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는 ‘10cm만 더 컸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랐다. 이보다 더 큰 소원이 없었다. 지금 이 키에다 10cm를 더하면 144cm, 거기에다 하이힐을 신으면 154cm. 이만하면 이 세상에 부러울 게 뭐가 있으랴.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이 세상이 좁다고 말하며 다녔을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소원이 있다.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해서 그 소원만 이루어지면 인생이 대박 나고 인생 역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간절하게 믿는다. 나의 경우 소원을 버리는 대신 소원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정말 인생이 대박 났다. 인생 역전을 이루었다. 이제서야 그 소원의 비밀을 알 것 같다. 내가 바라던 그 소원이야말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가장 값진 선물인 것이다.
“작은 거인.” 나를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이 별칭이 마음에 든다. 겨우 그 키로 훨씬 더 큰 키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작은 키를 강점으로 만들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시 태어난다면 큰 키에 곧은 등을 갖고 싶으냐고 묻는다. 물론이다. 하지만 그래서 또 놓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견딜 수 있는 장애, 고통, 어려움이 있는 것은 내 삶의 축복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지금 사람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하나님을 찾으며 살아가도록 해 준다. 그 축복을 누리기 위해 오는 인생의 고난과 고생을 어찌 마다하겠는가! 주님은 이 세상을 잠시 다녀가는 사람들을 많이 사랑하신다. 나를 사랑하심이 크다. 내가 연약할수록 그 사랑은 더 크다. 그 큰 사랑을 함께한다. 하나님이 나를 만나러 오고 계심을 본다. 나는 하나님으로 가슴이 뛰는 삶을 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만나는 일들은 나를 고생시키겠지만 바로 그 고난이 나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겠는가! 살아가는 동안 이 말씀이 내 인생 가운데서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사랑은 불가항력이다. 그 불가피한 힘을 매일의 생활에서 경험하고 실천하면서 인생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내 인생에 일어난 가장 큰 전환은 이 불가항력의 사랑, 하나님의 사랑을 만난 일이다. 그 사랑에 감동해서 사람인 나를 먼저 사랑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이 너무나도 사랑하신 사람들도 사랑하게 되었다. 기술자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좋은 대학에서 공부한 것은 열심히 살아온 결과물이지 나의 본질은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의 본질에 이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은 사랑하려고 노력 안 해도 되는 수준이 되었다. 그 사랑이 나를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믿어 보라고 하는 예수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믿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예수님이 내 친구가 되어 주신다고 하니, 이 세상 사람들보다는 믿어 볼 만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어쩐지 예수라는 분은 나를 무시하고 구박하던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나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를 위해 마음 아파하던 한 선생님의 사랑이 굳게 닫힌 어린 마음을 이 세상과 하나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자신교인에서 기독교인이 되었다. 직업학교 초기에는 교회에 가지 않으려고 버텼지만 졸업할 즈음에는 교회를 다니는 신자로 바뀌었다. 예수님이 친구가 되심을 믿기 시작했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 못생긴 여자애라는 것, 가난해서 중학교도 못 간 기술자라는 것, 이 모든 것에 대해 용서하고 마음을 바꿔 먹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 ‘마음 아픈 일 안 하기’와 ‘죽을 만큼 열심히 살기’이다. 주님께 마음을 드린다고 해 놓고 그 마음을 계속 원망과 용서하지 못함과 증오로 남겨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나는 척추 장애로 몸이 늘 아픈 사람이다. 신체가 아픈 사람이 마음까지 원망, 증오, 절망, 슬픔으로 가득 차서 살게 된다면 이것은 나 자신에게 너무 부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노력하거나 신앙생활을 잘 해서 온 복이 아니었다. 운이 좋아서 살아온 세월이 결코 아니었다.
생각은 이어졌다. 아니, 그렇다면, 내가 만난 하나님, 내가 믿는 예수님은 도대체 누구인가 기도하는 것마다 다 들어주시는 분인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감사와 두려움이 뒤섞인 심정으로, ‘이렇게 쏟아지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면, 반드시 그 은혜를 갚을 날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너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면 어떻겠니? 네가 필요로 하는 일들은 남들도 다 하는 일이란다. 내가 시키는 것을 하면 어떠니?” 아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나는 공연히 억울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아이고, 주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 이제야 좀 살 만해요. 그냥 제 인생 살게 좀 도와주세요. 대학도 가고, 돈도 벌고…. 성공이 바로 눈앞에까지 왔다고요.” “성공! 성공! 이 세상 사람들이 가는 그 길을 너까지 갈 것 없다. 너는 마음을 지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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