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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147*205*35mm
ISBN13 9788993094954
ISBN10 899309495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넌 진짜 그럴 생각이었던 거야!” 그가 쏘아붙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우린, 너는, 너나 내가 살겠다고 네 자식들을 이 다락방에 데려다 놓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해.”
“내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오빠 끔찍해!”
“나 지금 많이 참고 있는 거야. 난 널 믿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네가 아직까지도 악몽 꾼다는 거 알아. 우리가 어리고 순진했던 시절에 겪은 일 때문에 여전히 괴로워한다는 거 안다고. 하지만 네가 너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려면 철이 들어야 해. 잠재의식이 종종 현실로 이어진다는 거, 아직도 배우지 못한 거야?”
그가 엄마에게 다시 다가가 꼭 안고 달래주면서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절박하게 매달리자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엄마는 왜 그토록 절박했을까?).
“캐시, 내 사랑. 잔인한 할머니가 물들여놓은 두려움은 내려놔. 그녀는 우리에게 지옥과 영원히 끝나지 않는 보복의 고통을 믿게 하려고 했지. 지옥이란 없어. 우리 스스로 만들어놓은 지옥만 있을 뿐이야. 천국도 없어. 우리끼리 세운 천국만 있을 뿐이지. 네가 무의식적으로 했다는 짓으로 내 믿음을 무너뜨리지 마, 내 사랑. 네가 없으면 나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야.”
“그럼 이번 여름에 ‘오빠’의 엄마 보러 가지 마.”
그는 눈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에 고통이 그득했다. 나는 살며시 바닥에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왜 불현듯 무시무시한 두려움이 들까? _29~30쪽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베일로 가리지 않은 그녀를 볼 기회였다. 나는 그녀를 보았다. 정말로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코나 입술, 눈을 봤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내가 본 건 그녀 얼굴 양쪽에 난 삐쭉삐쭉한 흉터뿐이었다. 고양이가 할퀴어서 흉터를 남겼나? 나는 뭐라도 맛있게 먹을 식욕도 없이 탁자에 홀로 앉아 있는 늙은 여인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토록 외롭고 사랑받지 못하며 산다는 것은 어쩐지 부당한 일처럼 느껴졌다. 한때는 우리 어머니만큼이나 아름다웠을 것도 같은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세월이 어떻게 빼앗아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운명도 애꿎기는 마찬가지였다.
“형……?”
“쉿……”
그녀는 계속 이쪽을 바라보다가 얼굴에 베일을 내렸다. “거기 누구 있어요?” 그녀가 불렀다. “가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요!”
그 말이 통했다. 나는 땅으로 뛰어내려 바트의 손을 잡고 내달렸다. 그가 평소대로 비틀거리다가 넘어져서 나를 지체시켰다. 나는 그를 똑바로 일으켜 세우고 계속 뛰었다.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더 빠르게, 더 빠르게 달리라고 그를 재촉했다. 바트가 숨을 몰아쉬었다. “조리! 그렇게 빨리 가지 마! 뭘 봤어? 말해봐. 귀신이었어?”
귀신보다 나빴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내 어머니 모습이 어떨지 보았다. 엄마가 세월에 그렇게 유린될 만큼 오래 산다면. _57~58쪽

엄마 아빠 둘 다 커질 대로 커진 눈으로 얼어붙었다. 어떻게 보면 무력해 보이기까지 했다.
몇 시간 후 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긴 복도를 살금살금 걸어가서 부모님 침실 바깥에서 귀를 기울였다. 엄마가 말하고 있었다. “이건 꼭 우리가 언제까지나 다락방에 있을 거고, 영영 자유의 몸이 되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야.”
맬컴과 내가 다락방하고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우리 둘 다 다락방에 보내진 일이 있었기 때문인 걸까?
나는 손과 무릎을 바닥에 짚고 몰래 복도를 기어 내 침대로 돌아와 조용히 누웠다. 나 자신과 내 ‘잠재의식’에 두려움이 들었다.
베개 밑에 내가 낮이고 밤이고 빨아들이고 있는 맬컴의 일기가 있다. 나는 더 강하게, 더 똑똑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_242쪽

“바아아-티.”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바람에 반바지 아래로 레이스 팬티가 보였다. “놀자, 바아아-티, 신디랑 놀 거지……?”
작고 통통한 손이 내게 뻗어왔다. 그녀는 나를 ‘유혹’하려 하고 있다! 두 살하고 몇 달밖에 되지 않은 것이 여자들의 온갖 사악한 수단을 알고 있었다.
“신디.” 엠마가 주방에서 불렀지만, 나는 낮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수풀 뒤의 나를 볼 수 없었다. “너 괜찮니?”
“신디는 모래성을 짓고 있어!” 나를 보호라도 해주겠다는 듯이 아무것도 아닌 조그만 게 대꾸했다. 그러고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색 모래 들통을 들어서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된 부삽과 함께 내게 내밀었다.
나는 주머니칼의 손잡이를 더 꽉 움켜쥐었다. “예쁜 신디.” 나는 더 가까이 기어가면서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띠고 노래하듯이 불렀다.
내 모습에 그녀가 깔깔 웃었다. “예쁜 신디는 미용실 놀이 하고 싶어 해……”
그녀가 손뼉을 쳤다. “꺄아.” 그녀가 지저귀는 소리를 냈다. “좋아.”
손에 잡히는 금발 머리는 실크처럼 부드럽고 깨끗했다. 내가 그녀의 포니테일 머리를 잡아당겨 리본을 푸는데 그녀가 웃었다. “널 다치게 하려는 거 아니야.” 내가 진주 손잡이가 달린 칼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러니까 소리 지를 생각 마…… 일이 끝날 때까지 넌 미용실에 그냥 조용히 앉아 있는 거야.” _265쪽

어찌 된 이유에서인지 그때 나는 눈을 들었다. 바트가 어두운 구석에 다시 앉아 있었다. 금장을 두른 듯이 보이는 빨간색 표지의 책을 쥔 채였다. 그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증조할아버지가 쓴 글을 읽으며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몸이 떨려왔다. 맬컴의 일기는 그 화재에서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바트가 들고 있는 책은 싸구려 모조 가죽을 두른 것이었고, 모든 페이지가 텅 비어 있었다.
그게 바트에게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말이다.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그’는 내가 혼자 있을 때를 좋아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폭스워스 홀이 무너지고 몇 년 후, 캐시는 두 아들 조리와 바트를 데리고 한적한 교외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여인이 그들 앞에 나타나면서 운명의 수레바퀴는 다시 불행으로 치닫는다. 증조부 맬컴의 일기장을 손에 넣으며 점점 이상해지는 바트와 부모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내는 조리. 비운의 가족사는 이어져 내리며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의 굴레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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