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라는 이름으로(장정은, 25쪽)
……처음엔 굉장히 혼란스러웠었다. 다들 내가 잘못됐다 손가락질하니 가끔은 정말 내가 잘못된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잘못되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 생김새, 웃음소리마저 각각 다르듯이……
어머니의 뱃살(전은영, 62쪽)
……내 말에 장난치지 말라고 하면서도 미소를 지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도 절로 웃게 된다. 남들에게는 단지 쓸데없는 살뿐이지만, 나에게는‘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고마운 것이 담긴 소중한 의미이다. 어머니의 품안에 안기면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과 포근함 같은 사랑을 그녀의 통통한 살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에 안 가면 살 수 없나요?(권경민, 102쪽)
……분명 마음속으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수백 가지도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어린 한 여고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을 과감히 깨버리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매일 입시전쟁에 시달리며 대학을 바라보고 무작정 달릴 것이다.
Money Is Everything?(최한샘, 129쪽)
……현재 우리 사회의 천민자본주의 역시 사회적으로 학벌, 외모 등이 중요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돈만이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달리 말해 사람들이 사회적인 욕구에 끌려다닌다는 이야기도 된다. 특히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문화권 국가들은 서양보다 집단에 소속되기를 원하며 그 안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사회적 욕구에 대해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되지 않았을까.
누렁이를 위하여(임소현, 187쪽)
……신호등이 바뀌기 전까지 계속 강아지 두 마리를 관찰하던 내가 잠깐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던 찰나였다. 보도로 작은 봉고차가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하얀 강아지를 덮쳤다. 그것은 말릴 수도 없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터지던 비명들이 들렸고 나는 아직도 그 강아지가 질렀던 울음소리를 기억한다
머리말
그동안 아이들과 수필 쓰기 수업을 함께한 소중한 열매인 셈인데, 많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이어서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힘들었던 것은 300명 가까운 아이들의 글을 한 번 읽어보는 데도 눈이 아프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신학기 초만 되면 이렇게 힘 드는 일을 꼭 해야만 되나 싶은 생각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곤 하지만, 그 마음을 누르고 다그치면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된 것은,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런 정도의 글쓰기는 해서 내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아이들의 글을 읽는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중략)
몇 년 전부터 나는 아이들을 2년씩 연이어 가르쳐 왔다. 1년이란 시간은 아이들을 알고, 교감을 나누고, 서로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신학기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2년째 만나면 낯을 새로 익힐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연속성을 갖고 조금씩 차원을 높여서 수업을 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2년씩 시와 수필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재를 넓혀서 다양한 글들을 얻을 수가 있었다. 글을 통해서 읽게 되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실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컸다. 그만큼 뿌듯한 느낌도 드는 것이어서 속으로 감탄하면서 몇 번이고 읽어보곤 하는 것이다.(중략)
글은 늘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세상이 갈수록 탁해지고 앞이 안 보이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에도 아이들의 마음에는 거울 같은 눈이 하나씩 달려 있어서, 그들이 몸 부딪고 살아야 할 이 세상과, 거기 살아가는 있는 자신을, 그 빛과 어둠을, 비교적 솔직하게 비춘다. 살고 있는 세상, 살아야 할 세상과 살아남아야 할 세상…… 그 혼돈 속에서 길을 찾고 또 길을 잃은 아이들…… 아이들은 스스로 상처 속에서 길을 발견하고 작은 생명들 속에서 큰 생명을 발견하고 위안을 찾기도 한다는 것을, 아이들의 글을 통해서 늘 확인해 왔다. (중략)
나는 이 아이들이 우리 세대가 살아 온 세상보다 좀 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조장된 경쟁과 부풀려진 욕망을 넘어 화해와 나눔으로, 흙과 땀을 알고 예술을 알고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나의 아이들에게서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빚졌다. 올해 먼저 떠난 학교지만, 우리 아이들마저 이 학교를 떠나기 전에 예쁜 책으로 꾸며서 아이들의 졸업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많이 초조했다.(중략) 이 책이 있어서 흘러간 시간이 우리 곁에 따뜻이 머물게 되고, 이미 졸업하여 소식이 뜸해진 아이들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우리 모두에게 날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 꼭 그러길 바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