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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중단편 소설 50 (1)

한국 대표 중단편 소설 50 (1)

: 해방 50년, 문학평론가 55명이 선정한

중앙M&B편집부 편 | 중앙m&b | 1999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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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8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3752338
ISBN10 898375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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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피하려구 했었어. 이번에 이남서 쳐들어오믄 사내란 사낸 모조리 잡아 죽인다구 열일곱에서 마흔 살까지의 남자는 강제루 북으루 이동하게 됐었어. 할 수 없이 나두 아버질 업구라두 피란갈까 했지. 그랬더니 아버지가 안된다는 거야. 농사꾼이 다 지어놓은 농살 내버려두구 어딜 간단 말이냐구. 그래 나만 믿구 농사일루 늙으신 아버지의 마지막 눈이나마 내 손으루 감겨드려야겠구, 사실 우리같이 땅이나 파먹는 것이 피란간댔자 별수 있는 것두 아니구..."

지난 유월달에는 성삼이 편에서 피란을 갔었다. 밤에 몰래 아버지더러 피란갈 이야기를 했다. 그때 성삼이 아버지도 같은 말을 했다. 농사꾼이 농사일을 늘어놓구 어디루 피란간단 말이냐. 성삼이 혼자서 피란을 갔다. 남쪽 어느 낯선 거리와 촌락을 헤매다니면서 언제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건 늙은 부모와 어린 처자에게 맡기고 나온 농사일이었다. 다행히 그때나 이제나 자기네 식구들은 몸성히들 있다.

고갯마루를 넘었다. 어느새 이번에는 성삼이 편에서 외면을 하고 걷고 있었다. 가을 햇볕이 자꾸 이마에 따가웠다. 참 오늘 같은 날은 타작하기에 꼭 알맞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 p.139-140
"나두 피하려구 했었어. 이번에 이남서 쳐들어오믄 사내란 사낸 모조리 잡아 죽인다구 열일곱에서 마흔 살까지의 남자는 강제루 북으루 이동하게 됐었어. 할 수 없이 나두 아버질 업구라두 피란갈까 했지. 그랬더니 아버지가 안된다는 거야. 농사꾼이 다 지어놓은 농살 내버려두구 어딜 간단 말이냐구. 그래 나만 믿구 농사일루 늙으신 아버지의 마지막 눈이나마 내 손으루 감겨드려야겠구, 사실 우리같이 땅이나 파먹는 것이 피란간댔자 별수 있는 것두 아니구..."

지난 유월달에는 성삼이 편에서 피란을 갔었다. 밤에 몰래 아버지더러 피란갈 이야기를 했다. 그때 성삼이 아버지도 같은 말을 했다. 농사꾼이 농사일을 늘어놓구 어디루 피란간단 말이냐. 성삼이 혼자서 피란을 갔다. 남쪽 어느 낯선 거리와 촌락을 헤매다니면서 언제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건 늙은 부모와 어린 처자에게 맡기고 나온 농사일이었다. 다행히 그때나 이제나 자기네 식구들은 몸성히들 있다.

고갯마루를 넘었다. 어느새 이번에는 성삼이 편에서 외면을 하고 걷고 있었다. 가을 햇볕이 자꾸 이마에 따가웠다. 참 오늘 같은 날은 타작하기에 꼭 알맞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 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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