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홍콩 미술시장을 이끄는 경매회사와 아트페어, 생생한 홍콩 갤러리 현장의 변화를 좇을 수 있으며 홍콩 미술의 근간을 이루는 전시 공간들의 역할, 그리고 미술로 새로운 홍콩을 그려내고 있는 홍콩 정부의 정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홍콩을 쇼핑과 식도락의 천국으로만 인식하던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홍콩 미술 이야기를, ‘홍콩 미술이 특별할 게 있어’ 하고 반문하는 한국 미술계 종사자들에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홍콩 미술의 진면목을, 그리고 국내 미술계를 좀 더 재미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책가들에게는 변화무쌍한 홍콩 미술계의 성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서문」중에서
몇 해 전까지 서울,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전력 질주했다. 하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홍콩이 아시아 제1의 미술시장임을 부정할 수 없다. 홍콩과 다른 아시아 도시들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홍콩에 펄럭이는 ‘아트 바젤 홍콩’ 깃발이, 매 시즌 최고 경매가를 경신하는 홍콩의 경매시장이, 홍콩 센트럴로 입성하는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있다. 여기에 더해 창고 지대에 새롭게 형성되는 아트 지구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홍콩 미술시장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홍콩 미술시장은 아트페어와 경매라는 쌍두마차가 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13
아트페어의 국제화를 가늠하는 기준은 첫째, 얼마나 많은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는가. 둘째, 얼마나 많은 해외 컬렉터가 방문하는가로 볼 수 있다. 2012년 동양과 서양 갤러리 비율을 50대 50으로 맞춘 아트 홍콩은 기존의 아시아 아트페어들이 꿈꾸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국제적인 이벤트를 아시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트 홍콩의 디렉터였던 매그너스 렌프루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왜 홍콩인가’라는 질문에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라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고, 성공적인 국제 행사를 치르기 위한 모든 기반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 p.21-22
뉴욕과 런던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세계 경매시장에 홍콩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차이나 머니가 미술시장에 유입되면서 홍콩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매시장의 중심지로 당당히 등극했다. 더불어 홍콩은 경매업계의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매 시즌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을 벌이는 곳이 되었고, 아시아의 경매회사들도 앞 다투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바야흐로 홍콩은 미술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 p.60
아트페어도, 경매시장도, 갤러리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이 참여해 작품을 판매하는 1차 시장이고, 경매는 갤러리에서 거래된 작품들을 취급하는 2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로드에서 시작된 홍콩의 갤러리 타운은 차이완, 쿤통, 웡척항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홍콩의 갤러리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가고시언, 화이트 큐브, 갤러리 페로탱 등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속속 홍콩으로 진출하면서 갤러리 현장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중국과 홍콩 현대미술뿐 아니라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미주 등 전 세계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쇼케이스의 현장이 된 홍콩. 할리우드 로드에서 웡척항까지 다채로운 갤러리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 p.105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모두가 미술시장의 성공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시장 중심의 비약적 발전이 자칫 홍콩 미술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엠플러스, 파라 사이트와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와 같이 홍콩 미술계의 거름 역할을 하고 있는 비영리 기관, 피엠큐 등 도시 재건 사업 등을 통해 탄생하고 있는 새로운 예술 공간들이 미술 생태계를 고르게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콩 미술계를 뒷받침하고 있는 다양한 비영리 기관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홍콩 미술을 그리고 있을까.
---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