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학에서 현대소설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는, 매년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을 대상으로 전문 연구자의 시각에서 한 해 동안의 문제작을 선정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며 『올해의 문제소설』을 발간해왔다.
『2015 올해의 문제소설』은 2013년 겨울부터 1년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엮었다. 여러 차례의 학회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기성의 명성이나 기존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 소설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할 수 있는 ‘문학성’과 ‘문제성’을 지닌 작품을 선정하고자 했다. 최종 선정된 12편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권여선, 「카메라」, 『현대문학』, 2013. 12.
2. 백민석, 「비와 사무라이」, 『세계의 문학』, 2014. 여름.
3. 안보윤, 「나선의 방향」, 『문학사상』, 2013. 12.
4. 이장욱,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창작과 비평』, 2013. 겨울.
5. 임철우, 「흔적」, 『문예중앙』, 2014. 봄.
6. 정용준, 「개들」, 『문학사상』, 2014. 5.
7. 정이현, 「영영, 여름」, 『문학동네』, 2014. 여름.
8. 조해진, 「번역의 시작」, 『현대문학』, 2014. 7.
9. 최수철, 「거제, 포로들의 춤」, 『문학과 사회』, 2014. 여름.
10. 최은미, 「근린」, 『창작과 비평』, 2014. 봄.
11. 최은영, 「한지와 영주」, 『작가세계』, 2014. 여름.
12. 하성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한국문학』, 2014. 봄.
― 작가명 가나다순
위 작품들은 우리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보여주고 있다. 체제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이 희생자로 겨냥되고 파멸되는 우리의 삶이 가진 부조리와 비정함에 대한 냉정한 직시를 담담하게 기술하기도 하고(「근린」), 현대인의 삶에 나타나는 분열증,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사실이 현대 의식과의 대화를 통해 탄생되는 모습(「거제, 포로들의 춤」)을 그릴 뿐만 아니라 언어적 형용으로 진실을 포장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진실을 향해 노력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일제 식민지 이후 발전된 현실이라는 것은 더디고 느린 상상일 뿐(「개들」)이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작가적 글쓰기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주목된다. 사라진 사람들의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글로 번역하며 꿈을 꾸고 감각을 닦아나가는 존재로서 작가를 지목하고 있는가 하면(「번역의 시작」), 현실의 자아, 현실의 언어가 안고 살아가야 하는 문제들을 소설적 자아와 소설적 언어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메시지(「비와 사무라이」)를 던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한 젊은이의 우연적이고도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 유쾌하고 능동적인 삶(「카메라」)을 그리거나, 죽음의 순간에 대비될 때 인생의 의미가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듯 죽음을 묘사하는 것으로 삶의 문제를 천착(「흔적」)하기도 한다. 우리가 쓸모없는 실존으로 격하한 데에서 진정한 실존 가능성을 제시(「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하기도 하고,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떠나듯 결국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한지와 영주」).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타자를 발견하게 해주고 그 타자를 통해 결국 나와 마주하게 되는 기적(「영영, 여름」)과 생의 덧없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나선의 방향」)는 우리의 삶을 그려낸 아름다운 서사시일 것이다.
문제작들을 이러한 주요 특징들을 전문적인 소설 연구자들로 구성된 우리 학회의 특성을 살려 소설 이론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중심으로 분석하되, 자유로운 시각과 해석 방법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구성, 기법, 시점, 인물, 주제, 플롯, 화자 등과 같은 소설의 핵심 개념들을 바탕으로 한 작품론은 올해의 문제작들을 이해하는 데에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대학 현장과 문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필진들의 해설은 좋은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2015 올해의 문제소설』을 통해 우리 소설뿐만 아니라 우리 삶, 우리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점검하고 그 이해의 깊이와 폭을 더하게 되길 바란다.
2015년 2월
한국현대소설학회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