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아만추의 발자국
먼 옛날, 천지가 오늘날처럼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붙어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인간들은 불쌍하게도 서서 걷지 못하고 개구리처럼 기어 다녀야만 했다. 이를 보고 아만추[고류큐(古琉球)의 개벽신, 오모로 신가(オモロ神歌) 등에는 아마미키요(アマミキヨ)라고 적혀 있다]는 아주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어느 날 아만추는 단단한 바위를 발판으로 삼아 버티고 양손으로 힘껏 하늘을 받치면서 높이 밀어 올렸다. 이로 인해 천지가 멀리 떨어져, 인간이 직립하여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만추가 이 위업을 이루었을 때, 그가 서있던 곳은 그토록 단단한 바위였지만 그의 발자국을 뚜렷하게 남기고 움푹 들어갔다. 현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발자국은 이 아만추의 발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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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아가리에 조타로(東江長太?) 군에게 들었다. 그는 삼십대의 건강한 청년으로 사람들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인과관계나 길흉을 점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류큐의 토속 및 전설에 상당히 정통하고 오키나와 본도에 있는 종가의 족보는 거의 전부 암송하고 있다. 직업상 상당히 주관이 뚜렷하여 그 의견에 따르기 어려운 점도 많지만, 자료 수집 과정에서 결코 주관적 의견을 섞지 않는다. 나는 그를 전승적 구술자라고 인정해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주로 구니가미(國頭) 지역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천지가 서로 멀리 분리되는(天地相去未遠) 사상에 관해서는 『일본서기(日本書紀)』, 그리고 거인의 족적에 관해서는 『향토연구(鄕土硏究)』 1권 49쪽, 534쪽, 4권 586쪽, 『산슈기담(三州奇談)』 4권을 참조. 그런데 이야기 전체로서는 폴리네시아인들의 신 마우이 전설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Maui the Demigod by Westervelt.]
제2화 해와 달을 천칭 봉에 걸고
옛날, 천신이 해와 달을 천칭 봉에 걸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봉이 부러져서 해와 달이 저 멀리 떨어져버렸다. 천신은 이를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급류가 되어 마침내 나다가(淚川)[구니가미 군(國頭郡) 모토부 마기리(本部間切)에 있다]가 되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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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아가리에 조타로(東江長太?) 군에게 들었다.
제3화 구바(クバ) 잎 세상
세상이 시작되던 때에 류큐에는 의복이 없었다. 모두 구바 잎[비라우, Livistona chineusis]으로 만든 도롱이 같은 것을 허리에 걸쳤다. 나나히자 하카마(七重?袴)는 이 구바 잎으로 만든 옷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류큐에서 태어난 아기의 명명식(命名式)에 할머니[명명자]가 나나히자 하카마를 아기의 머리에 씌워서 건강을 비는 것은 세상이 시작되던 때에 구바 잎으로 만든 것을 몸에 걸치던 시절을 기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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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나카가미 군(中頭郡) 기노완 마기리(宜野?間切) 아라구스쿠 촌(新城村) 前吉元 할머니에게 들었다. 그 할머니는 팔십여 세가 된 건강한 노파이다. 대단히 기억력이 좋은 전형적인 전승적 구술자이다. 이른바 구바 잎 세상에 관한 구전은 흔히 듣는 내용이지만, 이것과 신생아 명명식의 설명과는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 어찌 되었든, 나 자신도 당분간은 구바 잎과 나나히자 하카마(七重?袴)가 무언가 관계가 있음을 믿고 싶다.
제4화 뿔이 달린 사람들 세상
태고 시절, 쓰누미이야유[シヌミイヤユウ,뿔이 달린 사람들의 세상]라는 시대가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뿔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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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나는 일찍이 「가타카시라 고찰(カタカシラ考)」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을 쓴 적이 있다. 이 전설과 가타카시라[片?,고류큐인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묶어 뿔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용모를 갖추었다.] 풍속을 연결하여, 태고 적에 류큐에 각수(角?) 신앙이 존재했다는 것을 논했다. 오늘날 그 논거가 지극히 부족하다는 점을 자인해야 하지만, 양자가 무언가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5화 천손씨(天孫氏) 이야기
우후아가리지마(大東島) 지역에 여신이 있었다. 어느 날 밤 꿈에 용을 보고 회임하여 자식을 한 명 낳았다. 이름을 시루쿠 구루쿠(シルククルク)라고 부른다. 이 사람이 다마구스쿠 마기리(玉城間切) 야하라즈이카사(ヤハラヅィカサ)라 부르는 곳에 있는 지차시(チチャシ)[일종의 석신(石神)] 근처에서 시루미쿠 아마미쿠(シルミクアマミク)라고 하는 자식을 낳았다. 이 시루미쿠 아마미쿠는 각지에서 샘을 발견하고, 또한 우킨주 하인주(ウキンジュ, ハインジュ)라는 곳에서 벼 재배를 시작하여 사람들에게 이를 가르쳤다. 그는 그 후 이곳을 떠나 사시키 마기리(佐敷間切)5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에 나칸다카리히자(仲村渠?川)6 우물에서 물을 마시고 갈증을 달랜 후에 신자토 촌(新里村) 다쿠가야마(タクガ?ヤマ) 동굴에 들어가서 자식을 낳았다. 그 동굴 근처에는 후스미이 우카(フスミイウカ)와 덴부스 우카(テンブスウカ?)7라는 샘이 두 곳 있었다. 그는 이곳에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자르고 묻었다. 그 아이를 딘타이시(ティンタイシ)라고 한다. 이때까지는 오누이 두 명씩을 낳아서 그 사이에서 아이도 생겼다. 그런데 딘타이시의 자식 딘테이시(ティンテイシ) 이후로는 많은 자식이 태어나게 되었다. 그 장남이 즉 천손씨(天孫氏)8, 차남은 호쿠잔(北山)9의 시조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