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이 이야기하는 나의 길 찾기!
‘눈을 낮추라’는 말은 절대 사양합니다
언론에서는 청년실업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눈을 낮추라’는 말은 사양이다. ‘눈을 낮추는’ 것은 기성사회가 제시한 수직적인 논리에 대응하는 답변이다. 눈을 낮추지 말고 바꿔야 한다. 다른 시선을 가지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주철환 | [슈퍼스타K] 보면 아마추어 뮤지션은 긴장해서 노래 부르고 이승철 같은 프로 뮤지션이 앉아서 어쩌고 저쩌고 야단쳐요. 다들 재밌다고 열광했죠. 그런데 어떤 PD는 그걸 보고 이렇게 생각한 거예요. ‘가수들이 노래 부르고 시청자들이 야단을 치면 어떨까?’ 이게 [나는 가수다]예요. -- [나가수]는 그의 그런 능력에서 만들어졌고, 그건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겁니다. 가수에게 점수를 매긴다. 가수에게 등수를 매긴다. 이건 발상의 전환이에요.
--- p.30
안 뽑아주면 내가 차리면 되고
안 뽑아주면 내가 차리면 된다. 어디 회사에 들어가서 뭘 하겠다가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싶다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이다!
최서윤 | 구직시장에서 필요한 인간을 기업이 모두 “퍼가요~♡” 해서 다 퍼갔는데 남은 사람들이 있는 거고, 그렇게 남아 있는 나라는 존재가 마치 잉여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왜 남았나를 생각해보니 이게 단지 내 잘못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 거죠. GDP 같은 거시적 수치로 보면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수치는 실질적 고용과는 연결되지 않고, 삶은 더 팍팍해져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런 상황들을 봤을 때 ‘빡쳤어요’, 아주 많이. 이 시점에 저 또한 이런 경쟁을 뚫고 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경쟁에서 승자가 된다는 보장도 없었고, 기자가 된다 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데스크에서 자를 수 있다는 게 싫었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 너희들(언론사)까지도 까겠다’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거죠.
--- p.154
서울이 아니면 지방으로 가면 됩니다.
김보성 | 수도권 집중 사회에 살던 여러분의 경험에서는 다른 지역의 가치를 잘 모를 수 있고, 그곳에 별 게 없다고 오해하기가 쉬워요. 근데 제가 전국을 다녀보니 그게 아닙니다. 모든 곳에는 이미 다양한 가치를 가진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다만 그 사람들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뿐이죠.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한 상태에서 지역을 볼 때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볼 때는 지역을 보는 시야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요. 확신을 가지세요. 이제 어느 지역에서든, 이미 주민들이 의식하든 안 하든 생활예술의 시대가 됐다는 것이 중요하고, 여러분도 그러한 철학적인 사고를 기초로 ‘거기’에 ‘지금’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능동적인 정책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146
돈이 없으면 지원을 받으면 되죠!
정부지원? 그렇다고 청년인턴제로 복사하고 커피나 타라고? NO! 전 허브센터 센터장인 전효관은 현시대의 청년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청년들은 작은 일이라도 경험해야 하고, 그 경험의 장은 사회가 만들어줘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만든 청년허브에서는 5명이 모이면 활동비를 지원해준다. 또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그 프로젝트에 청년들을 참여시켜 청년들의 제대로 된 일 경험을 만들어주는 ‘혁신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다. 뭐든 모여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는 것이다.
전효관 | 제가 아까부터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 청년들의 ‘일 경험’이에요.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어느 장에 몸을 담가 경험을 하면 그것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가 있거든요. 꿈이란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어떤 일에서 구체적인 경험을 하면 그 꿈의 형태가 구체화될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게 없으면 물질적 기초가 없으니까 공상이 돼버리죠. 그래서 젊은 세대가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설계해 만들어줘야 합니다.
--- p.237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그들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여백 혹은 결핍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긍정한다. 기성사회에 갇혀 있을수록 변화의 여지는 크지 않다. 잉여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상상력은 그들에게서 나올 수 있다.
최서윤 | 잡지에 참여하는 잉여분들을 보면 저보다 더 감수성이 좋더라고요. 일단 본인이 잉여라는 자각이 있는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소수자의 감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렇다는 건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또 본인이 잉여로서 많은 시간 온라인 공간을 점유하거나 혹은 취향이 같은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니까 어떤 분야에서는 남들보다 깊이 알고 있는 부분도 많았어요. 폭넓게 알기도 하고요.
--- p.155
최정한 | 갯벌에는 삶이 쌓이고 쌓이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 생명의 다양성이 축적되는 생태적인 환경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갯벌은 이런 식으로 형성되는 것이죠. 하지만 삶이 정형화돼 있고, 그 삶이 이미 주류의 틀에 갇혀 있다면 사실 변화를 만들어낼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유, 여백, 이념 이런 부분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197
함께하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김태훈 | 스토리텔링은 ‘힘’을 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내세우는 잣대와 저울에 수동적으로 평가만 받을 게 아니라, 나 스스로 힘을 갖고 사회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스토리텔링입니다. 힘이 있는 사람은 기성사회가 제시하는 선택지 대신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협상력이 생기는 것이죠. 물론 혼자서 이런 힘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혼자서 해내라는 뜻도 아닙니다. 스토리텔링은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 세상을 향해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스토리텔링을 하면 그만큼 힘이 생기고, 우리를 위한 공간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p.119
전효관 | 사실 ‘내가 이런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뭔가를 할 엄두가 잘 안 나잖아요. 이걸 극복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여러분이 직접 보고, 거기에 참여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직업을 여러 번 바꿨던 이유 중 하나도 그거예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알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내가 가진 불안감이 줄어들어요.
--- p.238
그리고 이 모든 시작은 나로부터, 그리고 작은 한 걸음부터 시작됩니다
전효관 | 여러분이 꿈, 희망 등에 대해 사고하려면 현실과 직면해야 해요. 그래야만 주체적인 희망을 만들 수 있어요. 여러분이 현실에 직면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 꿈을 만들어나가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구체화해나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 막연하게 꿈만 얘기하게 되죠. 함께 모여서 작은 일부터 해보세요. 예를 들면 학교 축제 기획에 참여한다든지, 여러분의 상황을 알리는 글을 여기저기에 써본다든지,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풀 수 있는 작은 실험을 해본다든지 말이죠.
--- p.239
최서윤 | 그래서 결국 제가 궁극적으로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만히 있지 말라는 거죠. 무엇을 하든지요. 사실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해요. 그게 뭐가 됐든 결국엔 다 배우는 게 있더라고요. ‘무엇이든 하면 된다.’ 이 말 되게 식상하죠? 하지만 정말 중요하니까 말하는 거예요. 뭘 하든 간에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정말 소중한 거예요. 이렇게 하려면 멘탈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할 만큼 했는데도 망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하는 식으로 정신승리하는 법을 마음속에 새기세요. 실패하더라도 ‘그래, 난 이걸 통해서 뭐라도 조금 해봤으니까 괜찮아’ 하는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 p.152
현실에 발을 딛고 선 전복적 상상력!
작은 한 걸음일지라도 시작하라, 걸어라!
무조건 지지? 응원? 힐링은 사양합니다!
이 책이 뭐든지 잘 될 것이다 추상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전 청년허브 허브장인 전효관은 누구보다 현실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창업 경진대회에서 뛰어난 아이디어로 우승은 했지만 창업 생각은 없던 고등학생들을 보며, ‘취업이 안 돼서 청년들의 창업을 독려해서는 안 된다’며 창업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 쓴소리를 하기도 하고, 무상주택을 청년들에게 제공해주라는 한 청년의 제안에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직언한다. ‘나도 힘들고 선생도 힘들고... ’라고 생각하는 현시대의 청년들은 ‘마치 공격본능이 사라진 평화주의자’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청년들의 경험할 공간, 비빌 언덕, 실패했을 때의 사회가 안전망을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어려운 시대를 사는 현시대의 청년들을 ‘서로의 연민을 공유하는 세대의 등장’이라고 표현하며, 기성세대가 하지 못한 것을 지금의 청년들이 해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찾고 있다.
전효관 | 요즘 20대 중후반 세대들과 이야기해보면 자기 세대들이 겪는 아픔과 대안 없는 이 상황에 대해 동료들과 연민을 공유하고 있더군요. 말하자면, 타인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감각을 가진 세대인 거죠.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그 감각을 실현시킬 수도 그런 일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무력해 보이고 잉여처럼 보이기도 하는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이 ‘연민의 공유’는 어려운 상황을 체험하고 나오는 가장 사회적인 감각인 것 같아요. -- 이렇게 철저히 자기 생각만 하도록 훈련된 사람들 말고 자기 주변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 리더로 성공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 감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마련해보자는 것이 제가 청년허브를 하면서 계속 강조하는 겁니다.
--- p.235-236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환경 탓부터 하는 것을 경계한다. 누가 완전히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해도 안 된다.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움직일 수 있다.
전효관 | 청년세대들은 이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의 계획이나 방향을 지지할 수 있는 동료와 스스로의 힘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뭔가를 시도해봐야 합니다. 저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작은 일이라도 내 몸을 움직여서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거든요. 여러분이 서 있는 자리에서 계속 뭔가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했는데 거기서 뭔가가 안 되면 제가 여러분에게 “누구를 만나서 어떤 조언을 들어라” 하는 식의 구체적인 답변을 해줄 수가 있어요. 하지만 시도도 하지 않고 막연하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질문을 던지면 저도 할 말이 없는 거죠. 만약 시도했는데 사회가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제기하세요. 실제 뭔가를 시도하고, 그것에 응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년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크든 작든 여러 군데에서 반응이 있을 거예요.
--- p.239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다시 세 걸음-
그 경험의 층위가 나의 길을 만들 것이다
인생에는 반전이나, 한 방은 없다. 중요한 건 매일매일의 그 한 걸음, 그리고 그 층위가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걷는 길’이다. 새로움과 상상력, 그것은 일상에서 나온다. 일상에서 쌓인 층위들이 남들보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주철환은 자신의 인생에 쓸모없는 일들이 지금 추수감사절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작곡해온 노래, 자작시들. 그것이 인생에 가져다준 것이 많다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그것이 쌓이다 보니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주철환 | 저는 열다섯 살 때부터 이렇게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저는 피아노도 칠 줄 모르고 악보도 볼 줄 몰라요. 근데 어떻게 노래를 만들까요? 만들 수 있어요. 여러분이 ‘이래서 못 해, 이래서 안 돼’라고 생각하면 결코 안 될 거예요. 결코 못 할 거예요. 저는 음악을 전혀 공부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음악이 흘러요. ‘언젠가는 이것들을 정말로 주변 친구들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열다섯 살 때부터 노래를 만들어서 스물 몇 살까지 거의 60곡의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로부터 거의 40년 후에 음반을 냈어요. 사실은 제가 음반을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나 냈어요. 그런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죠? 여러분 누가 당신을 알아주길 바랍니까? 이제 그런 눈치를 보지 마세요. 누가 여러분을 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마세요.
--- p.35
소설가 김탁환은 글을 쓰는 원동력은 생활에서의 사전 찾기와 낭독하기라고 말한다. 낭독은 철저히 그 등장인물이 되어서 낭독한 뒤 글을 쓰는 것이다. 사전 찾기는 시대와 언어를 초월하는 그 인물의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다. 엄청난 분량의 장편소설을 거의 해마다 거르지 않고 뽑아내는 소설가 김탁환은, 불현듯 떠오르는 창조력이나 타고난 천재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낭독하기와 끊임없는 사전 찾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탁환 | 저는 ‘궁리의 생활화’를 하면 된다고 답합니다. 책을 읽고 답사를 하면서 궁리하고 생각한 뒤에 그 궁리를 모으는 거죠. 그렇게 하면 정도전이 저와 좀 가까워집니다. 궁리를 어떻게 모으냐고 하면 ‘주제 일기’라는 걸 써보라고 합니다. ‘궁리 일기’라고도 하죠. 제가 쓴[불멸의 이순신]이 원고지 8500매 분량인데 이것을 하루에 열 장씩 썼다고 가정하면 850일 정도 쓴 거잖아요. 그러면 제가 이순신을 최소한 850번쯤 생각했겠죠. 이순신이 자신을 아는 것보다 제가 이순신을 더 많이 압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도 자신을 850번씩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 하루에 한 번씩 100번만 생각해도 전문가가 돼요.
--- p.72
의심하고, 의심하고, 걷고 걸어라!
내가 가는 길이 지도를 만들 것이다
가는 길이 내 길이 되어!
박활민 | 우리는 태어나면서 사회로부터 삶의 지도(map)를 받아요. 그리고 이 지도를 보면서 길을 걷죠.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계속 같은 길이 나오거나 혹은 함정에 빠지거나 수령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그런데도 우리는 ‘내가 지도를 제대로 못 봐서 그런가’ 하고 더 열심히 지도를 봅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죠. 저는 이 시점에서 우리 손에 쥐어진 그 지도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다른 좌표를 지도에 만들고, 그 지도를 가지고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 p.206
박활민 |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월급을 받을 때마다 생명수당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해요. 근데 저는 생명을 죽이고 수당을 받는 이런 구조가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사회는 더 이상한 것 같고요. 나를 죽이면서 내가 살아가는 게 당연한 걸까, 그 점이 의아한 거예요. 지구상의 어떠한 생명체도 자기의 몸을 팔아서 생명을 유지하진 않아요. 그런 식의 생존방식을 가진 생명체는 어디에도 없어요. 당연히 자기가 사는 삶의 방식이 자기를 살리는 방식과 일치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본주의 시장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 인권을 받고, 그 인권을 이용해 시장에서 살아가는 구조인 것이죠. 말하자면, 엔진을 팔아서 살아가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