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갑자기 들이닥친 난독증과 우울증으로 생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문학이 찾아왔다. 그 시절이 내게 가장 슬펐고, 가장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가 된 뒤로도 청소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한양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지금은 일반문학과 아동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어 동화부터 소설까지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는 『성인식』 『하늘을 달린다』 『사랑니』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발차기』 『마녀를 꿈꾸다』 『난 할 거다』 『애벌레를 위하여』 등이 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진짜 특별한 친구입니다. 저보다 서른 살이나 많지, 피부 색깔도 전혀 다른 부족이지, 국적도 다르지, 말도 다르지, 생각도 다르지…… 같은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본문 13쪽)
요즘 들어 머리가 텅 빈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는 건 그래서 참 행복한 일이에요.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게다가 샘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샘께서 제게 보여주시는 그 믿음이 커서 저도 그 믿음에 부합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본문 19쪽)
고작 열한 살이었던 어린아이에게 초님이는 친구한테 말하듯이 말했어. 나는 그런 초님이한테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어. 다시 생각해도 그건 놀라운 일이었어.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맘 가는 대로 해.” 그 말을 들은 초님이는 환하게 웃더니 “고맙다!” 그러고는 악수를 청하는 거야. (본문 39쪽)
샘은 저한테는 일기장 같은 분이에요. 이렇게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요. (본문 75쪽)
그 큰 어른이, 나보다 거의 70년을 더 살아오신 거인이, 나한테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는데, 어찌나 미안하고 고맙던지……. 그때 난 어른도 아이한테 사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 그리고 나도 나중에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본문 86쪽)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일어나지. 아니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날마다 이런 현상을 느낄 수도 있어. 모든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고, 그렇게 정지된 시간 속으로 들어온 모든 생명체하고 말을 할 수가 있어. 난 그런 세상이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해. (본문 123쪽)
그 어떤 비밀이든 사람일인지라 반드시 그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거든. 그런 사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주위에 있다는 것도 명심해라. (140쪽)
살아가는 힘을 믿는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힘 을 믿는 것처럼 좋은 종교는 없어. 그게 최고야. 알았지? (165쪽)
청소년을 바라보는 작가 이상권의 따듯한 시선이 담뿍 느껴지는 『친구님』은 만남과 인연, 운명, 그리고 친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 숨막혀하는 현시대의 청소년과, 시대는 다르지만 그들처럼 힘든 경계의 강을 건넌 한 어른의 청소년기 이야기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교차된다. 씨실과 날실처럼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은 이야기가 섬세하게 직조되어 있다. 인간의 내면은 풀꽃처럼 연약한 모습이다가도 어느 순간 들풀처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은, 만남으로 인한 그 만남이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는 거미줄 같은 실선과 시간이 보태어져 진행형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마법사’와 ‘몽상가’와의 만남, 초님과 시우의 만남, 민수와 해인의 만남, 해인과 시경의 만남, 스콧과 해인과의 만남 등. 이들은 만남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사랑하고 성장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사랑과 상처, 위로와 성장의 공통분모는 ‘친구’이다. --- 김선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