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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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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66g | 115*170*20mm
ISBN13 9788962609165
ISBN10 8962609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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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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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정미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의 출판 번역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학창시절 에릭 시걸의 [닥터스]를 읽으며 막연히 번역가를 꿈꿨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한 마음으로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작가의 의도를 올바로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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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그토록 인생을 사랑하는 걸까.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꾸려나가는 걸까. 그리고 인생을 쌓았다가 허물어뜨리면서도 어째서 매 순간 다시 새로 만들려고 하는 걸까. 오직 신만이 알겠지. --- p.9

그녀는 이제 세상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매우 어리게 느껴지다가도 동시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칼처럼 모든 것을 가르고 지나가면서도, 동시에 외부에서 방관하고 있었다. 택시를 보고 있으면, 점차 벗어나서 저 멀리 바다에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단 하루라도 산다는 건 아주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 p.16

그러나 누구에게나 기억은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바로 앞에 있는 이것, 여기, 현재였다. 택시에 타고 있는 뚱뚱한 부인마저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본드 거리를 향해 걸어가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나도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중요한가?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없어도 분명 계속될 것이다. 그 사실을 분하게 여겨야 하나, 아니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는 편이 위로가 될까? 그러나 어쨌든 인생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런던 거리에서 그녀는 살아남았고 피터도 살아남아 서로의 기억 속에 살고 있었다. --- p.18

그러나 그 모든 능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가 지니고 있는 몸이 무의미해 보일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어떤 네덜란드 그림을 보기 위해 멈춰 섰다.) 그녀는 자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듯한 매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보이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더는 결혼할 것도 아니고 아이를 가질 것도 아니고, 단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렇게 본드 거리를 걸어가면서 다소 엄숙하게 행진하고 있는 존재는 댈러웨이 부인이었다. 더 이상 클라리사가 아닌, 리처드 댈러웨이의 부인이라는 존재였다. --- p.20

사랑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어.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이제는 셉티머스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뒤돌아보니 그가 낡아빠진 코트를 입고 혼자 자리에 구부리고 앉아 어딘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자살하겠다고 말하다니 비겁했지만, 셉티머스는 전쟁터에서 싸운 사람이었다. 그는 용감했다. 지금의 모습은 셉티머스가 아니었다. 그녀는 레이스 칼라를 달아보기도 하고 새 모자를 써보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없어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없으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어떤 것으로도 행복해질 수 없었다! --- p.43

클라리사 단 한 사람만이 기억에 남았다. 특별히 눈에 띄는 타입도 아니었고, 특출한 미인도 아니었다. 주목을 끄는 면도 전혀 없었고, 특별히 재치 있게 말하는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니야,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아! 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단지 그날 아침에 가위와 비단옷들을 늘어놓고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본 뒤라 그녀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기차 안에서 옆 사람이 졸면서 자꾸 부딪쳐오듯이 그녀가 자꾸 기억 속으로 되돌아왔다. --- p.143

사람에게는 고독이라는 일종의 존엄성이 있어. 심지어 부부 사이에도 간격이 있지. 그 사실을 존중해야 해. 클라리사는 문을 여는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누구도 자신에게서 그것을 떼어낼 수 없고, 남편이라고 해도 그의 의지를 거스르면서 빼앗아서는 안 돼. 그러다가는 독립성이나 자존심처럼 값을 따질 수 없는 매우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될 테니까. --- p.214

내 파티! 그거였군! 내 파티 때문이었어! 두 사람 다 파티를 두고 교활하게 그녀를 비난했고 부당하게 비웃었다. 그 때문이었어! 파티 때문이었어!
그렇다면 내 입장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까? 이유를 깨닫자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들 중 적어도 피터는 그녀가 스스로를 내세우는 일을 즐기고, 주위에 유명한 사람들을 두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한마디로 속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래, 피터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야. 리처드는 심장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떠들썩한 파티를 좋아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할 뿐이다. 유치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두 사람 다 틀렸다. 그녀는 단지 삶을 사랑할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파티를 여는 거라고.” 그녀는 삶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 p.217

그래도 하루는 또 다른 하루로 이어졌다.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떠서 하늘을 바라보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휴 휘트브레드를 만나기도 하고, 피터가 불쑥 찾아왔는가 하면 이렇게 장미꽃도 받았다. 충분했다. 그다음이 죽음이라니 얼마나 믿기지 않는지! 반드시 끝은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녀가 인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매 순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 p.219

중심이라는 중요한 것이 있다. 하지만 그 중심은 쓸데없이 얽혀 있는 삶 속에서 훼손되고 흐려졌고, 날마다 부패와 거짓, 잡담 속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는 그 중심을 지켜냈다. 죽음은 저항이었을 것이다. 죽음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불가사의하게 자신들을 비켜가는 그 중심에 이르기란 불가능하다는 예감 말이다. 중심은 가까워질수록 멀어졌고, 황홀해질수록 바랬다. 결국 한 가지 결론만 남았다. 바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 p.332

부모님이 물려주신 이 인생을 차분한 걸음으로 끝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무력감에 압도되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런 지독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요즘에도, 리처드가 《타임스》를 읽으면서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새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천천히 활기를 되찾아 마른 가지를 비비듯이 이런저런 일에서 헤아릴 수 없는 기쁨을 찾아 불태우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었을 게 뻔했다. 그녀는 그렇게 공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 청년은 자살을 했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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