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1592년) 사월 초, 부산첨사 정발이 군사를 데리고 절영도에서 산행을 하다가 문득 바다를 바라보니, 무수한 왜선이 바다를 새카맣게 뒤덮으며 몰려오고 있었다. 정발이 크게 놀라 부랴부랴 성으로 돌아와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었으나, 왜적이 곧 따라와 성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치니, 성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정발은 혼란 중에 죽었다. 수성장 박홍은 왜적의 강대함을 보고 싸울 뜻이 없어 성을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왜적이 그 여세를 몰아 서평포를 짓밟으니, 첨사 윤홍신이 힘써 싸우다 끝내 죽고 말았다.
- 본문 28쪽에서
임금이 떠나는 것을 안 백성들이 몰려나와 노직을 향하여 꾸짖기를,
“너희들이 나라를 도와 이 성을 지키지 않고, 이제 우리를 버리고 임금을 모셔 어디로 가려 하느뇨?”
하며, 어지러이 돌을 던지니 노직이 맞아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르는데도, 하인들이 감히 막지를 못하였다. 보다 못한 평안감사 송언신이 군사를 지휘하여 백성 하나를 베니, 백성들이 놀라 주춤하는 사이에 어가가 서둘러 길을 떠나더라.
- 본문 58~60쪽에서
과연 마득시가 동남풍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며 불 놓을 준비를 하였다. 작은 배 수십 척을 준비하여 거기에 마른 나무를 많이 싣고 출전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었다. 드디어 화약을 배에 가득 싣고 전선 백여 척을 거느리고 나아가 전날 싸우던 곳에 와 보니, 조선 배 수십 척이 보였다. 마득시는 불화살과 조총을 무수하게 쏘아 댔다. 그런데 조선 배에서는 군사들이 불에 타고 총을 맞는데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득시가 더럭 의심이 나서 가까이 가 보니 배 위에 있는 것은 초인들이었다. 함정에 빠진 줄 알고 마득시가 급히 뱃머리를 돌리는데, 사방에서 함성이 일어나며 화포와 불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는지라. 숨어 있던 조선 병사들이 일어났으나, 마득시는 초인을 쏘느라 화살과 총알이 다 떨어져 변변히 맞서 싸우지도 못하였다. 마득시는 군사를 반수 이상 잃고 남쪽으로 달아나는데, 그때 조선의 대장선이 다가왔다. 그 배에는 큰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조선 수군대장 이순신’이라 써 있었다.
- 본문 79~80쪽에서
마침 적장 안국사가 군사를 보충하여 의령을 공격하려 하였다. 하지만 물이 깊어 쉽게 강을 건너지 못하였다. 안국사는 군사들이 빠질까 걱정되어 물이 깊은 곳은 나무로 표시를 해 두었다. 곽재우가 그 사실을 알고 가만히 사람을 보내 그 표를 뽑아서 얕은 곳에 꽂아 놓고 군사를 몰래 숨겨 두었다. 과연 왜적이 그날 밤에 강을 건너오다가 많이 빠져 죽으니, 재우가 숨겨 놓은 군사를 일시에 내몰아 허우적대는 왜적들까지 베어 넘기니, 안국사가 견디지를 못하고 물러나더라.
- 본문 88~90쪽에서
순신이 하늘을 우러러 네 번 절하고 도적을 모두 없애기를 청하는데, 문득 큰 별 하나가 바다로 떨어지니, 순신이 하늘을 우러러 탄복하였다. 다시 순신이 진린과 더불어 청정의 전선을 맞아 싸우는데, 문득 급한 철환이 날아와 순신의 가슴을 맞혀 바로 등을 뚫고 나가는지라. 순신이 말하길,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 본문 157~158쪽에서
적장이 허락하고 논개와 함께 바위 위에서 춤을 추게 되었다. 적장이 점점 춤에 빠져 긴장을 풀더니, 그 틈을 타 논개가 적장의 허리를 안고 물에 뛰어들었다. 드넓은 강물이 두 사람을 순식간에 삼켜 버리니, 간 곳을 모르더라. 적장이 이렇듯 갑자기 죽으니, 적병이 성을 버리고 돌아가고, 이로써 진주를 다시 찾게 되었더라.
- 본문 161쪽에서
다음 날 오시가 되니, 문득 덕령이 산속에서 내려와 말하였다.
“너희가 끝내 나의 말을 가벼이 여기고 당돌히 물러가지 아니하는가.”
이러고는 바람 ‘풍(風)’ 자를 써서 공중에 던지니, 문득 큰 바람이 일어나며 한 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윽고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지고, 바람이 뚝 그치더니, 도적의 머리에 붙인 종이가 모두 사라지고 없는지라. 덕령이 또 청정을 불러 말하길,
“너희가 돌아가도록 그렇게 달래어 이르되 끝내 깨닫지를 못하는구나. 오늘날 나의 재주를 보았느냐? 혼자서 네 군사들의 머리에 붙은 종이를 순식간에 거둘 때 어찌 너희를 죽이지 못하였으랴마는, 내 몸이 지금 상중에 있고, 나라에 허락을 받지 아니하였기로 그나마 너의 목숨을 보전한 것이다.”
- 본문 164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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