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부대 건축은 곡물용 자루로 이용되는 폴리프로필렌 부대에 흙이나 자갈, 마사, 모래 등을 담아 벽체를 만드는 집짓기 방식이다. 어스백Earth bag 건축, 샌드백Sand bag 건축, 슈퍼어도브Superadobe라고 부르기도 한다. 흙부대 건축은 ‘유연한 형태의 담틀건축’이다. PP부대에 흙을 담은 후 다져서 사용하므로 벽을 유연한 곡선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담틀건축은 각재와 판재로 벽체 틀(담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흙을 다져넣어 건물의 벽체를 만든다. 이렇게 다진 담틀 벽체 위에 골조 없이 그대로 지붕을 얹어 집을 짓는다. 다져서 쌓은 흙이 마르면 벽체 틀을 제거한다. 벽체의 틀은 주로 나무판재와 각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곡선 벽면을 구현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반면 흙부대 건축은 목재 틀 대신에 PP부대를 사용하므로 곡선구현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또한 흙부대 속의 흙이 굳은 후에 PP부대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그 위에 미장하여 벽체를 완성하기 때문에 작업이 수월하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다. --- 본문 "달나라에 집을 짓는 방법 " 중에서
흙부대 건축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이다. 구조적으로 안전할 뿐 아니라 건강하고 생태적인 건축방법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자재를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누구나 재미있게 자신감을 갖고 시작할 수 있다. 건축방법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야말로 흙부대 건축의 가장 큰 장점이다. --- 본문 "그 모든 흙건축법보다 더 우월한" 중에서
해남 화산면에 있는 양파망 흙부대 귀틀집은 천연단열재를 이용한 지붕시공 가운데 가장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 이 집은 경량각재를 이용해서 귀틀식으로 골조를 짜고 외벽과 지붕에 흙과 왕겨, 석회를 섞어 담은 양파망 흙부대를 쌓았다. 양파망이 지붕 단열재와 벽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진 15-4는 공사 중 비가 올 것을 대비해 비닐을 쳐 놓은 모습이다. 양파망에 흙과 왕겨, 석회를 섞어 담으면 가벼워서 지붕 개판 위에 올리기가 쉽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단열재를 올리기 위해 별도의 상을 걸 필요도 없다. 집 주인은 여기에 아스팔트 방수포를 타르 부분이 위로 가게 뒤집어 깐 후 피죽 너와를 얹을 계획이라고 한다. --- 본문 "좋은 지붕은 날씨를 겁내지 않는다" 중에서
흙부대 건축은 기둥이나 보를 사용하지 않는 무골조 건축으로 시작되었다. 기본형은 벽과 지붕이 하나로 연결되어 지붕골조가 따로 필요 없는 돔Dome형 주택이다. 돔이야말로 흙부대 건축이 지향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단순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돔 형태에는 벽체 골조는 물론 별도의 지붕골조나 지붕 마감재가 따로 필요 없다. 따라서 비용 절감이 가장 어렵다는 지붕 시공비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들어가는 자재도 몇 가지 안 되고, 시공 방법 역시 단순하다. --- 본문"벽과 지붕이 하나로" 중에서
2008년 2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Cape Town 변두리 판자촌 인근 자유공원(Freedom Park)에서 ‘10×10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판자촌의 빈민들에게 공급할 100채의 주택을 모래부대와 에코빔을 이용해 짓는 복지사업이다. 집 한 채 당 건축비용을 100만 원 이하로 설정한 초저가 프로젝트다. 주요 자재는 판자촌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모래이고, 노동력은 집이 지어진 후 살게 될 판자촌의 주민들이 제공한다. 건물은 2층짜리 다세대 주택 또는 연립주택 방식으로 짓는다. 2층을 올리기 위해 모래부대를 쌓은 1층 벽체 위에 거푸집을 만들고, 콘크리트 도리 위에 2층 골조를 올렸다. 골조로 사용된 에코빔은 각재에 얇은 금속졸대를 붙인 트러스로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며, 에코빔 골조 사이사이 모래주머니를 채워 쌓은 벽체에 그물망을 덮은 후 미장하거나 판재로 외벽을 마감해서 완성한다. --- 본문 "가난한 이들을 위한 희망의 건축" 중에서
흙부대 건축은 작은 규모일수록 주변에서 주워 모은 자재를 재활용하거나 스스로 짓기에 알맞고 그 만큼 경제적으로 지을 수 있다. 흙부대로 벽체를 만드는 방법은 무척 단순하지만 집 전체를 세우고 여러 가지 단도리를 하는 데 사전 지식도 필요하고 꼼꼼하게 살피는 여유도 필요하다. 물론 흙부대로 농막이나 집을 짓는 우리 모두가 초보자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가 종종 생긴다. 나도 그랬고 곽인영 목사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다. 하지만 작은 농막이 아름다운 빛으로 환한 까닭이 비단 사방에 뚫린 창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집 주인의 눈과 마음에 가득 찬 집이란 스스로 짓는 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