나 동네 평범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리저리 뻗친 짤막한 갈색 머리카락과 그 옷차림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이다를 소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었다. 하얀 피부, 동그란 눈으로 이루어진 이목구미는 소년보다는 소녀에 가까웠다. 젖살도 채 빠지지 않은 볼과 작은 체구는 친구에게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렇게 놀림을 받을 적에도 이다의 눈이 이렇게 강하게 빛나는 일은 없었다. 강아지처럼 순한 인상의 갈색 눈동자는 평소완 달리 굳은 의지를 띠고 빛나고 있었다. 이다가 이런 눈빛을 하는 것은 예술 작품을 대할 때, 그리고 바로 ‘누군가’를 마주할 때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다의 이런 손에 꼽을 진지함의 대상이 된 책상 건너편의 상대는 대답이 없었다.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턱을 괸 그 자세 그대로 계속 한곳만을 응시했다. 그 무심함을 참다못한 이다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을 내리치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주세요. 일거리를 달라고요!”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며 말하자 그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돌린 시선은, 겨울철 맺힌 서리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헉.”
이다는 놀라서 침을 꿀꺽 삼켰으나,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표정이 상대에게 먹혀들어 갈 리가 없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는 의자를 뒤로 밀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에서 일어난 그 사람의 몸이 똑바로 서고, 서서히 빛을 투과하는 창문을 가려 이다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졌다. 그러는 동안 이다는 스스로가 어느새 책상을 내리쳤던 손을 치우고 똑바로 선 상태가 됐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남자는 이다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검은 머리칼은 빛을 받아도 조금의 변화도 없이 검었다. 그 아래 매끈한 이마, 날카로운 눈썹, 그 아래 사내답지 않은 긴 속눈썹이 있었다. 속눈썹 뒤로 감춰진 검은 눈동자가 차게 식었다. 무표정한 얼굴 뒤로 감춰진 감정은 사실 지겨움과도 같은 짜증이었다. 곧게 선 콧날 아래 입술이 열리고, 평소보다 한층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말했잖아. 청소하라고.”
꿀꺽, 하고 이다는 침을 삼켰다. 여기서 이렇게 물러날 순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청소 같은 거 말고요. 나한테도 ‘작업’ 할 걸 달라고요!”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다는 용케 피하지 않고 그에게 맞섰다.
“난 스승님의 도제라고요! 제자잖아요! 그러니까 스승님 작업을 도울 수 있게 해 주세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내버려 둘 셈이에요?”
입을 다문 채 이다의 말을 듣고 있던 그가 느린 속도로 입을 열었다.
“너. 내가 말했지.”
의자를 뒤로 차고 몸을 돌린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이다는 지금 이렇게 몸이 떨려 오는 이유는 저 남자가 정면으로 햇볕을 가려 그림자가 졌기 때문이라고, 절대 저 남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이마 위로 맺히는 식은땀, 떨려 오는 몸은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었다. 이다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서서히 다가온 그 남자의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고개를 꺾어야 했다. 이다가 얼굴을 보기에 그의 키는 지나치게 컸으므로.
하얀 셔츠 사이로 남자 본인이 그렇게나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단단한 근육이 보였다. 기껏해야 돌이나 깎는 조각가 주제에 무슨 몸 관리냐, 하고 묻는다면 기함을 할 남자의 몸은 당연히 그의 손길이 닿는 조각상처럼 훌륭했다. 그의 잘 가꿔진 육체는, 미를 추구하지 않는 자가 미를 다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그의 생각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다의 눈길이 가슴 근육을 지나 보이는 날렵한 쇄골, 똑바로 선 목을 지나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향했다. 남자는 광장이나 성당에서 보곤 하는 조각상보다 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싫다면, 내 도제를 때려치우라고.”
이다는 입을 딱 다물었다. 그런 이다를 보며 남자가 말했다.
“꺼져.”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다는 문 밖으로 쫓겨났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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