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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봄이다

너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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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64g | 130*190*20mm
ISBN13 9788969761781
ISBN10 896976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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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품에 안겨 사랑을 나누는 일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아팠다. 그 아픔을 안다는 듯 아인의 손길이 한없이 다정스러워 그녀는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가윤 씨.”
다정하게 귓가에 속삭이는 그의 음성과 맞닿은 살결로 느껴지는 그의 온기가 그녀를 바꾸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그가 무엇에 대해 ‘괜찮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직 이런 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린 그가 자신을 토닥였다.
“그러니까, 나를 봐요.”
그의 말대로 가윤은 시선을 마주했다. 마주한 시선이 함께 흔들리며, 다시 그녀는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렇게 귓가에 요동치는 파도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탄식에 가까운 음성이 새어 나왔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에요.”
시린 날이었음에도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날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그가 알아차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녀는 그가 좋은 기억만 가지길 바랐다.
그녀는 그가 이런 자신은 몰랐으면 좋은 기억만 가지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이내 아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알아요.”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하며 그녀는 그를 끌어안았다. 항상 주저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를 향해 그녀는 처음의 설렘이, 그 어색한 모든 과정에서 온 미묘한 감정들이 한순간에 변했던 일에 감사했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게 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자신조차도 몰랐던 일이었는데 그는 무엇에 대한 확신으로 제게 말했던 것일까.
그 단 하나의 사실이 그녀의 마음에 봄을 불러냈다. 마음에 가득 찼던 시린 겨울이 물러났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봄이 되어준 그를 온 마음을 다해 끌어안았다.

아침의 햇살은 언제나 기분이 좋게 살짝 고개를 내민다. 가윤은 열린 문틈으로 돋아나는 해를 보며 아인의 품에서 바스락 거렸다.
“아인 씨. 일어나 봐요.”
예쁜 풍광을 그가 함께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녀는 살결이 스치는 감각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직 자신이 그의 품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런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가윤 씨.”
그가 나직하게 그녀를 불렀다. 귓가에 닿은 음성이 듣기 좋아 가윤은 녹음을 할까 고민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꾸 그렇게 움직이면 나 오늘 비행기 안 타러갈 건데 괜찮아요?”
아인의 말에 가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가윤은 그런 아인을 두고 서둘러 다른 방으로 건너갔다. 이불을 돌돌 말아 사라지는 가윤의 뒷모습을 아인이 두 눈으로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가윤이 자신에게 올 날을 기다려야 했다. 어느새 길어진 머리카락이 곱게 흔들리는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옆에서 웃던 소리를 언제 다시 온전히 듣게 될지 몰랐다. 하지만 아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떨려왔다. 농부가 첫 수확물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보다 더 간절할까 싶었다. 아니, 어느 소녀의 간절한 소망이 이보다 더 소중할까 싶었다.
그래도, 제게는 가윤이 온다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예정돼 있었다.
예정이었지만 그는 그 사실 하나에 행복할 수 있었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평범한 행복이 손에 들어와 있는 느낌에 그는 조심스러웠고 동시에 맛보기를 갈망했다.
어린아이가 생에 처음으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와 같은 욕구가 그의 안에서 들끓었다. 처음 맛본 달콤함에 끊임없이 원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는 가윤이 제 옆에 있는 평범한 날을 소망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라는 걸 하고 사랑을 하는 지금이 가장 소중한 그였다.
그는 이 순간이 매일매일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바닷바람에 실려 보냈다. 아인은 소란스러워진 밖의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새하얀 가윤의 얼굴을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는 서둘러 움직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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