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8825420mm
ISBN13	9788985548588
ISBN10	8985548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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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윤길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중원문화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 동안 번역할 책으로는 『이성과 혁명』『정신노동과 육체노동』『세계패션사 1, 2』『분노의 그림자』『유방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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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삶의 제약과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무료하고 비겁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멋있게 사는 자신을 꿈꿔본다. 그럴 때 가면이 필요하다. 소심하고 어눌한 은행원이 타이거 마스크를 쓰면 용감하고 열정적인 레슬러가 되고, 평범하고 재미없는 샐러리맨이 마스크를 쓰면 익살스럽고 유쾌한 멋쟁이로 변한다. 마스크는 단순히 얼굴을 가리는 소도구가 아니라 인격을 변화시키는 가장성(假裝性)을 지니기 때문이다.

『마스크 : 투탄카멘에서 할로윈까지』는 이렇듯 변화와 성장을 갈구하는 인간의 염원이 투영된 가면에 대한 책으로 세계 8대 지역에 나타난 가면들을 위주로 하여 문화사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대영박물관의 폭넓은 자료를 토대로 8명의 학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가면의 용도와 의미, 세계의 다양한 풍습들을 살펴보며, 왜 가면이 인류의 영원한 애장품으로 남아 있는가를 탐구한다. 여기에 130여 컷에 이르는 다양한 가면도판도 있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계 어느 지역,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면을 쓰는 풍속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가면의 의미는 단순히 감추고 가장(假裝)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기원전 2,600년대에 만들어진 이집트 가면에서부터 현대 멕시코 슈퍼바리오 가면에 이르기까지 가면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다양한 문화 속에 스며들어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가면은 단순히 얼굴을 바꾸거나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신(神)과 같은 존재로 격상시키기 위한 매개물이었다. 가면을 쓰면 초인적 능력이 생긴다는 믿음이 존재했으며 신과 동일시되었던 사람들이 주관했던 이집트의 제의와 마법에서 가면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이라의 머리 위에 놓인 가면은 육체가 썩어 없어진 후 그 육체를 대신해 영혼의 부활에 필요한 또 다른 육체의 형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많은 원시부족들은 탄생, 죽음, 성인식 등의 통과의례 등에서 가면을 씀으로써 신적인 존재로 올라가거나 자기 정체성을 벗어난다. 이렇듯 종교적 의미에서 가면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실적 가면은 연극에서 배우의 역할과 성격을 대변하는 그 자체로서 정직한 가면이었다. 이밖에 실물을 그대로 고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써의 가면, 전염병을 막기 위한 수단, 위기상황에서 정서적 통일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써의 가면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보이는 가면의 문화적 의미와 풍습들을 속속 다룬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진행되는 이 책은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다. 풍부한 내용과 자료들이 있지만 건조한 문체에 사실적 내용만을 따라가는 학술서의 틀을 유지하기 때문에 맘먹고 읽지 않은 이상 계속 뒷장을 넘기기 힘들다. 그러나 올 컬러로 구성된 다양한 크기의 가면 화보들이 다소 지루함을 달래주고 흥미를 유지시켜 준다.

세계 각국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가면문화들을 하나의 의미로 규정짓기란 불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면이 인간들의 카오스적 의식에 질서를 부여하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역할, 정체성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그것을 고정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가면은 이전처럼 엄숙한 종교적 제의로 사용되는 일이 드물지만 타인을 위협하고 공포를 불어넣는 일, 특정인을 희화하고 즐기기 위한 목적,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익명성의 대용으로 즐겨 사용된다. 숨김과 드러냄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 가면은 현실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라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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