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명성과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 차지해서는 안 되니, 조금 이라도 나누어 남에게 주어야 손해를 멀리하고 몸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치욕스러운 행위와 더러운 이름은 남에게 전부 미루어서는 안 되니, 조금이라도 끌어다 자기에게 돌려야 영광을 간직하고 덕을 기를 수 있다. _p.27
낮은 곳에 있어본 뒤에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위험함을 알고, 어두운 곳에 있어본 뒤에야 밝은 곳을 향하는 것이 너무 드러남을 알며, 고요함을 지켜본 뒤에야 움직임을 좋아하는 것이 너무 수고로움을 알고, 침묵을 길러본 뒤에야 말 많은 것이 시끄러움을 안다. _p.35
내가 남에게 베푼 공덕은 마음에 두면 안 되지만, 내가 남에게 저지른 허물은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으면 안 되지만, 남이 나에게 가진 원망은 잊지 않으면 안 된다. _p.45
열 마디 말에서 아홉이 맞았다고 해서 반드시 신기하다고 칭찬할 일이 아니다.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모든 허물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열 가지 꾀에서 아홉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한 가지 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헐뜯는 논의들이 무더기로 일어난다. 군자는 그래서 차라리 침묵하지 떠들어대지 않고, 차라리 서툴러 하지 재주 부리지 않는다. _p.61
천지는 영원히 있으나 이 몸은 다시 얻을 수 없으며, 인생은 그저 백 년일 뿐인데 이 날들을 너무 쉽게 지나가는구나! 다행히 그 사이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삶이 가진 즐거움을 알지 못하면 안 되고, 또한 삶을 헛되이 살지 않을까 하는 근심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_p.88
덕성은 재능의 주인이요, 재능은 덕성의 하인이다. 재능은 있는데 덕성이 없음은 주인 없는 집에서 하인이 일을 처리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도깨비들처럼 미쳐 날뛰지 않겠는가! _p.113
어망을 쳐놓았더니 기러기가 그 안에 걸리고, 사마귀가 먹이를 노리면 참새가 또 그 뒤를 엿본다. 낌새 속에 낌새가 감추어져 있고, 이변 밖에 이변이 생겨나니, 지혜나 기교가 어찌 믿을 만하겠는가! _p.117
은혜는 박하게 베풀기 시작해서 후해져야 하니, 먼저 후하게 하고 나중에 박하게 하면 사람들이 그 은혜를 잊는다. 위엄은 엄격하게 시작해서 너그러워져야 하니, 먼저 너그럽게 하다가 나중에 엄격하게 하면 사람들이 그 가혹함을 원망한다. _p.128
속이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그를 감동시키고, 사나운 사람을 만났을 때는 온화한 기운으로 그를 따뜻하게 대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명분과 의리, 기개와 절도로 그를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천하에 나의 교화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 사람이 없다. _p.134
산이 높고 험한 곳에는 나무가 없지만, 굽이굽이 도는 골짜기에는 풀과 나무가 무더기로 자란다. 물이 급히 소용돌이치는 곳에는 물고기가 없지만, 고여 있는 깊은 연못에는 물고기와 자라가 모여든다. 이래서 너무 고상한 행동과 조급한 마음을 군자는 엄중히 경계한다. _p.148
어떤 사람의 나쁜 점을 듣고 바로 미워해서는 안 되니, 비방하는 사람의 분풀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착한 점을 듣고 바로 가까이해서는 안 되니, 간사한 사람을 출세의 길로 끌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_p.158
일이 조금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면 원망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마음이 조금 게을러질 때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면 정신이 저절로 분발할 것이다. _p.163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식견도 지혜도 없으니, 함께 학문을 논할 수 있고 또한 함께 공적을 세울 수도 있다. 오직 어중간한 재주를 가진 사람은 생각과 지식이 많아지면 억측과 의심도 많아져서 일마다 함께하기가 어렵다. _p.166
더위를 반드시 제거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더위를 괴로워하는 마음을 제거하면 몸은 늘 맑고 시원한 누대 위에 있을 것이고, 가난을 쫓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이 가난을 근심하는 마음을 쫓아내면 마음은 늘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살 것이다. _p.191
베 이불을 덮고 움집에 살아도 마음이 즐거우면 천지의 조화로운 기운을 얻고, 명아주 국에 밥을 먹고 나서도 입맛이 만족스러우면 인생의 담박한 참맛을 안다. _p.229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