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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있는 것은 다 사랑을 원한다

생명있는 것은 다 사랑을 원한다

소담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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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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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7쪽 | 42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903316
ISBN10 89329033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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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말들로 나를 욕하고 있다는 것을 네게 들으니 언짢은 마음이 된다. 욕 속에 들어 있을 진의를 알아차리고 약처럼 받아먹자 생각해 보지만 훨씬 더 수양이 되어야 가능해질 일 같다. 가라앉지 않는 마음을 고르느라 빈방에 들어와 고요히 묵상하니 그동안 내가 해던 욕들이 듣게 되는 욕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늘 기도하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 기도로 이어져 있는 이들은 몇 년을 안 만나도 자주 만나는 것보다 더 살뜰한 정을 품게 마련이다. 그런데 힘있는 자리에 있는 그가 한낱 부자들의 덫일 뿐인 선물을 너무 잘 받는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나는 시골서 올라오던 차림 그대로 수위실 비서실을 두루 거쳐도 만나기 힘들다는 그를 불쑥 찾아갔다. 그리고는 만나자마자 대뜸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몇 년 동안 전화 한 통화 없던 사람이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이 무척이나 반갑던 그는 무슨 말이냐고 당혹스러워 했다. 이 사람 저 사람 이름 들먹여 <큰 꽃은 질 때가 지저분한 법>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만한 명성을 누리고 있으면 물질엔 초연해 주기를 바라는 게 그에 대한 내 바람이었다. 늘 빠듯하게 짜여진 일정으로 꽉 찬 하루하루를 사느라 지친 그는 이제 쉬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만 있는 듯했다. 그렇게 그가 걱정되었으면 더 농도 짙은 기도를 드렸어야 했다. 그렇게 그가 걱정되었으면 더 농도 짙은 기도를 드렸어야 했다. 게다가 질책받고 꾸중 들어 사람 마음이 변화되려면 그런 말하는 이의 인격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야만 할 것 같다.
--- pp.98-99
누르고 있던 봄이 참대못해 튕겨져 나와 잠시 다녀가는 듯 따사롭고 화창한 날씨다. <눈이 부시게 부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는 시를 읊조리며 참으로 오랫만에 기지개를 잔뜩 펴고 누군지도 모르는 분의 무덤가 잔디 위에 벌렁 누워 버렸다. 밤하늘의 별처럼 그리운 이들 모습이 하나하나 빛난다.

사실 우리는 이렇듯 떨어져 있어야 별이 되고, 붙어 있으면 싸움꾼이 되고 마는 간사한 존재들이다. 함께 있을 땐 다정한 말 한마디에도 인색했으면서 이렇듯 떨어져 있으니 목청을 가다듬어 노래까지 바친다. 붙어 있으면 탁해지고 떨어져 혼자 있으면 맑고 선해지는, 이 끝 저 끝을 종횡 무진하는 이 주체 못 할 이중성을 아마도 크신 님이 체로 쳐서 고루어 주셔야 할 것 같다. ('이 끝과 저 끝' 전문)
--- p.20
깜깜한 밤, 칸칸이 불을 밝힌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가 향하는 곳은 <다음역>이 아니라 <밝은 나라>이다. 그는 자기가 낼 수 있는 속도만큼 어둠을 뚫어내며 빛을 향해 돌진한다. 기차가 파헤쳐 놓은 어둠이 광부가 쌓아놓은 흙더미처럼 다시 철로를 덮을때 나는 버려진 고아처럼 막막하기만 했다.
--- <기차는 희망의 나라에 도착했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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