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오페라는 16세기 말경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피렌체의 귀족 예술 애호가 모임인 ‘카메라타’의 회원이었던 페리(Jacopo Peri, 1561~1633)는 [다프네(Dafne)]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페라의 시초였다. 하지만 [다프네]는 대부분 사라졌고 이후에 만들어진 [에우리디체(Euridice)]는 작품 전체가 남아 있다.
형식을 갖춘 최초의 오페라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L’Orfeo)]다. 학자들은 각자의 판단 기준에 따라 [다프네] [에우리디체] [오르페오] 중 하나를 최초의 오페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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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 체네렌톨라]는 로시니가 만든 오페라판 신데렐라다. 신데렐라는 원작자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며, 세계 여러 국가에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콩쥐팥쥐전도 신데렐라와 비슷하다. 프랑스의 작가 페로(Charles Perrault) 역시 신데렐라를 소재로 한 동화 『상드리옹(Cendrillon)』을 썼는데, 이 작품을 작곡가 로시니가 대본가 페레티(Jacopo Ferretti)와 협의해 각색함으로써 오페라를 완성시켰다. [라 체네렌톨라]는 친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제 막 오페라를 접하는 단계라면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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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오페라들은 ‘번호 오페라’라는 형식으로 레치타티보, 솔로, 이중창, 합창 등의 형식을 띤 음악으로 구성되어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바그너는 이러한 기존의 형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혁신을 추구했다. 그가 추구한 혁신적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무한 선율’과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Leitmotiv)’가 꼽힌다.
무한 선율
오페라에 음악도 중요하지만 연극적?문학적 요소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바그너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울려 퍼지는 오페라 관람 방식을 과감히 바꾸었다. 연극을 보거나 영화를 볼 때 중간에 누군가에 의해서 잠시 멈추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다시 관람을 시작해도 극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이런 맹점이 오페라 관람에도 적용된다고 여긴 바그너는 묘안을 내놓는데, 그것이 바로 ‘무한선율’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미래의 음악』에서 무한선율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무한선율이란, 말 그대로 음악을 끊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객은 처음부터 극이 끝날 때까지, 또는 한 막이 끝날 때까지 박수를 칠 수 없고 극에 대한 긴장도나 집중도가 높아진다. 가수들 역시 박수가 잦아들길 기다렸다가 다음 노래를 불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정해둔 시간 안에 공연을 마칠 확률이 높다.
바그너의 과감한 음악적 시도는 당대에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미래지향적인 것이었고, 이제 우리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하나의 유형, 하나의 장르로 생각할 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바그너는 오페라가 오락거리가 아닌, 진지한 문학성을 내포한 공연 양식으로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무한 선율에 대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pp.42~43
[니벨룽의 반지]는 워낙 규모가 큰 오페라이므로 한 번 공연할 때마다 공연사가 다시 써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연출과 현대적 연출의 판본을 한 가지씩 꼽아보자.
4일간의 긴 행군을 펼쳐야 마무리되는 이 작품은, 다수의 가수들이 출연한다. 때로는 전날에 A배역을 했던 배우가 다음날에는 B배역을 맡기도 한다. 199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실황이 그랬다. [라인의 황금]에서 로게 역을 맡았던 지크프리트 예루살렘(Siegfried Jerusalem)이 [지크프리트]에서는 지크프리트 역을 맡았다. 1인 2역을 하는 가수가 맡은 인물들 간의 관계를 분석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단순히 배역이 여럿이다 보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한 가수가 겹치는 배역을 맡은 것이 아니고, 이들은 삶과 죽음 간에 얽히고설킨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판본은 원본을 자세하게 고증한 판본으로 호평받고 있다. 누군가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는 판본이다. 거인족, 난쟁이족, 반신반인, 신들의 분장 역시 매우 훌륭하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이 무대 위에 올라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하다.
현대적 연출로 각광 받은 판본은 2006년 로열 대니시 오페라 실황이다. 충격적인 장면이 돋보이는 이 판본에서는 반지가 아닌 팔찌가 등장한다. 난쟁이족에게서 팔찌를 빼앗기 위해 팔을 자르는 장면이라든가, 물이 가득 찬 수조에 피가 번지는 등 유혈 낭자한 연출로 관객에게 충격을 가했다. 이 판본은 참신한 시각 효과와 더불어 스티그 안데르센(Stig Andersen), 린다 왓슨(Linda Watson)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두 판본을 모두 볼 예정이라면 우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실황을 본 후에 로열 대니시 오페라 실황을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외엔 1991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실황이 잘 만들어진 판본으로 꼽힌다.
--- pp.73~74
교향곡, 발레 음악, 오페라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작곡한 차이콥스키(Pyotr Tchaikovsky, 1840~1893)는 음악뿐 아니라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상당히 내성적이었으며 부인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살시도까지 하게 되고 결혼생활은 끝나버린다. 그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는데 죽음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식적인 사인은 콜레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생활은 다른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어 작품화되기도 했다. 에이프만(Boris Eifman)이 안무한 드라마틱 발레 [차이콥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Tchaikovsky: The Mystery of Life and Death)]에서는 차이콥스키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비극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갈등하는 차이콥스키의 내면을 인물화하여 표현한 점은 높이 평가받는다.
---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