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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돌런갱어 시리즈-0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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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556쪽 | 147*205*35mm
ISBN13 9788993094947
ISBN10 899309494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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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울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엄마를 생각하며 흘러내린 눈물로 베개가 다 젖어버렸다. 아빠가 살아 있고 우리의 가정생활이 완벽했던 시절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졌다. 그때 엄마가 우리에게 해주었던 온갖 좋은 일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났다. 무엇보다도 그때 엄마는 있는 사랑 없는 사랑을 우리에게 다 쏟아부어주었다. 내 자식과도 같았던 코리 때문에 더 울었다. 바로 그때 나는 눈물을 멈추고, 쓰라리고 냉혹한 복수로 생각을 돌렸다. 누군가를 무릎 꿇리는 최고의 길은 그들이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가장 심하게 상처 입힐 수 있을까? 그녀는 우리를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잊으려고 애쓸 것이다. 잊지는 못하리라. 그녀가 잊지 않았음을 나는 확인하고자 했다. 바로 이번 크리스마스에 카드를 보낼 생각이었다. “당신이 원하지 않았던 네 명의 드레스덴 인형으로부터”라고 적으리라. 그러고는 고쳐 적어야겠지. “당신이 원하지 않았던 세 명의 드레스덴 인형과 당신이 데려갔으나 영영 다시 데려오지 않은 한 명의 드레스덴 인형으로부터.” 그녀가 카드를 노려보며 생각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_67쪽

그가 몸을 홱 돌리며 내 손에 있던 가위를 빼앗아 들었다. “그럼 줄리언은? 결혼은 폴하고 하고 춤은 줄리언하고 추겠다고? 줄리언이 너한테 미친 듯이 빠져 있다는 거 너 알잖아. 온몸으로 말하고 있어. 널 쳐다보는 눈이나, 널 만지는 태도나.”
나는 뭐에 씐 듯 뒤로 물러섰다. 크리스는 단지 줄리언 얘기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오빠의 명절을 망쳐놓았다면 미안해. 하지만 오빠도 누군가를 찾아낼 거야. 오빠도 폴을 사랑하잖아, 그렇다는 거 내가 알아.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우린 나이 차이는 나지만 잘 맞는 짝이라는 걸 오빠도 알게 될 거야.” 나는 전지가위를 든 크리스를 정원에 내버려두고 떠났다.
캐리가 새 컬러텔레비전과 온갖 새 옷과 게임을 가지고 놀며 집에 있는 동안 폴이 나를 그린글레나로 데려갔다. 폴은 오늘 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계획한 파티에 대해 행복하게 떠들었다. “좀 이기심을 부려서 크리스와 캐리는 집에 놔두고 가고 싶지만, 내가 네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줄 때 걔들도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스쳐 지나가는 겨울 풍경에 시선을 박고 있었다. 헐벗은 나무, 누런 잔디 그리고 어두워지면 켜는 야외용 조명과 장식들을 단 예쁜 집들이 지나쳐 갔다. 이제 나는 쇼의 일부였다. 더 이상은 갇혀 사는 구경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었고, 비참했다.
“캐시, 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옆에 앉아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폴의 정원에 나만큼이나 비참한 기분에 빠진 한 남자를 내버려두고 왔다. _286~287쪽

“참 대단한 장난감을 주는구나.” 목에 모래가 낀 듯 버석거리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이제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 볼을 타고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내가 의사가 되는 날 아빠가 주시겠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우리가 폭스워스 홀에 갔을 때 오빠가 옷 말고 유일하게 가져간 게 그 작은 카탈로그였는데. 그리고 폴, 있잖아요, 크리스는 파리를 때려잡거나 거미를 죽일 때마다 존 커프 현미경이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데요. 그리고 한번은 다락방의 생쥐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다니까요. 생쥐들이 왜 그렇게 빨리 죽는지 스스로 발견해보고 싶다고요.”
“생쥐가 어려서 일찍 죽나?” 폴이 진지하게 물었다. “죽을 때 어렸는지 어떻게 알아? 새로 태어난 새끼들을 잡아서 표시라도 해둔 거야?”
크리스와 내 눈이 마주쳤다. 그랬다. 우리는 어릴 때 붙잡혀서 다른 세상에 살았으며, 슬금슬금 기어 나와 우리의 음식을 야금거리던 생쥐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미키라는 이름의 생쥐를. _367~368쪽

폴은 푹 잠들어 있고, 죽은 듯이 고요한 한밤중에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산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의 씨앗! 산등성이를 훑고 내려오는 바람이 바스락거리고 끼익끼익 소리를 지르며, 불경하고 사악하고 나쁘다고, 할머니가 우리에게 붙여주었던 그 모든 꼬리표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 창에 이마를 대고 저 멀리 어둡고 그늘진 산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다락방 창문으로 수도 없이 내다보았던 그 봉우리들이었다. 그리고 맞다. 딱 코리가 그랬듯이, 나는 알았다. 바람이 나를 찾아다니며 늑대처럼 울부짖고 나를 날려버리고 싶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코리를 날려서 메마른 흙으로 만들어버린 것과 꼭 마찬가지로.
나는 캐리를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에 황급하게 그녀의 방으로 가서 침대에 웅크렸다. 악몽을 꾸었을 때는 그랬다. 바람이 나를 해치기 전에 캐리부터 데려갈 것처럼 느껴졌다. _459쪽

나는 보석으로 반짝이는 손가락을 계단 난간을 따라 우아하게 움직이며 스텝을 밟는 순간순간마다 시폰 스커트 자락이 펄럭이는 것을 느꼈고, 이제 내 어머니와 바트가 함께 바짝 붙어 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는 온몸을 떨고 있었지만, 애써 냉정을 유지했다. 푸른색 드레스덴 눈 속에 깜박거리고 있는 공황이 보였다. 바닥까지 계단 두 개를 남겨놓고 서서, 나는 친절하게도 그녀에게 내 가장 우아한 미소를 선물로 주었다. 나는 방 안에 있는 누구보다도 키가 커야 했기 때문에 계단을 다 내려오지 않았다. 캐리가 신던 10센티미터짜리 굽과 같은 높이의 은색 굽을 신고 있는 나를 모든 사람이 올려다보아야 했다. 나는 같은 높이에 섰을 때 내 어머니와 눈과 눈을 맞추기 위해 이 굽을 선택했다. 그래야 그녀의 경악을 더 잘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불편한 기분을 더 잘 들여다보려고. 그녀의 철저한 붕괴를 더 잘 보려고!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커다랗고 분명한 목소리로 청중에게 외쳤다. 내 목소리가 전령의 나팔 소리처럼 울려 퍼졌고, 여러 방에 흩어져 있던 다른 사람들도 끌어냈다. 수십 명은 되는 무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 쥐 새끼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침묵에 이끌려 나온 듯싶었다. “윈슬로 씨.” 내가 교태를 부리며 그를 불렀다. “와서 나와 춤을 춰요. 15년 전에 내 어머니와 춤을 추었던 것과 똑같이 말이에요. 내가 열두 살이었고 저 위에 숨어 살았고, 그녀가 지금 내가 입은 것과 똑같은 드레스를 입었을 때와 똑같이.” 바트는 눈에 보이도록 흠칫했다. 그의 검은 눈이 감전이라도 된 듯한 충격에 더 어두워졌지만, 그는 내 어머니 곁을 떠나기를 거부했다!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왜 바람은 항상 내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싶어 할까?
내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무언가를.”

3년여 만에 다락방에서 탈출한 아이들은 바깥세상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친절한 의사 폴의 도움으로 행복을 되찾는다. 크리스는 의대에 진학하고, 프리마 발레리나로 성공하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던 캐시에게는 새로운 사랑들이 찾아온다. 운명처럼 시작된 금지된 사랑을 과연 끝낼 수 있을까? 희망을 갖게 한 새로운 만남도 잠시, 다락방의 꽃들에게 또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결국 캐시는 엄마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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