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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하룻밤

뉴욕의 하룻밤

한다솜 | 동아 | 2015년 02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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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14g | 188*254*30mm
ISBN13 9791155113158
ISBN10 11551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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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네.”
“……네?”
“난 나쁜 사람 같아요, 좋은 사람 같아요?”
“그, 그야 물론 좋은 사람이죠.”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이 제자리를 찾은 듯 딱 멈췄다. 하영은 일렁이는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감지하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번에 깨달았다.
“제가 지금 입을 맞추면 나쁜 사람이 되는 건가요?”
서서히 다가온 그의 얼굴이 코끝이 닿을 만한 거리에서 허락을 구했다. 하영은 열기로 가득 찬 눈동자에 사로잡혀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귓가를 간질이는 음성처럼 저 입술도 부드럽고 섬세할까? 그의 너른 가슴에 안기면 가슴까지 따뜻해질 것 같은데.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아니요.”
허락이 떨어지자 승윤은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입술을 삼켰다. 처음 봤을 때부터 발랄한 성격이 눈길을 끌었었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났을 땐, 그녀를 구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애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화사한 미소에 슬픔이 사라지고, 귀여운 행동에 웃음이 절로 났다.
그런 그녀가 괜한 오해를 받고 아픔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가녀린 여자인데, 보호받아야 할 여자인데. 순수하고 밝은 심성이 나쁜 놈들에게 더럽혀지고 짓밟히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승윤은 그녀와의 인연을 오래 이어 가고 싶었다.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아 그녀와 연을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그녀를 붙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의 마음에 좀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었다.
부드럽게 입술을 가르고 들어가 세심하게 내부를 훑었다. 경련을 일으키듯 파르르 떠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좀 더 몸을 밀착시켰다. 말캉한 입술은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달콤함을 전해 주었다. 마음의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와의 키스는 밤새 하고 싶을 만큼 강렬했다.
하영은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아 무서웠다. 달아오른 열기가 피부 곳곳에 느껴졌다. 이대로 키스가 이어진다면 멈추지 못할 것이다. 한줄기 남은 이성은 멈추라고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끝이 어떨지 뻔히 알면서도 다가오는 그를 밀어내지 못하고 목에 팔을 두르고 말았다.
키스를 이어 가던 승윤은 하영의 몸을 번쩍 안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어둠이 낮게 깔린 방 안에서 사뿐히 침대에 안착한 하영은 갑자기 몰려드는 두려움에 이불을 꼭 움켜쥐었다.
이래도 될까? 그는 지금 상 중인데.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아시면 경을 치지 않으실까?
“원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요.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도 돼요.”
“싫은 건 아닌데…… 이래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 갈등에 휩싸인 하영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마주한 그의 얼굴은 편안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서글픈 느낌이 풍겼다. 아마, 그가 아직 어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슬픔과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고 싶다. 한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오늘이 아니면 그를 위로해 줄 시간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잠깐의 만남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한 남자이기에, 작은 손길에도 가슴 뛰게 한 남자이기에.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영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그 순간 한동안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던 승윤이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바짝 다가갔다.
“그럼, 하영 씨가 원하는 데까지만 해요.”
곧 뜨거운 숨결이 섞여들더니 입술이 맞닿았다. 하영은 어느새 그에게 몸을 맡기고 키스에 빠져들었다. 부스럭거리는 이불 소리에 이어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떨어지는 옷가지 위로 하영의 속옷이 내려앉았다.
고작 키스만으로도 이성이 마비될 수 있다니. 그와의 키스는 상상하던 것보다 더 짜릿하고 부드러웠다. 심장은 터질 듯 뛰어 댔고, 다리 사이가 젖어들면서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의 손길이 머무는 곳마다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열기가 뻗쳤다.
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보듬으면서 목 언저리를 지분거렸다. 하영은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아 희미하게 신음을 흘렸다. 그의 입술이 몸 곳곳에 꽃잎을 뿌리고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터지기 직전의 땜처럼 거친 숨을 내쉬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승윤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녀와 눈빛을 마주하고 의사를 물었다. 이미 열기로 몸이 타 버릴 것 같던 하영은 그의 몸에 매달려 어서 갈증을 해소해 달라고 애원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과는 다르게 그의 움직임은 강하고 거침이 없었다. 온몸을 관통하는 쾌감이 본능에 충실하도록 만들었다. 흐느끼듯 뱉어 내는 신음은 그를 더욱 자극했다. 승윤은 끓어오르는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탐하고 또 탐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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