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바다와 밤
예비 이야기 1. 우르수스 2. 콤프라치코스 제1부 인간보다 덜 어두운 밤 1. 포틀랜드 남부 2. 고립 3. 고독 4. 의문들 5. 인간이 만들어 낸 나무 6. 죽음과 밤의 전투 7. 포틀랜드 북부 제2부 바다 위의 우르카 1. 인간의 영역 밖 법칙 2. 고정된 처음의 모습들 3. 불안한 바다 위의 불안한 사람들 4. 예사롭지 않은 구름의 출현 5. 하드콰논 6. 그들은 도움을 믿는다 7. 신성한 공포 8. 닉스와 녹스 9. 격노한 바다에 맡기다 10. 거대한 야생 그것은 폭풍이다 11. 캐스키츠 군도 12. 암초와의 직면 13. 밤과의 대면 14. 오태치 15. 경이로운 바다 16. 불가사의한 존재의 급작스러운 부드러움 17. 마지막 수단 18. 절대적 수단 제3부 어둠 속의 아이 1. 체스힐 2. 눈의 효과 3. 괴로운 길은 짐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진다 4. 황무지의 다른 모습 5. 인간 혐오증이 가족을 만들다 6. 깨어남 |
세상에서 가장 처절한 인간, 웃는 남자
전대미문의 얼굴로 우리를 유혹하다 웃는 남자는 늘 입이 귀에 걸려 있다. 슬픔도, 아픔도, 화가 나도 그는 웃음을 멈출 수 없다. 입의 양쪽 가장자리가 찢어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미소를 가진 채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처절한 인간이 바로 웃는 남자이다. 웃음을 강요받아야 하고, 미소를 늘 달고 살아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웃는 남자》의 귀엔플랜은 우리에게 웃음과 삶을 연결 지어 반추하게 한다. 이 작품의 저자 빅토르 위고는 17세기 영국에서 실제로 존재한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는 기이하게 생겼거나 기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들을 몸종이나 광대로 만들어 곁에 두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멀쩡한 아이들까지 귀족에게 팔아넘기려고 한 콤프라치코스의 만행 중에 하나가 칼로 미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콤프라치코스의 만행이 만든 웃음으로 인해 귀엔플랜은 평생 전대미문의 얼굴을 가진 채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로 살아간다. 웃으며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귀엔플랜. 그는 진정으로 웃는 것이 아니다. 그의 얼굴만 웃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웃지 않았다. 이 얼마나 그로테스크한 웃음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웃음에 유혹당한다. 21세기, 그가 환생하여 곳곳의 거리에서 우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은행, 음식점, 매일 지나치게 되는 계산대와 거의 모든 공공기관 창구에 최선을 다해 웃고 있는 여러 귀엔플랜이 있다. 힘들고 버겁지만 벗어날 수 없는 처절한 현실을 수많은 귀엔플랜은 견디고 있다. 분명한 것은 악마인 듯, 천사인 듯, 알 수 없는 웃음을 가졌지만 귀엔플랜들은 인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 누군가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위안을 건네며 도움을 준다. 작품 속 귀엔플랜이 눈먼 데아에게 그런 존재였듯이 오늘날 현실 속 귀엔플랜들이 그렇다. “데아에게 귀엔플랜은 구원자이자, 위안이었다. 눈먼 미로에서 헤매는 그녀의 손을 잡아 주고, 삶을 해방시켜 준 이였다. 귀엔플랜은 형제요, 친구요, 안내자요, 버팀목이었다. 귀엔플랜은 천상을 닮은 이이자, 빛나는 날개가 달린 어깨였다. 다른 이들은 그 어깨에서 괴물을 보았지만, 그녀는 천사를 보았다. 눈이 먼 데아는, 영혼을 알아볼 수 있었으므로.” _본문에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가장 완성도 높은 숨은 명작《웃는 남자》를 만나 보자. 과연 작품 속 귀엔플랜만이 ‘웃으며 사는 남자’인가.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역시 그처럼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거나’ 반대로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할 때가 많다.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미소를 가진 한 광대 남자의 모습에서 처량하게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오늘만큼은 진정으로 웃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