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4쪽 \| 199g \| 12820520mm
ISBN13	9788970132297
ISBN10	897013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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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1984년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한 이후 가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음악다방, 소극장, 재즈카페가 늘어선 신촌에서 하위문화의 다른 풍경을 지켜보았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후, 고전시가를 전공으로 택해 사설시조를 통해 일탈적 문법의 의의와 한계를 살핀 석사논문과 조선 후기 시조의 통속화 과정에서 하위 문화와 주류 문화의 교체 조짐을 읽어낸 박사 논문을 썼다.

《리뷰》,《서브》에 음악 관련 리뷰를 써왔고《민족예술》, 웹진《웨이브》에 관련 기사와 리뷰를 쓰고 있다. 1998년 대중음악 페스티벌 '소란', 2000년 여성음악 페스티벌 '여악여락'과 같은 콘서트 기획에도 참여했으며 지금은 고전문학, 여성문학 관련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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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요 앞에는 '통속적인'이라는 말이 으레 따라 붙는데, 이 말은 '광범위한 대중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대개 감성의 과잉 노출, 상투적인 패턴, 질적인 조악함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이러한 통속성은 가요를 포함한 대중예술 일반에서 두루 발견되는 특성이다. 이 말은 대중예술의 성과와 한계는 상당 부분 통속성이 드러나는 방식과 질에 의해 규정된을 의미한다. 바로 이점 때문에 통속성은 대중성과 구분없이 쓰이기도 한다.

--- p.95

이러한 통속성은 가요를 포함한 대중예술 일반에서 두루 발견되는 특성이다. 이 말은 대중예술의 성과 한계는 상당 부분 통속성이 드러나는 방식과 질에 의해 규정됨을 의미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통속성은 대중성과 구분 없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성과 통속성이 쓰이는 말이 놓이는 맥락이 반드시 같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대중성이 경우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과는 달리, 통속성은 가요의 부정적인 일면을 대신하는 말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요의 대중성이 주로 가요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 즉 시스템의 문제라 한다면, 통속성은 가요를 만들어 가는 텍스트 구성 방식의 문제라는 차이점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 p.95,---pp.7-18

가수라는 말이 겪고 있는 수난도 가요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은 가요와 마찬가지로 가수라는 말에 담긴 왜색 시비였다. 대중음악을 보컬리스트 중심으로만 이해하는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도 가요를 둘러싼 문제 제기와 유사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가수는 말 그대로 노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포괄하는 말이다. '수(手)'라는 말에는 어떤 기예에 정통한 사람 또는 어떤 일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가'의 본래 의미에 충실할 것 같으면 가수(歌手)는 노래를 포함한 음악 어느 분야에 정통하고 전문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 말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수라는 말을 둘러싼 왜색 시비가 있었고, 몇몇 자의식을 지닌 가수들, 정확히 말하면 자작곡을 부르는 가수들이 바로 그 '가수'라는 명칭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구했다. 나는 가수가 아니다. 나를 뮤지션으로 불러달라.

그 사이에 많은 '가수'들이 '가수'라는 이름을 버리고 뮤지션 또는 아티스트를 자칭했고 또한 그러한 칭호를 얻게 되었다. 아직까지 '가수'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이들은 쇼프로그램에 나와 춤추며 립싱크하고, 주말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해 자학인지 피학인지 모를 연기도 보여주어야 하고, 토크쇼에 나와 입담도 자랑하는, 정작 노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노래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매끈하게 해내는 토털 엔터테이너들이 '가수'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브라운관을 점령하는 동안 노래에 대해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가수'라는 이름을 벗어던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pp.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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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대중문화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으로 우리가 향유하는 영역이다.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요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우리 가수들의 외국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근래에 매우 많아졌다. 90년대 들어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가요와 가수들도 오락의 대상이나 '딴따라'가 아닌 독해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나오는 대중문화 담론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가요를 읽어야 할까?『가요,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현재 가요의 여러 현상과 쟁점을 중심으로 가요의 새로운 독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평론가는 '가요'라는 용어를 폐지하고 '한국 대중음악'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가요'가 일본의 '기미가요'에서 유래된, 왜색 짙은 용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가요,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즉 '가요'는 동양에서 오래 전부터 보편적으로 쓰이던 말이며 이를 고대 문헌인『시경』『서경』등에서 근거를 찾고 있다. 결국 '가요'는 그 자체로 외국 대중음악에 상대적인 의미를 갖는, '한국의 대중들이 광범위하게 즐기는 대중음악'이라는 위상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가요'를 '한국 대중음악'으로 '가수'를 '뮤지션' 등으로 바꿔 부르려는 몇몇 평론가들의 노력이 그 정체성을 온전하게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용어의 덫에 갇혀 낯선 담론만을 생산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던진다. 결국 가요는 가요일 뿐이며 단지 어떻게 생산되고 수용되는가라는 시스템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 또 다르게 흥미로운 주장은 우리 역사에서 '가수'의 전범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가요'의 왜색 시비가 일어나면서 한쪽에서는 '가수'라는 명칭을 거부하고 '뮤지션'이라는 자칭, 타칭이 유행했는데, 이 역시 내재된 의미 변화 없이 이름만을 바꾸려는 노력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18세기에 존재했던 '가객'으로부터 작가주의 경향을 지닌 음악인의 면모를 발견해낸다. 음악의 창작, 보급, 가집 발간 등을 책임졌던 이들 가객으로부터 '가수'든 '뮤지션'이든 그 이름에 상관없이 대중들과 함께하는 음악을 부단한 노력으로 생산하고 공유하려는 오늘날 음악인의 모범을 찾아보자는것이다. 『가요,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또 현재의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현상적으로 짚어보고 그것들이 원래의 의미를 어떻게 잃어가고 있는지, 그것들을 복원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흥미롭게 짚어보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랩과 힙합 문화가 구술 전통과 맞닿아 있음을 살피는 작업도 새롭지만 원래의 저항 정신은 거세된 채 유행 코드로만 남은 록음악이나 공동체문화의 산물이었던 포크음악이 지금 한국에서는 향수를 달래주는 과거의 음악으로 남은 것에 대한 우려는 그다지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또 '이박사'나 '달파란' 등 인디씬을 중심으로 한 '뽕짝'과 '테크노'의 결합에서 컬트와 역설의 미학을 살피고 있기도 하다. '대중성'과 '통속성'은 어떤 관계인가라는 물음에 이 책은 대중성은 가요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 즉 시스템의 문제이며 통속성은 가요를 만들어가는 텍스트 구성 방식의 문제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정리하고 통속성의 부정적인 의미를 벗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밖에도 한영애, 이상은,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등을 통해 근래 가요에 새로운 여성성을 부여하고 있는 여성 가수들의 면모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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