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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뿌린 씨앗들

어제 뿌린 씨앗들

돌런갱어 시리즈-0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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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147*205*35mm
ISBN13 9788993094961
ISBN10 8993094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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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황혼이 장밋빛으로 타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는 머리 위 커다란 아치 아래 어둑한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숨기고, 조리가 멜로디와 거대한 무도회장에서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연인과 춤을 추는 그녀는 공주처럼 보였다.
아, 조리와 멜로디 사이의 정열이 내 가랑이도 아쉬운 갈망으로 휘저었다. 다시 그들처럼 젊어지고…… 모든 걸 다시 새로 하고…… 두 번째는 제대로 하고 싶다는 갈망…….
문득 다른 벽감 쪽에 바트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염탐하려고 기다린다는 듯이…… 그는 문틀에 편하게 기대서 있었다. 하지만 멜로디를 좇고 있는 불타는 눈은 편하지 않았다. 그 눈은 내가 전에 본 적이 있는 욕망으로 들끓고 있었다. 심장이 펄쩍 뛰었다.
바트가 조리에게 속한 것을 원하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_5쪽

나는 물기 진득한 파란 눈에 등이 굽은 노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미소, 가늘어져가는 은빛 머리칼, 아주 새까만 속눈썹을 단 눈에 무언가가 있었다. 아빠!
그가 우리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만큼 오래 살았다면, 그리고 인류가 아는 모든 괴로움을 다 겪고 났다면 이런 모습이 됐을 것이다.
나의 아빠, 내 어린 시절의 기쁨이었던 잘생기고 내가 사랑했던 아버지. 언젠가 다시 그를 보게 되기를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던가.
힘줄이 있는 대로 불거진 노인의 마른 손이 크리스의 손에 단단하게 잡혔다. 그제야 노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말했다. “나는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던 너희 삼촌이란다. 대외적으로는 57년 전에 스위스의 알프스에서 실종되었다고 알려졌었지.” _22쪽

“‘엄마’는 내가 뭘 했으면 좋겠어요?” 손을 내 머리칼에 가져다 대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상냥했다. 눈빛도 부드러웠다.
“살아, 조리. 그게 다야.”
그의 눈은 이제 부드러웠고, 떨어지지 않은 눈물로 그렁그렁해 있었다. “엄마하고 아빠, 신디는요? 하와이로 이사할 계획 아니었어요?”
몇 주 동안 나는 하와이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조리가 다치고 멜로디가 그토록 큰 괴로움에 빠져 있는 지금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 떠날 수 없었다.
폭스워스 홀이 우리를 또다시 덫에 빠뜨렸다. _195쪽

“후회하게 될 거예요, 크리스.” 그가 맹렬하게 타올랐다. “당신이 그녀를 설득해서 유언장 보충서를 넣게 한 게 틀림없어. 그리고 변호사들에게 처음 들었던 그날에 그 부분은 읽지 말라고 지시한 거야. 내가 열 살 때. 모든 게 내 앞으로 되지 않은 건 다 당신 탓이야!”
늘 그랬듯이 크리스의 잘못이었다. 아니면 내 잘못이거나. _242쪽

“바트, 내 얘기 들어. 내 말 끝나기 전에 잠들지 마. 서명이 얼마나 이상하게 되어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어? 온갖 색의 잉크는? 비뚤어지고 어색한 필체는? 조엘은 네 초대장을 발송하지 않았어. 그러기는커녕 자기 방에 가져가서 열고, 회답 카드와 회답 봉투를 꺼냈어. 네가 모든 봉투에 우표를 붙여놓았으니까 말이야. 그가 해야 할 일은 우체국에 가서 매일 몇 통씩 네게 도로 부치는 것뿐이었어.”
감은 그의 눈이 살짝 열렸다. “어머니, 주무시러 가야겠어요. 할아버지는 내가 가져본 최고의 친구예요. 나를 상처 입힐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분이에요.”
“바트, 제발. 조엘을 너무 믿지 마.”
“나가요!” 그가 으르렁거렸다. “그들이 오지 않은 건 엄마 잘못이에요! 어머니의 잘못이고, 어머니와 한 침대를 쓰는 그 남자의 잘못이에요!”
나는 돌아서면서 비틀거렸다. 열패감을 느끼며, 그의 말이 아주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돌아섰다. 그리고 조엘은 바트와 크리스가 믿는 대로 이 집에서 마지막 나날을 자기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 사람 곁에서 마치고 싶어 하는 해롭지 않은 노인일 뿐인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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