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이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판사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까지 법정 탁자 위로 올라왔던 서류 중 가장 높게 쌓인 사건 기록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어요. "이제까지 너희들이 저지른 잘못들을 모두 확인해보니, 너희가 얼마나 축구의 명예에 크나큰 먹칠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 판결을 내리기 전에 변명할 게 있으면 한 번 해보거라!" "판사님, 저희는 아주 작은 시골 동네 축구단일 뿐이에요." 루디 와퍼가 말했어요. "그런데다, 아직까지 한 번도 큰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건 변명거리가 안된단다! 만약 너희처럼 작은 시골 축구단 선수들이 모두 너희들과 같은 구실로 그런 식으로 시합을 한다면 우린 아마도 대회란 걸 없애야 할게다. 정의와 축구공의 이름으로 이제 너희들에게 판결을 내리겠다. 먼저 우승컵을 반납하고, 앞으로 일년간은 크라이스 대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
그러자 한 순간 우리의 아무개 팀 어린이들은 눈물이 날것만 같았어요. "조금만 봐주세요, 판사님. 저희는 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정말 잘 할게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네? 앞으로는 언제나 정정당당하게 시합할게요." 판사님은 의심스러운 듯 쳐다보았어요. "어떻게 그걸 증명하지?" "전 앞으로 확성기로 좋은 얘기만 들려줄거예요." 똘똘이가 맹세했어요. "이렇게요. 등번호 X번 선수는 안심하고 시합을 하세요. 집에 있는 햄스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아주 잘 있습니다." "그럼 협박 편지는?" "이제부터는 예쁜 꽃무늬 편지지에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손으로 직접 써서 보낼거예요. 이렇게 써서요. 우리 수비 구역으로 들어오는걸 환영합니다! 공격수들은 마음 놓고 공을 차세요!" "그리고 저는요....." 이번에는 토니가 말했어요. "패널티 구역에서 일부러 넘어지지 않을거예요. 혹시 누가 파울을 걸더라도요."
"너희들 진심이냐?" "정말이에요." 큰 손 하리가 대답했어요. "공을 잘 못 차는 아이들은 특별히 더 친절하게 대해줄 거예요." "등 번호는 아라비아 숫자로 크게 써서 달고 다닐 거예요." 프란츨도 다짐했어요. 찍돌이도 깊이 반성했어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 발을 밟지 않도록 조심할게요." 흐음, 그렇다면......" 판사님이 말씀하셨어요.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하지. 하긴,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는 아이들한테 너무 심한 벌을 주는건 옳지 않지." "판사님 말씀이 맞아요. 이제야 알겠어요." 똘똘이가 훌쩍거리면서 말했어요. "우리가 정말 나빴어요! 너무 못된 짓을 했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좋죠?" "그럼, 좋아." 판사님은 아무개 팀을 향해 이제까지와는 달리 부드럽게 말씀하셨어요. "방금 다른 좋은 벌이 생각났구나. 그건 말이지, 너희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우정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거란다. 다시 말해, 사회 봉사를 해야 한다는 거지. 그러므로 계속 크라이스 대회에 나갈수는 있다. 단, 앞으로 일년간은 동네 노인팀을 도와드리는 조건이다!"
아무개 팀의 선수들은 어리둥절해서 판사님을 쳐다보았어요. "할아버지들을요?" "노인들이라 너희들처럼 기운이 펄펄 나서 뛰지는 못하시지만, 그분들한테서는 많은걸 배울 수 있단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 편안한 마음, 그리고 점수를 따는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말이다. 자, 판결을 따르겠다면 이제 마치도록 하겠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아무개, 아니 둥근 마을 어린이 축구단은 동네 노인 팀을 도와드리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어떤 어떤 일들을 했는지는 루디 와퍼한테 직접 듣는게 낫겠네요. "음, 그러니까 우리는 뭐든 챙겨드렸어요. 심판도 대신 봐드리고, 잔디도 돌보고, 운동장 안에 위험하게 패인 구멍들은 흙으로 메꾸고, 축구공에 바람도 넣고, 호루라기도 불고 말예요. 심판을 볼 땐 너무 까다롭게 굴지도 않았고요." "휴식 시간에는 할아버지 선수들의 다리를 마사지해드리기도 하고, 훈련할때는 때때로 간식을 만들어드리기도 했어요. 날씨가 추울때는 따뜻한 국을 끓여드렸지요." "누가 넘어져서 다치거나, 심장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우리가 응급 구조원 역할도 했어요. 흠, 또 뭐가 있더라? 언젠가는 우리도 그분들처럼 나이가 들거예요. 그럼 휠체어에 탄 우리를 누군가 운동장으로 데려다주고, 또 우리를 위해서 따뜻한 국을 끓여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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