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계속된다. 추출되거나 벌목된 자원이나 채굴된 대량의 천연자원이 어떻게 이런 놀랍고
복잡한 개인의 사유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을까? 자본이 산업을 발전시킬수록 이런 종류의 사치품은 지구를 더 많이 망가뜨리고, 국가 경계와 지역적 경계를 무너뜨리며 국민들을 통제한다. 어떤 권력이 그 뒤에 있는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노동력을 착취하는 공장장들 때문에? 전 세계 케이블을 이용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자본을 늘리며 공장장들을 착취하는 투자업자들 때문에? 마르크스는 결의에 차 만년필을 움켜잡고 새로운 공식을 종이에 적어내는 데 성공한다. 글씨는 서툴러 보인다. 훗날 사람들은 그 공식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실물적 팽창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금융자본(g)이 상품 생산량(w)을 증가시키고, 이 생산에는 상품으로서의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이 포함된다. 금융적 팽창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팽창한 금융자본(g’)이 상품 생산에서 벗어나 금융거래의 형태가 되어 자본 축적을 일으킨다. 즉, 금융자본이 생산량을 증가시켜 다시 자본을 증가시키는 g-w-g’ 공식이 아닌, 금융거래를 통해 다시 바로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금융자본에서 바로 팽창된 자본이 되는 g-g’공식이 성립되는 것이다.’11
제1장. 런던에서 지중해로 37~38p
‘임금 노동자가 시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물품은 노동력이다. 노동자들은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 노동자에게서 노동력을 사들이는 사람은 자신들이 사들인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노동자들을 가능한 한 싸게 사려고 하고, 동시에 그들의 노동이 임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노동시장을 조작하고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값싸게 사들이려는 사람들은 훗날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록펠러나 밴더빌트처럼 재벌이 탄생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마르크스는 베라에게 자기 생각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마르크스는 베라에게서 느끼는 감정 때문에 혼란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베라의 존경심과 커지는 신뢰감이 그를 우쭐거리게 만든다. 둘은 어색하게 헤어지고 마르크스가 시내로 걸어가는 동안 베라는 마차에 올라탄다. 마르크스는 자기 자신을 확인해 보고 싶어 했고, 그래서 뜬금없는 결정을 내린다. 1882년 4월 28일 오후 4시. 마르크스는 카스바 근처에 있는 E. 뒤테르트르 이발소에 들어선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변하고 싶다'.
제2장. 알제 83~85p
마르크스는 오래전에 주식투자를 한 적이 있다. 물론 엥겔스처럼 많이 하지는 않았다. 뭐 어쨌든….
‘놀랍겠지만 나도 주식투자를 한 적이 있단다. 일부는 미국 펀드(국채 증권)였지만 올해는 버섯처럼 세계 곳곳에서 자라난 영국 주식을 샀지. 이런 종류의 주식은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지. 하지만 적진의 돈을 빼앗아 오기 위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8라고 계속해서 편지에 써 내려갔다.
마르크스는 지금 무언가를 더 원한다. …?
인간의 노동력이 역사를 이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새롭게 든 생각은 ‘자본주의를 통해 변화된 자연, 인구의 급증, 쓸 수 있는 모든 천연자원에 대한 예상치 못한 투자 기회의 수요 증가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거시적 트렌드’에 대해 연구했다.
이런 모델은 장기적인 트렌드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가치를 지닐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제 실제로 시험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는 미국 북부에 있는 철도 회사 주식과 철강 주식이 1882년 5월 중으로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엥겔스가 남은 여행을 위해 전신으로 보내준 돈으로 주식을 사 2주 동안 4,000파운드의 수익을 냈다. 마르크스는 이 모든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즐겼다. 이로써 마르크스의 주머니 사정이 처음으로 나아졌다. 세계가 엄청난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돈보다 더 명확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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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몬테카를로와 카지노 자본주의 102~103p
마차 한 대가 마이트랜드 파크 로드에 정차하고 베라가 내린다. 정확히는 잘 모르는 듯 두리번거리며 마르크스의 집을 찾는다. 문을 두드렸을 때 엘레아노르가 문을 연다. 베라가 머뭇거리며 자기는 마르크스와 여행할 때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느냐고 묻는다.
렌헨과 엥겔스가 나타난다. 베라는 마르크스의 상태를 확인한 후 프뢰벨 가의 가정교사를 그만두고 런던으로 왔다. 지금 렌헨은 베라와 마주보고 서서 왜 그녀가 여기 왔는지, 마르크스에게 베라가 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베라는 근처에 있는 엘레아노르 집에서 머문다. 3년 후 그녀의 [여성 문제]라는 책이 출간되는데 이는 베벨과 베라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베라는 베라에 대해 편견을 가진 엥겔스와 타협했고, 놀랍게도 렌헨과도 잘 타협해서 렌헨을 돕는다. 이렇게 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 렌헨의 어색한 삼각관계는 베라로 인해 소멸된다. 세 명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베라와 논쟁한다. 그런 점에서 베라는 이제 죽어가는 마르크스 앞에 존재하는 한 부분이 되었다.
마르크스는 베라의 방문에 당황했지만 기쁘기도 했다.
마르크스의 꿈…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청소년일 당시 말했던 문장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계급과 계급 차이가 있던 구 시민사회는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인 일종의 연맹개념으로 바뀐다.’16라는 문장이었다. 단체들, 평의회, 협력체, 권위에 반대하는 모든 생활 공동체가 뒤섞인다. 마르크스는 지구 상 인간이 진정 가진 것도 없이, 그저 서로서로의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하염없이 탄식한다.
햇살이 비추는 서재 한가운데 마르크스가 나무로 된 안락의자에 바르게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다. 현실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이제 마르크스는 또 다른 세계로 가고 있다. 그 공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이며 그곳에서는 살아온 삶의 두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르크스의 죽음을
통해 당쟁, 증권 거래소 출현, 분수를 넘은 황금시대가 보인다. 동시에 사절단이나 경쟁 정당으로부터 수많은 인사들의 방문이 시작된다.
1883년 3월 14일 오후 3시경. 렌헨과 엥겔스는 서재 안락의자에서 쓰러져 있는 마르크스를 발견했다.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 위해 잠들어 있는 마르크스를….17
제4장. 다시 런던으로, 그리고 그 후 138~139, 151~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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