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영주산의 소

영주산의 소

: 2015 대표에세이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88g | 150*225*30mm
ISBN13 9788992243575
ISBN10 899224357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 마을에선 젊은 농사꾼치고 소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두 사료비를 줄일 요량으로 사료용 옥수수나 수단그라스를 심고 매일 낫으로 벤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같은 일을 반복했고, 그 일 때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 불평하는 이가 없다. 그게 이상하다. 나는 진력이 나서 죽겠는데 모두들 당연한 듯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농부들이 갖는 인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두들 땅과 하나가 됐다. 민이 엄마도 나처럼 매일 풀을 벤다. 여자가 풀을 베는 것은 우리 마을에서 민이 엄마와 나뿐이다.

그녀는 남편이 모기 물릴까봐 풀을 벤단다. 그쪽 밭엔 암모기만 있는 모양이라고 실없는 소릴 했다. 농담만큼 우릴 유쾌하게 하는 것은 없다. 유쾌하게 웃다보면 어느덧 서로 훨씬 친밀해져 있다. 하여튼 그녀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처음엔 불만을 터뜨리는 듯한데 언제나 중간쯤에서 전복되어 자기 처지에 대한 흡족함으로 말을 마친다. 오죽하면 우리가 그녀의 별명을 ‘좋아 죽겠어요’로 지었을까. 마디마디 남편에 대한 사랑이 툭툭 떨어진다.
“그 사람은 모기만 물리고 풀도 못 베요.”
“그러니까 모기에 물리면 덧나고 가렵다는 거죠?”
“아니라. 모기 물릴까봐 내가 비는 기라.”

--- 「베고 또 베고」중에서

수술 말미, 이식된 심장이 새 주인의 가슴속에서 새 삶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제발 힘차게 박동해다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몇 번 꾸무럭거리다가 이내 멈춰버리기를 반복했다. 제발, 제발! 제세동기를 수십 번 갖다대며 나는 하얗게 질려갔다. 인공심폐기를 6시간이나 돌렸지만 심장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들 고개를 푹 숙였다. 더없이 허탈했다. 나는 이미 초주검이 됐다. 이내 가족들의 격렬한 항의에 직면했다.
“우리 은희 살려내라, 살려내!”
고인의 이모는 오열하며 실신했다.

사건이 마무리될 즈음 나는 몸져누웠다. 커다란 바위에라도 부딪친 듯 온몸이 욱신욱신 쑤셨다.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나에게 조금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의 생명을 최대한 연장시켰어야 했다. 은근히 공명심에 놀아난 자신이 부끄럽고 초라했다.
“은미야, 미안하다. 나는 정말 형편없는 의사다!”
자괴감에 짓눌려 잠도 오지 않았다. 참다못해 수면제를 털어 넣고 깜빡 잠이 들면 온갖 악몽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에너지가 완전 소진된 낡은 목선처럼, 나는 그렇게 표류했고 그리고 침몰했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외과의사라고 하지만 언제나 나의 이정표는 흔들렸다. 이제 어떻게 하지? 불면의 밤은 길고 고뇌의 강은 깊었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절망이 마음 바닥을 칠 때 나는 가까스로 일어났다.
낙동강 하구언 을숙도로 달려갔다. 이것은 오래된 나의 버릇이다. 겨울 철새 도래지, 갈대숲 우거진 을숙도는 유별난 나의 피난처다. 청춘의 날, 꿈을 좇던 시절부터 나는 내 인생의 무게에 무던히 좌절했고 그 짐을 얼마간 을숙도에 풀어 놓곤 했다. 그리하여 다시 일어서기도 했다.

--- 「그 겨울의 강」중에서


영주산에선 뭐든지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나는 능선 위에 서 있었고 바람은 능선 위로 불었고 매는 능선 위에 떠 있었다. 그 매는 바람을 타고 있었다. 매는 끈 없는 연 같았다. 끈 없이도 당길 수 있는 연처럼 떠 있었다. 영주산 능선과 하늘 사이에는 구름이 있었다. 때로는 아무 것도 없이 구름만 있었다. 구름이 얼마나 가까운지 능선 위에 사람이 서 있으면 사람이 더 아득하게 보였다. 구름 속에 매가 떠 있으면 오히려 매가 더 아득하게 보였다.
영주산 능선에는 소떼들이 있었다. 소떼들이 느릿느릿 풀을 뜯고 있었다. 영주산 소떼들은 맷돌처럼 풀을 씹었다. 영주산 오르는 길에는 여기저기 소똥이 흩어져 있었다. 맷돌짝만한 소똥들이 흩어져 있었다. 소똥들은 잘 말라 다시 흙이 되었다. 잘 마른 소똥 위에서 민들레꽃이 피어났다. 좀 덜 마른 소똥 위에선 버섯도 피어났다. 소똥은 흙이 되고 흙은 다시 풀이 되었다.

영주산 동편 어느 평평한 기슭에 물웅덩이가 있었다. 때로는 소떼들이 그 주변에서 물을 마시거나 휴식을 취했다. 그 소 중에 한 마리의 뿔이 안으로 굽어져 있었다. 그는 관을 쓴 현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곧 제단에 오를 신성한 제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봉우리로 오르는 나무 계단을 밟고 있었다. 그 봉우리에 오르면 하늘도 손에 닿을 것 같았다. 영주산에선 뭐든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다. 그 나무 계단 위에 소똥이 놓여 있었다. 정결한 제물처럼 소똥이 놓여 있었다. 소는 보이지 않고 소똥만 바람에 마르고 있었다. 영주산의 소들은 사실은 인간에 의해서 방목된 소들이었다. 그러나 영주산에선 계단 위에 놓인 소똥이 인간의 황금보다 더 귀했다. 영주산에선 뭐든지 가장 고귀한 것들은 흙이 되었다.
---「영주산의 소」중에서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품절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