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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153*224*20mm
ISBN13 9788971842928
ISBN10 89718429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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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취 소생 팔당 이모와 이모부의 결혼 생활에 꼬치꼬치 토를 다는 것은 정실 소생 보문동 이모 둘째 딸이었다. 이모, 외모만 보고 사람을 고르니까, 그렇지. 그깟 학벌이 뭐 대수라고. 잔치인지 제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아니 구분할 필요가 없는, 정실, 후취 소생들이 모두 모이는 그런 자리면 둘째 딸의 그런 소리에 나머지 친척들은 정실, 후취 쪽 가릴 것 없이 짐짓 난감한 내색을 하면서도 대번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그래, 또 그 얘기구나, 그런 표정으로. 아니, 딱히 우리 친척들 아니라도 다 알수 있는, 매우 평범한 상황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첫째 딸이 직접 하기에는 좀 뭐한 것도 마찬가지다. 둘째 딸이 하기에도 좀 뭐한가? 하지만 둘째 딸은 좀 편한 위치니까. 팔당 이모도 마찬가지였다. 또, 그 얘기구나, 그런 표정이. 언제나 그렇구 그런 핀잔을 받으면서 언제나 조금은 그 핀잔이 자랑스러운, 팔당 이모부는 두 집 사이를 통틀어 외모와 학력이 발군이었다. 팔당 이모가 공부나 외모에서 다른 이모들보다 못했으므로 두 배의 시샘을 이모는 받게 된 것이었지만, 이모부의 무능력과 게으름이 평생 동안 그것을 상쇄해왔다. 그는 유들유들했고 늘 자신만만했지만, 그의 학력에 주눅들어 친척들이 그가 하는 알쏭달쏭한 '사업계획'에 고개를 끄덕이는 기간은 아주 짧았고, 그는 점점 더 부황나고 외모가 희미해졌고, 친척들은 얼마안 가, 봉지쌀을 퍼주며 '쯧쯧' 하는 걸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래. 이모부는 그렇게 희미해지다가 차에 치어 죽었구나. 비명횡사라는 말은 사실 택도 없다. 그는 그냥 사라진 것이다. 급커브 길도 아니고,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도 아니고, 더군다나, 멀쩡한 대낮이었다. 술에 만취한 것도 아니다.
---pp.1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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