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교수법은 교육의 대상인 학습자, 교육 환경, 교과목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수법은 학습법과 분리해 다룰 수 없으므로 교수-학습법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교수자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잘 구성된 학습 자료를 제시해도 학습자가 수업 내용을 학습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일이다. 같은 내용을 같은 방식으로 같은 교수자가 교수하여도 똑같은 학습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교수법이나 교재가 아닌 학습자의 학습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외국어 교육 방법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인 증거만 제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대량의 실제 언어 자료를 활용하여 더욱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으려는 실험적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어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연구에서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코퍼스 활용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에 구축된 코퍼스를 활용하는 언어 연구뿐만 아니라, 외국어 교육에 적절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코퍼스 구축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퍼스를 활용해 언어를 분석하면 다량의 언어 자료에 대해, 빠르게 분석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이런 방법은 전통적인 언어 연구가 설문조사나 소규모의 언어 자료를 이용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과 비교할 때, 시간적, 양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코퍼스는 학습자의 언어사용을 그대로 수용해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학습 자료로 활용된다.
1. 코퍼스의 활용 범위
코퍼스 기반 언어 연구는 언어교육의 내용뿐만 아니라 언어교육 방법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코퍼스를 활용해 교수자가 학습자의 어휘, 문법, 담화를 분석할 수 있다. 코퍼스 분석을 통해 얻어지는 언어 항목의 빈도 통계 자료는 언어 교수법에 활용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언어교육 방법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문법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처음으로 코퍼스 기반 언어교육 방법론이 어휘 교수-학습 방법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어휘의 함축 의미를 연구한 Carter & McCarthy(1988)는 외국어 교수-학습 과정에서 어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Sinclair & Renouf(1988:150)는 언어 학습을 위한 코퍼스 기반 어휘 교수-학습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많은 교수자가 어휘 선택의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으나, 학습자를 위해서는 빈도가 가장 높은 어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퍼스를 교육-학습 과정에 활용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코퍼스의 어휘 출현 빈도는 교육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학습자의 학습 목표에 따라, 한 언어에서 빈도가 낮은 어휘가 빈도가 높은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 수도 있다. 결국, 코퍼스 분석 결과에서 얻어지는 언어사용 정보가 교육의 효용성을 늘 보장하지는 않는다.
코퍼스 기반 외국어 교육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코퍼스 구축과 응용이라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코퍼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축 목적에 따라 규모와 소재를 선정해야 하며, 코퍼스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 설계를 해야 한다. 코퍼스 구축의 기본 원칙, 언어 분석 도구, 데이터 코드와 도구 활용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외국어로서 프랑스어(FLE) 교육 과정에서 학습자의 언어사용 정보를 수집하여 학습자 코퍼스로 구축하면, 학습자의 언어 발달 양상과 오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어 외국어 학습 방법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언어 교육 과정에서 학습자는 성공적인 언어 학습에 필요한 조건, 학습자의 태도와 학습 목표, 언어 학습을 가장 효율적으로 촉진한다고 여겨지는 기법과 절차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언어교육 이론은 언어 형태에 초점을 두는 전통적인 학습보다는 의사소통을 통한 학습 과정에 초점을 둔다.
다시 말하면, 언어교육의 초점이 어휘와 문법을 학습하는 방식에서 언어를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언어가 명제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 모두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체계보다는 메시지와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렇게 의사소통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많은 학습자가 문어 자료를 통해 지식이나 문화적 경험에 접근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구어를 통해 외국어를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언어학적 매개변인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이들을 설명할 필요성이 두드러지고, 문법기술에 의존하는 언어교육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언어 습득과정에서 언어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커졌다. 그 결과로 교수자의 역할이 언어에 관한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을 위한 조정자 역할로 전환되었다. 교수자의 언어기술 능력보다는 오히려 학습 과정이나 학습 상황이 학습의 내용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코퍼스 사용이 증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코퍼스 사용이 언어교육 이론의 주된 흐름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교수자가 코퍼스 분석에 의존하는 의미중심 교육을 광범위하게 수용하기는 했으나, 언어 형태에 초점을 맞추는 수업 방식을 꺼리는 교수자도 많았다. 코퍼스 언어학이 교육 분야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코퍼스 사용자가 컴퓨터 사용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디지털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학습 자료를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코퍼스 언어학이 교수자의 관심 밖에 머물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로, 타당성의 문제이다. 교수자 대부분은 언어사용에서 변이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일반화된 기술을 선호하거나 교육 목적 달성을 위해 학습자의 요구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교수자가 텍스트 코퍼스에 기초해 프랑스어 조건형에 관한 분포적 자료만을 검토했다면, 구어 프랑스어에 쓰인 친밀한 두 사람 간의 대화에 기초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코퍼스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대표성 있는 자료뿐만 아니라 좀 더 넓은 분야에서 더 전문화된 코퍼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 수단으로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정확성도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언어학습 내용에 대한 관심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퍼스 기반 언어 연구가 적절한 언어교육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언어 정보가 학습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코퍼스 분석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어 교수-학습 과정에서 교수자는 언어 항목에 관한 정보 제공 방식에 따라 다양한 교수법을 선택할 수 있다.
첫째로, 교수법은 가르칠 내용의 선택, 가르칠 내용의 배열, 순서 그리고 가르치는 언어 항목에 주어지는 비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교육내용에 직접 관여해 언어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로, 교수자가 언어 및 언어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교수-학습 과정에서 어휘의 출현 가능성 즉 사용빈도가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또한, 코퍼스 연구는 수업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코퍼스에서 얻어지는 분석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언어교육 방법론에 근거를 제공한다.
코퍼스의 크기는 분명히 그것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가끔 아주 작은 코퍼스에 기초한 분석 자료가 제시되는데, 코퍼스 크기 때문에 그 연구결과가 일반적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유발한다. 대용량 코퍼스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것의 크기와 제작 방법에 따라 코퍼스 기반 분석의 신뢰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코퍼스 자동분석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전산화된 분석과 계산을 수동분석과 결부시키는 코퍼스 연구는 언어교육에 활용하는 데 특히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아주 흥미로운 연관성을 표시할 수 있는 'parce que' 또는 'puisque'와 같은 관계사의 상대적 사용빈도에 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인과관계는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고 추론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제4장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한 단어가 특정 영역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대한 분석적인 연구결과가 아주 사소한 것이어서 교육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교수자가 코퍼스의 효용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용되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에 코퍼스 연구자가 당면한 과제 중 하나는 특정한 언어 구조와 사용에 대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분석을 수행하여 그 결과를 얻는 것이었다. 만약 코퍼스 분석 결과가 교육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면, 언어 교수자는 코퍼스 분석 방법론을 받아들일 것이다.
코퍼스 언어학에서 제시하는 방법론으로 텍스트 분석을 통해 언어교육을 위한 중요한 함축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코퍼스를 활용하지 않고, 언어교육의 보조 도구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 기반 언어학습’(CALL)을 옹호하는 교수자는 코퍼스의 사용이 학습자의 능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언어에 관한 지식을 코퍼스 연구와 연계시켜 교육 보조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처음에 CALL(Computer Assisted Language Learning)이 시도될 시기에는 행동주의와 관련된 훈련과 실습이 지배적이었다.
CALL 주창자는 코퍼스 언어학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으며, 대부분 아마추어 프로그래머였다. 이들은 어휘, 문법 및 번역에 대한 질의-응답식 또는 개별적인 방식으로 연습문제 및 시험문제를 고안하였다. 그래서 언어교육에 광범위하게 활용되지는 못했다.
1990년에 들어서, Aston(1995)은 학습자가 규칙을 추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사용언어 항목에 대한 필요한 관련된 자료를 제공해 주는 코퍼스 기반 언어 분석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코퍼스 기반 언어 분석방법은 언어를 교수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며, 일부 학습자가 학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도구일 뿐이다.
똑똑한 학습자는 코퍼스를 활용해 분명히 어휘의 상호작용을 유추하고, 사전 및 문법 정보를 활용해 목표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차적’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언어교육 방법론처럼 코퍼스 기반 어구색인도 궁극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습자는 코퍼스뿐만 아니라 책, 신문 및 녹음자료에서 필요한 학습 자료를 얻을 수 있으며, 코퍼스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평가 결과가 언어 학습에 대한 코퍼스 기반 접근법의 효용성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언어 사용은 다양하여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언어를 교수하는 과정에서 교수자가 너무 많은 학습 자료들을 제시하다 보면, 학습자가 중요한 학습 자료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학습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코퍼스 언어학이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새로운 유형의 언어기술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어기술, 자연언어처리 및 언어교육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언어 기술 방법론을 향상시키기 위해, 관련 분야에서 디지털 코퍼스를 활용하는 것이 이질적인 인간사회에서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언어자료 코퍼스를 기반으로 하는 언어 기술과 그것의 유용성이 최근 언어 교수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언어 규범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코퍼스에 제시되는 많은 의문점은 외국어 교수에 만연된 ‘실제로 사용되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생긴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자 코퍼스 활용 방법이 제시되었다.
언어자료인 코퍼스의 활용 방법은 여러 방법론적 수단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가치중립적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비로소 교수-학습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언어 교수법이 분석적 또는 실험적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총체적 또는 탐색적이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코퍼스를 활용한 언어 연구는 다량의 언어 자료를 체계적으로 빠르게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전통적인 언어 연구가 설문조사나 소규모의 언어 자료를 이용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는 데 있어서 시간적, 양적인 한계를 보였던 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코퍼스는 목표어 사용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는 점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언어 자료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목표어의 사용을 익혀야 하는 외국어 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퍼스를 기반으로 한 외국어 교육은 어휘 교수 요강과 어휘 중심 교육이 있다. 이와는 별개로 학습자 코퍼스를 구축하면, 학습자의 언어 양상을 관찰할 수 있고, 특정 언어권 학습자의 오류 양상을 분석할 수 있어, 중요한 언어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구축 목적에 따라 코퍼스 규모와 소재가 결정된다. 코퍼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코퍼스 구축의 기본 원칙, 언어 분석 도구, 데이터 코드와 같은 관련 지식이나 도구 활용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프랑스어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습자의 언어사용 자료를 수집하여 다양한 학습자 코퍼스를 구축하면, 학습자의 중간언어 발달 양상과 오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인 교수-학습법 연구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코퍼스는 언어에 대한 연구와 언어 교육에 대한 연구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어 교육에서 어휘 빈도 조사나 어휘중심 교육에서 코퍼스를 활용할 수 있으며 개별 어휘나 문법의 특징을 코퍼스 자료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퍼스의 규모가 클수록 방대한 텍스트를 대상으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는 코퍼스 활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코퍼스가 외국어 교육에 쉽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구축된 언어자료에서 용례 검색, 공기어 검색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도구가 제공되어야 하며, 학습자 코퍼스를 포함한 다양한 코퍼스 구축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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