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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존 버닝햄
관심작가 알림신청John Mackintosh Burningham
존 버닝햄의 다른 상품
다양한 기법이 녹아 있는 신나는 뱃놀이 여행
--- 99/11/20 최훈(choih@cogsci@snu.ac.kr)
강가에 사는 검피 아저씨의 배에 어린이들과 동물들이 차례대로 타는 과정과 '타도 되요?', '...하지만 않는다면 타도 된다'하는 대사가 재미있게 반복됩니다. 이런 대사를 서경이는 모두 외우지요. 어린이 책에서 반복은 그래서 효과가 큽니다. 여기서도 역시 흑백 그림과 색채 그림이 번갈아 나오는 구도를 이용합니다.
이 그림책은 그림의 기법이 다양합니다. 펜으로도 그리고 물감으로도 그리고 크레용으로도 그리고. 그러니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존 버닝햄은 영국의 3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도 여러 작품들이 번역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룡소>에서 많이 냈네요. 여기에 가면 존 버닝햄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검피 아저씨와 커다란 순무의 할아버지가 좀 비슷하게 생겼어요. 검피 아저씨가 계속 모자를 쓰고 나오는데 물에 빠질 때 보면 대머리거든요. 서경이 아빠도 그림책을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일 쉽게 떠오르는 생각이 반복 구도를 이용하면 되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반복도 새로운 형식의 반복이어야 합니다. 그게 쉽지가 않지요. |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그림책의 비밀
최성혜(cocomo@yes24.com)
2008.02.05.
2살 반짜리 아이와 그림책을 읽는 엄마입니다. 요맘때 사랑받는 그림책도 많지만 오늘은 손때가 타고 타고 또 타도, 다시 찾게 되는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이 그림책 하면, 가볍게 보는 분이 있습니다. 워낙 짧은 내용이니, 그 속에 어떤 내용을 담은들 큰 차이가 있겠느냐는 건데요. 베스트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출판사의 물량공세 때문이지 내용면에서는 오십보백보일 거라 여기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이 두 권의 책이 그 생각을 단박에 무너뜨렸는데요, 오늘 함께 읽어볼까 합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존 버닝햄 그림, 글/시공주니어 펴냄) 한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은 아니에요. 사인펜으로 거칠게 스크래치한 흔적이 역력한, 가벼운 스케치 그림이라고 하면 딱이겠네요. 빗금을 차락차락 뒤집어 쓴 한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이 아저씨가 바로 검피 아저씨야." "아저씨네 집엔 배가 있었지. 아저씨네 집은 강가에 있었거든." 운율이 살아있는 읽기 좋은 문장입니다. 윤곽선이 보일듯 말듯 허술한 그림 속을 비집고 검피 아저씨는 배를 끌고 강으로 나옵니다. 이때, 동네 꼬마들이 물었지요. "우리도 따라가도 돼요?" 아저씨는 "그러렴, 둘이 싸우지만 않는다면" 했지. 토끼도 물었어. "아저씨, 나도 따라가도 돼요?" "그러렴. 하지만 깡충깡충 뛰면 안 된다." 고양이가 말했어. "나도 타고 싶은데" 아저씨는 "그래, 좋다. 하지만 토끼를 쫓아다니면 안 된다" 했지. 이렇게 동물 친구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아저씨는 매번 이런 저런 답을 합니다. "그래, 좋다.하지만 배 안을 더럽히면 안 된다." "그럼. 하지만 시끄럽게 울면 안 된다." "그러렴. 하지만 날개를 푸드덕거리면 안 된다." "그럼. 쿵쿵거리고 다니지만 않는다면." 하구요. 아저씨는 친구들의 청을 다 들어주되, 하면 안 되는 것의 경계를 세워줍니다.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 식이죠. 그렇게 "얼마동안은 모두들 신나게 배를 타고 갔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염소는 뒷발질하고,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양은 매애거리고, 돼지는 배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개는 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고양이는 토끼를 쫓아다니고, 토끼는 깡충거리고, 꼬마들은 싸움을 하고, 배가 기우뚱……" 아― ! 모두 물 속으로 빠져버렸네요. 다음은 모두들 따뜻한 햇볕 아래서 몸을 말리는 장면입니다. 검피 아저씨며, 염소며, 송아지며, 닭들이며, 양이며, 돼지며, 개며, 고양이며, 토끼며, 꼬마들은 모두들 기슭까지 기어 올라와 몸을 말립니다. 아저씨가 "다들 집으로 돌아가자. 차 마실 시간이다" 할 때까지요. 이어서 왼쪽, 오른쪽 면을 꽉 채운 풀컷으로 동물 친구와 꼬마, 그리고 검피 아저씨가 다과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딸기케이크와 사과, 맛있는 홍차까지 '얌얌, 쩝쩝!' 즐거운 시간이네요.^^ 그리고 그 다음은? 드디어 책의 마지막, 엔딩 장면입니다. 아저씨는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 했지. 다 읽었습니다. 더러, 싱겁기도 할 겁니다. 큰 사건도 없이 그저 배타고, 먹고, 헤어지니까요. 그런데 아저씨가 배를 태우며 하나씩 하지 말아야 할 항목을 알려주었을 때, 강물에 모두 빠진 뒤거나 아니면 마지막 장면에서 혼나는 장면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저씨가 하지 말라던 것을 모두 지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도 혼내지 않습니다. 그뿐인가요?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 이렇게 말해주기까지 하는 걸요. (다시 봐도 엔딩 장면은 정말 산뜻해요!) 매일매일 혼날 일이 많은 2~3살 아이들에게, 검피 아저씨는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하고 말해줍니다. 간식도 든든히 먹이고, 손까지 흔들면서요. 이 그림책이 그토록 오래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 리듬감보다, 그리고 엉성하기 짝이 없어 마치 아이가 그렸나 싶은 그림보다, 끝까지 아이 편에 서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 이 '검피 아저씨' 때문일 거라 믿고 싶습니다. 아이와 하루 종일 있으면서 화내지 않고 말하는 게,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두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라고 해서 하루가 마냥 즐겁지도 않을 것 같아요. 조금만 실수하고, 조금만 잘못해도 다 야단거리라서 아이 입장에서는 온종일 혼만 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몰라요(<안 돼! 데이빗>을 보면 그런 생각이 확 들지요). 그럴 때마다 엄마한테 미움을 받는 건 아닐까, 불안해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아이의 속마음이 떠올라서 '검피 아저씨'의 긍정하되 경계를 세우고, 경계짓되 호되게 야단치지 않는 마음씀씀이가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오늘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에서 한 수 배웠습니다. 아이와 함께 즐기면서도 배울 점이 많은 그림책, 요즘 엄마들에게 정말 정말 강추합니다. >>>> <괴물들이 사는 나라> 리뷰보러 가기! |
염소는 뒷발질하고,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양은 매애거리고, 돼지는 배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개는 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고양이는 토끼를 쫓아다니고, 토끼는 깡충거리고, 꼬마들은 싸움을 하고, 배가 기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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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은 모두들 신나게 배를 타고 갔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염소는 뒷발질하고,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양은 매애거리고, 돼지는 배 안을 엉망을 만들고, 개는 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고양이는 토끼를 쫓아다니고, 토끼는 깡충거리고, 꼬마들은 싸움을 하고, 배가 기우뚱…… ---p. 24 |
검피아저씨며 염소며 송아지며 닭들이며 양이며 돼지며 개며 고양이며 토끼며 꼬마들은 모두들 기슭까지 헤엄쳐 가서 강둑으로 기어 올라와 따뜻한 햇볕 아래서 몸을 말렸어. 아저씨가 '다들 집으로 돌아가자. 차 마실 시간이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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