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字)가 탁여(卓如), 호(號)는 임공(任公)이며, 필명(筆名)은 음빙실주인(飮?室主人)·음빙자(飮?子)·만수실주인(曼殊室主人)·신민자(新民子)·소년중국지소년(少年中國之少年) 등등이다. 서구 열강의 침략과 대항의 최전방 지역이었던 광둥성(廣東省) 신후이(新會) 사람으로, 반경반독(半耕半讀)의 향신(鄕紳) 가정에서 태어났다. 동치(同治) 12년(1873), 즉 아편전쟁이 일어난 지 33년 뒤, 태평천국의 난이 평정된 지 10년 뒤, 서구의 충격이 한창 중국으로 물밀듯이 거세게 쳐들어오던 시기였다.
량치차오는 중국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근대 전환기를 살면서 끊임없이 시대를 이끌어 간 대표적 지식인이었다. 신문·잡지 및 교육을 기반으로 변법유신(變法維新)을 도모하고, 근대화된 서구 문명을 선전함으로써 폐쇄되었던 근대 중국에 새로운 개혁의 기풍을 일으켰으며, 특히 탁월한 계몽주의 사상가·정치가·언론인·교육자·문학가로서 중국 문화사(文化史)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일반적으로 량치차오의 생애는 크게 수학(修學) 시기(1873∼1894), 유신 운동과 계몽 활동 시기(1895∼1903), 입헌 추진과 정치 재개 시기(1904∼1917) 그리고 강학(講學)과 저술 시기(1918∼1929) 등 네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의 인생 역정은 한마디로 중국의 근대화를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정계에서 은퇴한 1917년 무렵까지는 주로 정치가로서 학술 활동을 병행하면서 자신이 말한 학자의 임무인 ‘세상을 깨우쳐야 한다(覺世)’는 사명감 아래 근대 중국의 신문화(新文化) 창도자·실천자로서 소임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1918년 이후로는 학술 연구에 전념하면서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傳世)’ 전통문화의 수호자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 변화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1918년 이후의 작품도 일부 실었다.
역자 최형욱(崔亨旭)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 타이완 국립정치대학 대학원에서 《청대 양호파의 원류 및 그 문학 이론 연구(淸代陽湖派的源流及其文學理論硏究)》라는 논문으로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1996년 《량치차오의 문학 혁명론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부터 한양대, 연세대 등에서 시간 강사를 역임하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경동대 전임 강사를 거쳐 현재 한양대 중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여름부터 1년간 방문학자로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중국학센터에서 연구한 바 있다. 주요 논문 및 저역서로 《조선의 량치차오 수용과 량치차오의 조선에 대한 인식》, 《량치차오의 중국 국민성론 및 조선 국민성 비판 탐구》, 《중국 근대의 계몽주의 문학 사조》, 《량치차오의 시계 혁명론이 개화기 한국 시론에 미친 영향》, 《량치차오의 추풍단등곡(秋風斷藤曲) 탐구》, 《한중 전통문화 관련 디지털 인문 콘텐츠 실태 비교 및 수준 향상 방안 연구》, ≪신편 명심보감≫, ≪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 등이 있다.
역자는 평소 중국의 근현대 문학 이론, 근현대 한중 사상·문학 비교, 특히 중국 근대 문학과 현대 문학의 연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체로 1910년대 후반, 즉 5·4 운동 무렵을 기점으로 보는 중국 현대 문학사는 왕왕 이전의 장구한 중국 문학이나 역사와 단절시켜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전통은 계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쉰(魯迅, 1881∼1936) 이전에는 마치 문학이 없다시피 한 것으로 보이게 했다. 중국 근현대 문학의 발전 양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또 그 가운데서 이전 문학과 연계된 흐름을 이해한다면, 중국 문학 특히 근현대 문학 연구에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구에 임하고 있다.
또한 중국 근현대 문학 및 사상에 대한 연구는 그 자체로서뿐만 아니라 이 시기 우리 문학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연구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근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관념들이 왜, 어떻게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해 갔는가, 문학을 비롯한 서구 문명이 밀려들어 중국과 충돌하고 또 융화되면서 어떤 양상을 보였는지 등에 관한 많은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해서도 큰 관심을 갖게 한다. 즉, 우리나라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근대화 시기에 서구 열강 및 일본의 침탈을 겪음으로써, 부득이 우리의 본모습을 잃고 커다란 곤혹과 수모를 치르며 파행적인 근대화의 과정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근대화에서도 서구적 근대화에 대한 저항과 수용이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으며, 이로 인해 중국과 유사한 모습들이 보였다. 때문에 본서의 작업을 포함한 역자의 연구 과제들은 중국 근현대 문학 및 사상의 형성·연계와 그 본질을 살피는 데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에 대한 이해를 통해 또 다른 각도에서 중국과 우리나라 및 세계의 근현대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