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계획 5027'
그것이 실제로 수립된 북폭 시나리오의 명칭이었다. 공격일은 1996년 6월 15일. 북한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목적으로하는 ....백만명 이상의 생명을 볼모로하는...계획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정보를 입수한 한국정부가 강력하게 제동, 한국내 모든 미국인들 출국금지.
--- 본문 중에서
민수는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꽃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음.... 민들레도 좋구요, 은방울꽃도 좋구요, 붓꽃, 패랭이꽃, 돌꽃, 옥잠화, 금낭화. 능소화. 달개비, 마타리.참나리, 산괴불주머니, 맨드라미도 좋구요. 앵초, 노루오줌, 솔나리, 금강애기나리, 촛대승마. 개별꽃, 털동자꽃, 그리고 깽깽이 풀꽃도 예뻐요. 우리나라꽃은 아무거나 좋아요.'
은영의 입이 딱 벌어졌따.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올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본문 중에서
"이제 내가 해줄 얘기는 다 했네. 내가 아는 민수의 얘기는 이게 다일세."
정 형사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끝맺었다. 그러자 민호가 다그치듯 물었다.
"그럼 형은요? 형은 그 뒤에 어떻게 됐어요?"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네. 그 뒤로 민수를 만난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정 형사님, 부탁입니다. 형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만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부탁입니다."
민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사정했다.
"자네 형제 사연은 참 안타깝지만 별도리가 없네. 소식이 끊긴지 이십 년이 다 됐는데 난들 어떻게 알 수가 있겠나? 그저 백방으로 수소문해보는 수밖에."
그 말에 민호의 어깨가 축 처졌다. 이어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 모습에 정 형사도 목이 메는 듯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허어 참, 운명 치고는 얄궂구먼. 그때 민수가 조금만 일찍 전화를 걸어왔더라도 이렇게 생이별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기구하이."
민호는 정형사의 집을 나왔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날 밤, 형이 왜 그렇듯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지, 형이 왜 다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인지.
형은 긴긴 시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원장의 성적 학대를 감내해야 했다. 오로지 동생인 나를 위해. 그뿐 아니다. 형은 나를 만나려고 밀항까지 하려 했다. 오로지 나 하나만을 만나기 위해 숱한 밤들을 가슴 졸이며 어두운 항구를 배회했을 형.
형이 그러고 있을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던가. 양부모님 밑에서 잘 먹고 잘 입고,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하며 행복에 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형이 나를 걱정하고 있을 때, 나는 형을 걱정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사랑받을 생각만 하고, 사랑을 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민호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회환에 몸을 떨었다. 형의 얼굴만이라도, 아니 뒷모습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 본문 중에서
"이제 내가 해줄 얘기는 다 했네. 내가 아는 민수의 얘기는 이게 다일세."
정 형사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끝맺었다. 그러자 민호가 다그치듯 물었다.
"그럼 형은요? 형은 그 뒤에 어떻게 됐어요?"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네. 그 뒤로 민수를 만난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정 형사님, 부탁입니다. 형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만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부탁입니다."
민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사정했다.
"자네 형제 사연은 참 안타깝지만 별도리가 없네. 소식이 끊긴지 이십 년이 다 됐는데 난들 어떻게 알 수가 있겠나? 그저 백방으로 수소문해보는 수밖에."
그 말에 민호의 어깨가 축 처졌다. 이어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 모습에 정 형사도 목이 메는 듯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허어 참, 운명 치고는 얄궂구먼. 그때 민수가 조금만 일찍 전화를 걸어왔더라도 이렇게 생이별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기구하이."
민호는 정형사의 집을 나왔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날 밤, 형이 왜 그렇듯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지, 형이 왜 다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인지.
형은 긴긴 시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원장의 성적 학대를 감내해야 했다. 오로지 동생인 나를 위해. 그뿐 아니다. 형은 나를 만나려고 밀항까지 하려 했다. 오로지 나 하나만을 만나기 위해 숱한 밤들을 가슴 졸이며 어두운 항구를 배회했을 형.
형이 그러고 있을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던가. 양부모님 밑에서 잘 먹고 잘 입고,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하며 행복에 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형이 나를 걱정하고 있을 때, 나는 형을 걱정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사랑받을 생각만 하고, 사랑을 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민호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회환에 몸을 떨었다. 형의 얼굴만이라도, 아니 뒷모습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