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안심시키는 방법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인데,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곳으로 생협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금까지 생협은 사람과 사람의 유대와 협동의 힘으로 먹거리, 물가, 환경 등 여러 영역에서 많은 기여를 해왔다. 지역주민들은 이러한 생협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기대를 담아 ‘생협이 더 애써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생협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자각해야 한다. --- p.16
지금 우리의 생활과 지역사회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의료와 복지 등 사회보장제도가 후퇴하고 인간관계는 소원해졌으며, 육아지원이나 노인 돌봄 등 생활·복지 영역에서 ‘새로운 삶의 어려움(新たな生きにくさ)’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삶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은 구매생협 그리고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구매생협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p.20
전국적으로 공급 효율성 개선이 중심 과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오사카팔코프는 공급반 수(또는 공급지 수)를 늘려 효율을 높이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오사카팔코프는 공급 코스(course)를 개선하여 직원과 조합원의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것을 중심 과제로 삼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반공급과 개별공급의 가치를 높여 이용 물품 수와 이용자 수를 끌어올리고, 그 결과 경제성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38
매장 중심의 구매생협이 정체된 상황에서 공동구입이 등장하고, 공동구입과 구매생협의 ‘관련’을 통해 생협 운동 전체가 크게 발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구매생협과 ‘새로운 협동조합’의 ‘협동조합 내 소규모 협동조합’이라는 ‘관련’이 중요 전략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련’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논의는 적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관련구조를 정리하거나 유형화하는 연구는 없었다. 관련구조는 지역성과 역사성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 p.63
바쁜 자영업자의 자녀를 돌봐주고 이사를 도와준 문구판매업을 하는 조합원이, “1학년 신입생 대상 교내 문구 판매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영리활동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지원해도 될지, 이 요청을 받아들여도 될지 운영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영업을 하는 조합원이 어려움에 처해 “누군가 빨리 도와줄 사람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하거나 누군가 “이런 것도 부탁해도 되나?”라고 묻는 그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 ‘그럼 한번 찾아보자’라는 마음에 지원해줄 사람을 꼭 찾는다. --- p.118
공동구입 사업에서 조합원의 의견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이 바로 공급 현장이다. (중략)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급 담당자들이 시간에 쫓겨 조합원과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어 조합원의 생활과 목소리에 다가서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와다치는 조직의 사업 수입이 생활클럽의 공급액(조합원 이용액)에 비례하기 때문에, 공급을 할 때 조합원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 (중략) 다카노리 게스케(毛利敬典)는 구매생협 몇 곳을 조사한 후 “공급 담당자와 조합원의 관계성과 이용액에는 상호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는데, 와다치가 바로 이와 관련한 도전을 했던 것이며, 이런 활동은 생활클럽 직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리하여 공급은 단순히 정형화된 업무가 아닌 조합원과의 협동관계를 되살리면서 고도의 협동노동으로 진화했다. --- p.163
니지의 집 고코로는 시설 입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의료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비영리 고령자 주택이다. 사업의 주체는 니지와 쇼나이의료생협로, 두 단체의 협동사업이다. 고코로는 코프개발센터가 건설하여 2004년 6월에 개원했다. 대상자는 의료의존도가 높고 개호보험에서 요(.要)지원 또는 요개호 1~5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중략) 고코로에서는 지역주민들(보육원 어린이 등)의 도움을 받아 크리스마스 행사 등 계절마다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쪽 반신마비가 된 입주자 S씨는 본인의 재활분투기를 다룬 책 [뇌졸중 후유증의 빛과 그림자(.腦卒中後遺症の明と暗)]를 내기도 했다. --- p.190
구매협동은 상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원리나 경제 효율에 입각해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 약해지고 협동은 줄어든다. 한편 복지협동은 서비스 노동의 협동화이며,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공동 작업이 된다. 둘은 이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협동은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매협동과 복지협동의 결합이 계속적으로 요구된다.
---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