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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끌로델

까미유 끌로델

안느 델베 저 / 김옥주 역 | 투영(투영미디어) | 2000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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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61쪽 | 58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835135
ISBN10 898883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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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김옥주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다. 종합무역회사 수출입담당으로 근무했고 한솔학원에서 불어를 가르쳤으며 『연인』 의 공동 번역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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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야 한다, 깜. 공격을 해. 걸음을 늦추지 마라!'

....그다지 덥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왠지 몸이 둔하고 부은 것같이 느껴졌다. 지독하게 살찐 여자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둔해졌다. 특히 머리가 그랬다. 그녀의 머리는 온갖 잡다한 기억들, 늦어지는 작업에 대한 걱정들로 어지러웠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아팠다. 아니, 무엇보다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신 마르스의 광기가 아니던가. 이번엔 더위를 느꼈다. 그녀는 숄을 벗어던졌다. 요즘 그런식으로 아주 변덕스럽게 금방 더웠다가 도 금방 추위를 느끼곤 했다

그녀는 매끈하게 빛나는 온전한 대리석 앞에 앉았다. 그것은 제때에 도착했지만, 살롱전에 맞춰 작품을 준비할 수 있을까?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할일은 잔뜩 쌓여 있으니 그러나 <수다스런 여인들>은 그녀의 소중한 작품이었다. 작업자가 완전히 구멍을 뚫어놓을 수도 있고 여인들 중 하나의 머리를 부러뜨릴 수도 있었다. 그녀는 벌써 몇달 전부터 대리석 작업을 해왔다. 그녀는 돈을 지불해야할 꿈과 광기때문에 극도로 절약해야 했다. 제공되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일거리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부유한 후원자 페나유는 로댕에 대한 우정으로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런데 살롱 때까지 작품이 준비될까?

저녁이 되어 그들의 눈과 손, 도구들을 정리하는, 어둠이 사물의 윤곽을 흡수하는 때에 외출하면 그녀는 다음날 아침에는 휘청거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그녀의 눈은 황혼을 또다시 그리워하고 있었고 도구를 잡은 그녀의 손은 떨리곤 했다. 그녀는 너무 밝은 빛을 견뎌낼 수 없었다. 그리고 쉽게 지쳤다. 그래도 그녀는 끊임없이 작업을 했다.

그렇지만 1896년 5월 12일, 까미유 끌로델은 살롱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녀도, 다른 어떤 심부름꾼도 그녀의 작품을, <수다스런 여인들을>가져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가지 그것을 기다렸지만 작품도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녁때 친구들이 그녀를 찾으러 아틀리에로 갔을 때 그곳은 텅텅 비어있었다. 저무는 태양속에 <수다스런 여인들>이 우아한 자태로 완성되어 있었다. 진홍빛 비단옷 한 벌이 대들보에 걸려있었다. 그옷에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그것은 빌린 옷이었던 것이다.
--- p.354 ---p.366
그녀는 불쑥 고개를 들었다.

"까미이이유."

멀리서 동생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열세 살짜리 말괄량이의 웃음치고는 꽤 야무졌다. 짓궂게 굴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는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이 타르드누아 숲을 쏘다니고 싶었고, 홀로 드넓은 샹파뉴 평원을 향해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고, 홀로 숲의 돌들, 즉 왕자님들을 만나고 싶었다.

"까미이이유."

동생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그래, 폴."

그녀는 잠시 입속말로 중얼거리다가 어린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정스런 미소를 지었다. 동생의 목소리는 가슴속까지 파고들었다. 폴은 늘 쉽게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누이를 찾느라 당브륀느 아저씨 소유의 밭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벌써 숲이 끝나는 곳까지 와 있었다. 사내애처럼 성큼성큼 걷는다고 어머니는 나무라시겠지. 어머니를 떠올리자 화가 난 듯 그녀가 물이 고인 땅을 사납게 내딛었다. 그 바람에 시커먼 흙탕물이 튀었다. 이 당돌하기 짝이 없는 사춘기 소녀가 질퍽한 땅을 밟을 때마다 적갈색 머리카락이 연약한 어깨 위에서 출렁거렸다. 별안간 손바닥 가득 진흙덩이를 움켜지고 싶었다. 뭔가 콕 쏘는 듯한 강렬한 냄새가 흙에서 픙겨왔다.

그녀는 두 주먹을 쥔 채 흙덩이를 눌러봤다. 흙냄새를 들이마시고 나서, 이번에는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바람이 일었다. 사나운 폭풍우가 멀리 렝스 쪽에서 들이쳤다. 자켕 아저씨의 살찐 말들의 똥처럼 땅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햇다. 한없이 외치며 무한한 갈망을 쏟아내고 싶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녀는 솅쉬 언덕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그녀는 첫 번째로, 저 거대한 바위 맨 꼭대기에 오르고 싶었다. 첫 번째로 그 거인을 정복해서 파리까지 펼쳐져 있는 지평선을 바라보고 싶었다.

"글세, 빌르뇌브에서 파리까진 세 시간 거리라니까."
---p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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